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끝까지 해내는 마음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부제: 칭찬, 경쟁, 끌어당김이 인생을 바꾼다는 착각에 관하여
원제: Motivation myth buster
저자: 웬디 그롤닉 외 2인
역자: 정지현
출판: 현대지성
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자기계발(自己啓發)과 자기개발(自己開發)에 대한 정의적 차이부터 실제 자기계발서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폐단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이쪽 분야는 사회 전반에 퍼진 병패로 현대자본주의 사회와 서구화된 현대인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숙히 만연해 있다. 이는 종교적 병폐와 맞물려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지 오래 되었지만, 그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대는 대략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부터 시작된 서구 중심의 자기계발서 열풍으로 많은 사람들을 골병들게 했다. 거기에 CEO 인문학이라는 시대적 유행과 함께 어설픈 경영학과 심리학까지 가세한 후부터는 성공학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정식 학문인양 판을 치고 있다.
연달아 출판되는 경영학과 심리학의 초베스트셀러들의 영향으로 사회는 신개념을 받아들이고 좌충우돌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느라 정신이 없다. 와튼스쿨이나 하버드를 비롯한 유수의 경영대학원들이 선봉에서 부채질을 한 역할도 크다. 하지만, 실상 그로 인해서 한 개인이나 사회가 개선되었다고 여기기에는 그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 즉, 유행이 휩쓸고 지나가고 뭔가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무언가 나아졌는지에 대한 후속연구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나아졌다는 인상만 실컷 줄 뿐이고 그동안 허상을 열심히 뒤쫓다가 허무에 빠질 무렵이 되면 또 다시 다른 열풍이 압도하면서 기존의 활동들은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마스킹되는 효과가 생긴다. 또한, 성공을 소재로 한 매력적인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은 관람하는 동안은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왠지 모를 자괴감을 심어놓곤 한다.
이처럼 자기계발서와 어설픈 심리학 소개서를 볼 때마다 늘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다. ‘과연 인간이 이렇게 단순하게 A를 건드리면 (자극) B로 반응을 하고 변화하는걸까?’ 뭔가 시원시원하게 해답을 제시했던 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을 잃어가고 오히려 실행불가능한 사례들만 늘어갔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늘어만간다.
실제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사회라는 시스템도 1+1=2라는 식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아무리 칭찬을 해도 춤을 추지 않는 고래가 있고, 끌어당겨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며, 인센티브나 경쟁으로는 꿈쩍도 안하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 치즈에 반응하지 않는 쥐도 있는 법이다. 이런 예는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허상을 학습하고 공유하고 전파하는 매개체가 된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심리학 논문들 중에서 시간에 비례해서 살아남은 제대로 된 논문들은 드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력적인 논문 몇개로 대충 책을 내놓게 되면 한 때의 유행은 될지언정 사실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고 눈먼 지식인들을 양성하게 된다.
책을 읽는 이라면 가끔 교정 (矯正, calibration)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쯤 한 번은 읽어볼 만한 개념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댓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서평과 책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