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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산행 경험을 토대로 '장수대 → 장수대 분소 → 대승폭포 → 대승령 → 안산 갈림길 → 안산 → 계곡 갈림길 → 십이선녀탕 계곡 → 두문폭포 → 복숭아탕폭포 → 응봉폭포 → 남교리 탐방지원센터 → 윗남교 버스 정류장'의 12km 구간을 7시간 30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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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鞍山]
높이: 1,430m
위치: 강원도 인제군 북면
설악산 중청봉에서 안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서북능선이라 한다. 안산은 서북능선의 서쪽 끝이 된다. 서북능선은 능선의 거리만도 18km에 9시간이 소요된다. 등정과 하산을 포함하면 13~16시간이 소요된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白頭大幹)은 금강산과 향로봉을 지나 설악산의 북 주를, 공룡릉을 거쳐 대청봉에서 서북릉으로 흘러내리다가 한계령을 거쳐 남쪽의 점봉산으로 이어진다.
서북능선은 서북능선의 한가운데에 있는 한계령 갈림길 삼거리를 기준으로 그 동쪽의 백두대간 주 능선 구간과 한계령 갈림길 삼거리~대승령, 안산 사이의 서쪽 구간의 2개의 능선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안산은 서북 능선의 서쪽 끝에 있는 산이다.
안산(1430.4m)은 외진 위치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남쪽의 장수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승령에서 십이선녀탕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아 이 산을 스쳐 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설악을 수십 번 다닌 사람 중에도 안산을 다녀온 사람이 드물 정도로 한적한 봉우리로 남아 있다.
안산은 일명 길마산이라고도 한다. 멀리 원통 쪽에서 바라보아도 말안장을 닮은 모습이 시선을 끌고 있고, 막상 올라가 보아도 처음부터 암벽으로 이루어진 협곡이 만만찮은 험산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산을 중심으로 옥녀탕 계곡과 십이선녀탕 계곡이 좌우로 펼쳐져 있고, 정상에서 조망하는 전망이 일품이어서 등산의 가치가 높은 산이다. - 한국의 산하
원래 8월 24일 목요일에 한 안내산악회의 오지 팀과 함께 칠곡 가산에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산악날씨를 확인하다가, 중기예보로 산행 당일인 목요일 경북의 날씨를 검색하고 강행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전국적으로 수요일 오후부터 목요일 오후까지 비다. 말인즉 우중 산행 예보라, 강행 여부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생을 사서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취소했다. 그 전에 칠곡까지 가서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산이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래도 신청한 거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비 소식에 없던 일로 했다. 또한 수·목은 비 때문에 산행이 힘들어, 월이나 화에 갈 만한 산이 있나, 같은 안내산악회에서 찾아봤으나 없다. 해서 이런 때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올 만한 산 중 하나로, 다른 산에 밀려 계속 연기했던 중원산에 오르기로 했다.
