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의 설거지물
언제부터인가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시작한 설거지인데, 그 후 부터 내가 설거지를 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손을 대지 않은 설거지가 쌓여 있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 갈 수도 없고, 잔소리 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말없이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여론 조사서가 20-30대의 주부들을 대상으로‘제일하기 싫은 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밥하기, 빨래, 청소, 잔심부름, 가계부 쓰기, 쓰레기 버리기 등 여러 가지의 대답이 있었는데, 그 중에 상당수의 주부들이‘식사 후에 설거지하기가 제일 싫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일한 표시도 없고, 일의 결과가 오래 남아있지도 않으니 싫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부들은 음식을 만들기는 좋아 합니다만, 설거지는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언제나 귀찮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커다란 교훈을 받는 것이 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의 식탁은 빈 밥그릇과 떨어뜨린 음식물 찌꺼기, 여기 저기 마구 흩어진 수저와 생선 담았던 빈 접시 그리고 국을 담았던 그릇 등이 있습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한데 모으고, 설거지 거리는 설거지통에 집어넣고 세제를 풀어서 수세미로 차근차근 닦아냅니다. 그러면 더러웠던 그릇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식탁도 말끔하게 정돈되고 찌개를 끓인 냄비도 깨끗해졌습니다. 주방도 밝아졌습니다. 이 모두가 설거지의 물이 주는 공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때 부터입니다. 이때 공로를 세운 설거지물이 주방과 집안을 통치하기 위하여, 자기의 공로만 자랑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오래지 않아 그 물은 썩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병균이 온 집안을 흔들어 놓을 것이고 집안 식구들은 병이 들어 걷잡을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를 통해 경험하였듯이 결국은 문을 닫아 걸고 잠그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할 것입니다. 결국 가장 큰 공로자인 설거지물이 원인입니다. 전의 큰 공로가 모두를 망하게 하는 경우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큰일을 하고 난 후 자랑스럽고 명예롭던 그 일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그 공로를 내세우고 자랑을 하다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많은 것들을 보아왔습니다. 어느 공동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론 좋았던 것들이 교만, 오만, 자만으로 인해 부끄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겸손해야 합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