[인사이드MLB] 투수와 타자, 오타니의 종착지는?2017.12.19 오전 07:40 | 기사원문
해외야구 김형준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글 - 김형준 박정환] mlb.com은 최근 갱신한 유망주 100위 순위에서 오타니 쇼헤이(23·LA 에인절스)를 전체 1위에 올렸다(2위 양키스 내야수 글레이버 토레스, 3위 워싱턴 외야수 빅터 로블레스, 4위 토론토 3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5위 화이트삭스 외야수 엘로이 히메네스). 일본인 선수가 유망주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2007년 마츠자카 다이스케에 이어 두 번째다(스즈키 이치로 9위, 마츠이 히데키 8위, 다르빗슈 유 4위, 다나카 마사히로 4위. 이상 베이스볼 아메리카 순위). 오타니는 20/80 스카우팅 점수에서도 투수는 70점, 타자(야수)는 6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mlb.com의 오타니 평가
80 - 패스트볼 65 - 슬라이더 50 - 커브 65 - 스플리터 50 - 체인지업 50 - 제구 70 - 투수
50 - 타격 65 - 파워 65 - 스피드 80 - 어깨 50 - 수비 60 - 타자 스카우팅 점수가 70점인 투수는 <팀의 1선발 혹은 2선발로 항상 올스타를 노릴 수 있는 급>으로 분류된다. 타자 60점은 <경우에 따라 올스타가 될 만한 존재감 있는 주전>이다. 투타 모두 다소 후한 면이 있지만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해줄 만한 평가였다. 투수와 타자로 모두 도전하는 오타니를 두고 <당장 더 통할 포지션이 어디일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투수를 택할 것이다. 스카우팅 점수만 보더라도 투수가 높으며 완성도 역시 투수가 타자보다 우위에 있다. 투타 겸업이긴 하지만 '주 포지션'은 투수다. 그러나 <향후 어떤 포지션에서 더 잘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답은 지금처럼 한 쪽으로 몰리지 않는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868홈런에 빛나는 오 사다하루(이하 왕정치)처럼 겸업에 긍정적인 의견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일본의 전현직 선수들은 답은 엇갈린다. '엇갈린다'는 이야기는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도 겸업으로 시작하겠지만 결국은 두 포지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거나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는 말과 같다. 타자를 지지하는 부류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예약자인 스즈키 이치로(44)도 포함돼 있다. 이치로는 오타니가 떡잎이었을 때부터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샀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오타니에 대해 "저 정도의 타자가 등장하는 일은 정말 드물다"고 한 이치로는 "체격과 기술을 모두 가졌다. 방망이에 공이 붙어 있는 시간이 길다. 이러한 부분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치로는 최근 TV 인터뷰에서도 "(타격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왕정치뿐"이라며 "지금의 오타니와는 공유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오타니가 타격에 대해 어떤 지론이나 자신 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재차 "193cm의 신장과 타고난 타격 기술은 분명 소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오타니는 후지TV '스포츠 라이프 히어로즈'가 현역 100명의 일본프로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2016년 파워 히터 부문에서 16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1위 츠츠고 요시토모 32표). 그리고 2017년에는 1위(12표)에 올랐다. 오타니가 지난 2년 동안 일본프로야구에서 기록한 17.5타수당 1홈런(525타수 30홈런)은 같은 기간 500타수 이상 나선 타자 중 11위에 해당되는 대단히 좋은 기록이다. 그러나 타자 오타니는 한 번도 풀 시즌을 소화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2017년의 202타수 8홈런(25.25타수)은 투구를 위한 몸집 불리기가 파워의 증가로 이어졌던 2016년의 323타수 22홈런(14.7타수)에 비해 좋지 않았다. 이에 선수들은 숫자보다는 오타니가 만들어낸 타구의 질을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6-17 NPB 1홈런당 타수(500타수 이상)
13.5 - 츠츠고 요시토모 13.8 - 브래드 엘드래드 14.3 - 블라디미르 발렌틴 14.8 - 브랜든 레어드 15.9 - 에르네스토 메히아 16.2 - 야마다 데츠토 16.4 - 알프레도 데스파이네 16.4 - 스즈키 세이야 16.4 - 호세 로페스 16.7 - 나카무라 다케야 17.5 - 오타니 쇼헤이
2017 메이저리그 순위
9.6 - 제이디 마르티네스 10.1 - 지안카를로 스탠튼 10.4 - 애런 저지 11.0 - 조이 갈로 12.2 - 마이크 트라웃 12.3 - 코디 벨린저 mlb.com의 칼럼니스트 마이크 페트리엘로는 자신의 글에서 오타니의 2017시즌 타구의 최고 스피드가 111.1마일(179km/h)이었다고 전했다. 이 속도는 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도 상위 0.7% 안에 든다. 라인드라이브의 평균 속도 또한 상위 9%, 플라이볼은 13%에 해당됐다. 한편 <스탯캐스트>를 담당하는 대런 윌먼에 따르면 지난해 오타니처럼 100-100클럽(100마일 이상 공을 던지고 100마일 이상 타구를 만들어낸 투수)에 가입한 메이저리그 투수는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세인트루이스) 게릿 콜(피츠버그) 마이클 로렌젠(신시내티) 브라이언 엘링턴(마이애미)의 5명이었다.
치바 롯데 마린즈에서 좌완 투수로 2016년까지 활약하다 최근 구단 직원이 된 후루야 다쿠야는 "공을 먼저 맞히는 것이 중점인 타자와 그 반대인 타자가 존재하는데 오타니는 후자에 해당된다. 자신의 스윙이 먼저고 공이 맞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오타니의 타격을 설명했다. 타석에서 오타니가 삼진 당할 확률은 일본에서의 통산 기록(27.0%)과 성적이 크게 좋아진 최근 2년(26.3%)의 차이가 크지 않다. 대신 높은 잠재력에 경험이 더해진 덕분인지 인플레이가 됐을 때 안타로 이어질 확률(BABIP)은 2016-2017시즌이 무려 .413에 달했다(내야안타의 증가 없이 만들어진 기록이다).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진출 전 2년 기록은 .372였다. 그리고 오타니는 뛰어난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스피드는 공의 구속이 아니라 달리기 실력이다. 중계 화면으로 측정된 것이긴 하지만 오타니가 타격 후 1루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8초대다.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팅 점수에서 가장 높은 80점을 받는 기준은 좌타자가 3.90초, 우타자가 4.00초다. 2016년 순위를 보면 평균 3.8초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빌리 번스(3.77) 빌리 해밀턴(3.82) 디 고든(3.82) 케빈 키어마이어(3.87) 그리고 일본 선수인 아오키 노리치카(3.89) 5명에 불과했다(mlb 어드밴스드미디어 자료). 하지만 오타니는 위의 선수들처럼 '슬랩 히팅'(콘택트 후 빠르게 달려나가기)을 하는 타자가 아니다. 투수만 하거나 겸업일 때는 아무래도 주루의 포기와 제약이 발생한다. 반면 전문 타자는 조심을 하더라도 전자일 때보다 더 다양한 것들이 가능하다. 야수로서의 어깨는 설명이 필요 없다. 타자를 권하는 이들의 이유를 모아 보면 결국은 '타고난 3박자'의 극대화이자 현실화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투수로 입단한 줄 알았던 추신수에게 방망이를 쥐어줬던 이유다. 한편 2005년 오클랜드와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던 투수 야부 게이치는 메이저리거 생활을 오래 이어 나가는 측면에서도 타자가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만큼 공이 빠르다는 것은 부상의 위험 역시 크다"는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였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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