토요일 폭염 속에 등산방 정기산행으로 청계산을 다녀온 후라, 가능하면 화요일에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경기도 지역은 화요일 오후부터 비라, 어쩔 수 없이 월요일 강행하기로 했다. 용문산 산악날씨를 보면 월요일 오후도 비가 내리는 걸로 예보하고 있으나, 16시부터라, 그 전에 하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월요일 갑자기 집안일이 생기는 바람에 중원산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또 대안을 찾기 위해 기상청 날씨 홈으로 들어가, 화요일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을 검색했다. 강원도와 경상도다. 그것도 동해와 가까운 지역! 그럼,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한 곳은 원통을 거점으로 하는 지역으로 떠오르는 게 흘리와 안산이다. 그런데, 흘리의 단독 계곡 산행은 어울리지 않아 보여, 안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안산은 삼일절 무박으로 한계령을 기점으로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 때 다녀왔다[산행기]. 하지만, 갈 만한 산이 없을 때 동네 뒷산이나 다름없는 북한산을 다녀오듯이, 설악산도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국립공원이라, 최근에 자주 찾는다. 오히려, 강화도의 마니산이나, 고려산보다 접근하기가 더 쉽다.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당일인 화요일 설악산은 흐리기는 하나, 비는 안 온다. 하지만, 오가는 서울에서 내릴 예정인 비에 대비해 우산을 가져가고, 점심은 우연히 얻은 전시용 비상식량을 들고 가기로 했다. 무게감은 있으나, 막상 재 보면, 800g에 불과해 약간 놀라며 산에서 쓸만한지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그 외 준비는 같다. 다만, 처음에는 십이선녀탕 계곡을 생각해 아큐아 슈즈를 신을 생각이었으나, 길이 좋지 않은 안산 구간을 고려해 등산화를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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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 버스터미널에서 장수대로 향하는 6시 30분 첫 차를 탈 예정이라, 4시 30분경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5시 32분 연신내발 첫 열차를 타기 위해 5시 15분경 미리 준비해 둔 숄더힙색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6시 18분경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 평일이라 굳이 예매할 필요가 없는 장수대행 버스표를 샀다. 당일 현장에서 산행지가 바뀔 수도 있어 예매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사실 강변역에 내려, 터미널로 걸어가며, 흘리로 바꿀까 하다가, 아큐아 슈즈를 신지 않은 걸 깨닫고, 예정대로 안산에 오르기로 한 거다. 그렇게 현장에서 표를 사, 승차장으로 가자, 대기하고 있던 버스가, 6시 20분쯤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다.
채 열 명이 안 되어 보이는 승객을 태운 버스는 예정대로 6시 30분경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해, 8시 14분경 원통 터미널에 도착했다. 원통에서 30분 출발 차라, 16분가량 여유 시간이 있어, 기사가 29분까지 버스에 타라며, 볼일이 급한 승객은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했다. 뭐 급한 건 없으나, 스트레칭이 필요해 버스에서 내려 대기실로 가, 버스 시간표를 다시 확인했다. 다른 지역은 관심 밖이고, 직행의 동서울행과 시내의 진부령 시간이 중요하다. 진부령에서 출발한 버스를 윗남교에서 잡아타고, 원통으로. 그리고 원통에서 동서울로 가야 한다. 고로 대기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는 조합을 찾아야 한다. 물론, 산행이 끝나고 윗남교 버스정류장 도착 시각부터 계산해야 하지만, 현재는 미지수다. 다만, 4시 이전 도착을 목표로 했다.
