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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생각
길례네 이발관은 뒷마당 훤히 넓어 금환식 황금 팔찌 보름달빛 푸근하면 소녀들 강강술래를 고전古典으로 읽었다
이 빠진 사발 핥는 짐승의 울음소리 궐련을 말아 피며 기침 뱉는 최씨 아재 손 시린 갈피를 펼쳐 촉 하나를 더듬던
대물려 지킨 가업 흑백 속에 잠겨 가고 어제는 뒤쪽 담이 오늘은 기旗 꽂던 돌 산 같은 헤일에 밀려 풀피리도 목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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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밭
내 한 생 넓이만한 초록 우산 뒤에 숨어
옛 가야 어진 바람 꽃 봉인封印 뜯나보다
칠월의 풀빛 하늘이 목 늘이는 정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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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십리대밭
오늘은 푸른 미로 강 따라 흔들린다 차르르 생을 짓는 십리대밭 걸어들면 표류도 속수무책인 비늘 같은 댓잎소리
때로는 뒷걸음질 새가슴 혈을 짚어 수 만장 축전 받듯 풋마음 귀를 열고 세상과 맞닥뜨리며 풀어보는 중무장
가벼운 깃털 떨궈 미풍 따라 날아보자 텃새들 지저귐에 몇 장 악보 들춰가며 합죽선 펼친 햇살로 물이 드는 양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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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씨앗
봄비가 다녀 간 뒤 찰진 흙 텃밭에는 지렁이 꿈틀대고 상추 잎 풋풋하다 발 붉은 텃새 한 마리 내 옷깃을 흔드니
마당가 민들레가 반만 뜬 참한 눈짓 아이가 풋사과를 깨문 듯 웃는 아침 함초롬 낮은 자리서 낡은 구두 닦는 일
한때의 초록 물도 섭섭잖이 젖어들고 멀찍이 손차양에 꺾어서는 그리움 빙그레 은목서 향기 함께 맡는 저녁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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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복순 해녀 몸 안엔 바다가 철석 인다
지문 없는 악보 넘겨 피리소리 휘리리릭
오묘한 물의 악장을 장엄하게 협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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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여울
이슥한 밤을 펼쳐 먹 갈아 붓대 세워 나는 또 누구인가 농담濃淡으로 헤아린다 바람도 잠을 잊은 듯 내 언어를 닦으시고
두고 간 여음들이 맛있는 글맛이다 별빛이 익힌 봄밤 진홍의 여울이다 기척은 강물로 흘러 적막에 이르는데
천장의 거미줄에 걸려든 근심 같은 교회당 십자가의 고단한 불빛 같은 진홍의 여울 길에도 해독 못한 문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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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임성구 선생님, 감사합니다.
축하 합니다 정현숙 선생님
장은수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