급하지 않은 볼일도 보고, 27분경 버스로 돌아가 내 자리에 앉았다. 한계령 도로 위에는 세 개 버스정류장(장수대, 한계령, 오색)이 있는데, 주 고객이 등산객이라 평일에는 내리는 사람이나, 타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해서 기사에게 사전에 얘기하지 않으면 지나치는 일이 있어, 자리를 옮길 생각이었다. 앞자리가 비어 있는 거처럼 보이나, 아직 승객이 다 타지 않아, 버스 출발 후 여전히 비어 있으면, 이동이다. 그런데, 버스 출발 전 기사가 장수대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당연히 손을 들었다. 나를 포함 승객 중 등산객이 6명인데, 나 혼자 들었다. 동서울에서 스캔한 다른 등산객의 배낭은 당일 산행용이 아니다. 그럼, 대피소가 가까운 한계령이나, 오색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장수대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사가 알고 있으니, 자리를 옮길 이유가 없어졌다. 원통에서 장수대는 가까운 거리라, 차가 출발하자, 등산화를 바로 신고 끈을 조였다. 그리고 바람막이와 독서와 음악 감상용으로 들고 온 태블릿을 배낭에 넣고, 수건을 꺼내는 거로 등산 준비를 마쳤다. 이후 8시 36분경 장수대 정류장에 도착해, 먼저 주변을 둘러보고, 등산 앱을 기동한 후 첫 화면을 캡처했다. 고도를 확인해야 하나, 외우지 못하니, 이미지로 남기는 거다. 그런데, 글을 쓰기 위해 이미지를 찾아보았으나 없다. 얼마 전 핸드폰을 교체해, 아직 손에 익지 않아, 내 의도대로 안 된다. 결과적인 얘기나 트랙도 엉망으로 기록됐다. 어쨌든 280m 내외로 기억한다. 그럼, 표고차가 1,200m가 넘어, 쉽지 않은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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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입구에서 지도를 보며, 가야 할 코스의 난이도를 확인했다. 한계령 코스는 매우 어려움의 온통 까만 줄이지만, 남교리 코스는 대승령 직전 0.7km, 즉 700m만 어려움이다. 처음에는 코스명은 보지 않고, 위에 있는 고도표의 색깔만 보고 기겁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코스는 이렇지 않은데,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대승령을 기준으로 대청으로 향하느냐, 안산으로 향하느냐의 차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탐방로 안내'를 보고 있는데, 애초 한계령에서 내릴 예정이었다가, 내가 장수대에서 내리는 걸 보고 내린 산꾼이 목적지가 어딘지 묻는다. 남교리라고 답하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예상대로 중청으로 여기서 9시간 코스라, 오늘 중으로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예의상 그 비슷한 말을 해주고 탐방로 아치문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1,200m 내외의 고도로 안산에서부터 중청까지 이어지는 게 설악산 서북 능선이다. 그 서북 능선으로 올라서는 정규 등산로는 들머리는 장수대와 한계령 두 곳이나, 한계령은 거의 1,000m에서 시작하고, 장수대는 등산 앱에 의하면 300m, 탐방로 안내에 따르면 500m에서 시작한다. 해서 대부분 등산객이 한계령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한다. 어쨌든 시작부터 급경사라 서북 능선의 주요 고개 중 하나인 대승령에 올라서는 게 쉽지 않다. 호흡을 조절하며, 대승령으로 향해, 어느 정도 높이에 도달하자, 계곡 건너 가리봉 능선이 보여 잠깐 쉬는 동안 그걸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올라가, 바위 능선 구간에 도착하니, 등산로는 철계단으로 바뀐다. 그 철계단을 오르며, 이게 없던 조선시대에 대승폭포 감상 시를 남긴 몇몇 문인은 여기를 어떻게 올랐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철 계단 주변에 오를만한 길이 있는지 살펴봤으나 없다. 내 예상으로는 철 계단 도착 전, 붉은 글씨로 ‘출입 금지’라 쓴 경고문을 매단 금줄 너머가 그들이 오르내린 등산로다.
암릉이 가로막혀 보이는 게 없으나, 고개를 뒤로 돌리면, 계곡 건너 가리봉 능선이 보인다. 문제는 계속 그 능선만 보고 올라야 한다는 거.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보다야 낫지만, 계속 같은 경치라, 사진을 찍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 눈으로만 감상하며 올랐다. 그리고 9시 3분경 대승폭포를 품고 있는 암봉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이 정도 위치면 우렁찬 폭포 소리가 들려야 하나 조용하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폭포의 위치를 혼동하는 거로 생각하고 계속 위로 갔다. 그리고 9시 14분 대승폭포 전망대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용하다. 다른 지역은 피해를 볼 정도로 비가 내렸으나, 이 동네는 거의 비가 오지 않은 결과다. 그리고 앞서갔던 그 산꾼이 나를 보더니, '역시 비 온 후에 와야 한다!'라고 실망의 한마디 남기고 갈 길을 갔다. 그가 떠난 후, 전망대로 내려가 대승폭포와 그 주변을 감상했다. 물론 사진도 찍고.
전망대를 떠나, 등산로로 돌아와 구천은하(九天銀河)라는 글이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둘러봤는데, 발이다. 즉 딛고 서 있는 바위에 새긴 거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소나무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이걸로 장수대에서 대승령까지 구간에서 봐야 할 건 다 봤다. 이제부터는 앞만 보고 대승령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위로 가려는데, 장수대 0.9km, 대승령 1.8km라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보인다. 무언가 이상하다. 500m 단위로 음성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등산 앱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해서 내가 못 들었나? 궁금해하며,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했다. 469m로 아직 500m 전이다. 고로 조용했던 거다. 이정표와 등산 앱과 거리 오차는 수없이 경험한 거라 그러려니 하고, 대승령으로 향했다.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호흡을 조절하며 위로 오르는 동안 과거 산행을 더듬어 보니,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내려간 적은 몇 번 있으나, 장수대에서 대승령으로 올라간 적은 없다는 게 떠올랐다. 물론 2017년 8월 봉 감독, 그의 아들 그리고 용준과 함께 장수대에서 출발해 안산으로 오르기는 했으나, 대승령을 거쳐 가지 않고, 중간 갈림길에서 안산으로 직행했다[산행기]. 해서 이번에도 굳이 대승령까지 갈 이유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중간에 안산으로 바로 빠지면 시간도 단축하고 체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다만, 대승령까지 올라본 적이 없는 게 걸릴 뿐. 일단은 갈림길에 도착해 결정하기로 했으나, 처음으로 대승령까지 올라가 보자는 생각이 70% 이상이었다. 왼쪽으로 갈림길 표지가 나타나는 걸 주시하며 위로 올랐으나 없다! 과거에는 국립공원공단이 설치한 표지를 보고 갈림길임을 알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국립공원공단에서 그 표지를 다 철거하는 바람에 비탐 갈림길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모르는 게 아니라, 한눈에 갈림길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곳에 도착했지만, 처음으로 대승령까지 가기로 하고 계속 직진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올라, 장수대 1.8km, 대승령 0.9km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대승암 터를 통과하는 순간 등산 앱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아직 못 들었다는 게 떠올라,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했다. 여전히 469m로 아름다운 목소리가 정보를 알려주는 500m가 되려면 더 가야 했다. 고로 등산 앱 동작에 문제가 있는 거다. 해서 그 자리 서서, 뭐가 문제인지 설정을 하나하나 살펴봤으나, 특별한 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만보기 건으로 마음에 들지 않던 등산 앱이라 삭제하고 다른 앱을 설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통신 불량지역이라 설치를 할 수 없어,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재 부팅했다. 그리고 다시 올라, 10시 24분경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확인해 보니 대승령이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늘 그렇듯이 그 이미지를 캡처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10시 25분경 도착했다. 그런데, 분명 캡처했는데, 산행 후 확인하니, 이미지가 없다!
대승령은 2016년 6월 3일 서북 능선 종주를 목표로 한 산행 때 처음 방문한 이후 현재까지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산행기]. 다만, 올해 즉 2023년은 삼일절 서북 능선 종주[산행기] 이후 두 번째다. 몇 번 방문이든 왔으니, 기록은 남기는 게 당연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이후 배낭을 둘러메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교리 즉 십이선녀탕 계곡 방향으로 갔다. 와중에 이번 폭우에 작은 사과처럼 보이는 열매가 잔뜩 떨어진 곳을 지나며,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건지 위를 쳐다봤으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게 처음이 아니라, 산행 중 자주 겪는데, 결국 열매의 출처가 되는 나무는 찾지 못했다. 다시 길을 재촉해 등산로 주변의 초롱꽃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며 가, 10시 55분 붉은 글씨의 '출입 금지' 경고문이 매달린 금줄이 쳐진 안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여기가 아니라 조금 더 가야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기록을 위해 남교리 방향 이정표를 사진으로 찍었다. 여기서 남교리까지는 7.6km다. 현재 시각 10시 56분, 아무리 늦어도 남교리까지 3시간이면 되는 거리라, 14시 즉 2시까지는 갈 수 있다. 하지만, 등산로가 지금과는 다른 안산을 거쳐 가면 몇 시에 도착할지 예측이 안 된다. 다만, 15시 도착을 목표로 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안산 갈림길로 갔다. 57분경 도착해 금줄 사이를 지나, 음지의 세계로 들어갔다. 평소 얼마나 많은 산꾼이 다녔는지, 일부러 만든 듯한 등산로를 따라 안산으로 향하며 보니, 여기도 초롱꽃이 한창이다. 동식물에게는 양지, 음지의 구분이 없는데, 인간만 왜 굳이 구분하려 할까? 하긴 법 없이 사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는 구분이기는 마찬가지지만. 비록 인간이 구분한 음지일 망정 이 길 또한 설악산 서북 능선으로, 암봉인 안산이 가까워질수록 암릉으로 바뀐다. 말인즉 가리는 것 없이 탁 트인 전망대란 얘기다. 고로 좌로는 가리봉 능선이, 우로는 응봉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한계 계곡에서 올라오는 가파른 지능선과 암봉 등의 절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오랜만에 천제단 코스로 갈까 잠깐 고민했던 천제단 능선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당연히 뒤로는 귀청까지 이어지는 서북 능선이고, 그 능선과 가리봉 능선 사이에는 한계령에서 내려오는 한계 계곡과 한계령으로 달려가는 도로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날려갈 거 같은 강한 바람을 뚫고, 11시 5분경 대한민국봉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 정상석이 있는 첫 봉이라, 그냥 갈 수 없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여기 또한 전망대라, 어차피 같은 조망이나, 다시 사진을 찍었다. 지금까지와 다른 게 있다면 서북 능선의 끝이자, 오늘 산행의 목표인 안산이 보인다는 거. 파노라마와 마지막 사진의 철망으로 두른 곳이 비탐 구역에서도 특별 보호 구역이다. 물론 저기는 들어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
대한민국봉에서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을 기록으로 남기고 앞에 보이는 안산을 향해 출발했다. 11시 13분 천제단 갈림길에 도착해 기록을 남기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새벽 4시 한계령 출발과 8시 40분경 장수대 출발 모두 비슷한 시각에 안산에 도착할 거 같아, 삼일절 기록을 찾아봤다. 비록 겨울 산행이라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힘들었으나, 대승령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50분으로 오늘보다 25분가량 늦다. 산행 중 아침 먹은 시간도 있으나, 한계령에서 대승령까지 6시간 5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그 시간이 국립공원에서 만든 지도의 소요 시간 6시간 50분과 정확히 일치한다. 천제단 갈림길을 통과해, 안산으로 향하며, 왼쪽 아래로 보이는 천제단 능선과 고양이바위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 전면 안산의 모습과 그 너머로 살짝 보이는 응봉과 그 능선도 기록으로 남기며 전진해, 11시 30분경 안산 바로 아래 안부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여기에 배낭을 두고 올라가나, 오늘은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만큼 힙색을 그대로 둘러메고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했다. 여기서 정상까지가 쉽지 않고, 재밌는 구간이라, 기록을 위해서 동영상을 찍었다. 그렇게 올라가는데, 11시 41분 등산 앱이 안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 이미지를 저장한 후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11시 45분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상 도착 직전 정상석의 위치가 바뀐 걸 발견했다. 너덧 번 안산 정상에 올랐으나, 그때마다 정상석이나 표지가 바뀌기는 했어도, 정상 바위 위로 위치는 변함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 바위 아래 5~6m 거리에 있다. 정상석의 위치가 바뀐 것에 신경 쓰느라 주변을 관찰하지 못했다. 그럼, 기존 정상석은? 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기겁해 펄쩍 뛰어 바위로부터 멀어졌다. 뱀이다. 광합성 중인 살무사 세 마리다. 덩치로 봐선 다 큰 놈들이다. 삼룡(三龍)이 안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이놈들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광합성 잘하고 있다가 인간에게 침범당했으니, 놀라서 바위 옆으로 피한다. 그런데, 지금 이 글 쓰며 생각해 보니, 세 놈이 엉켜있던 게, 광합성이 아니라 다른 짓을 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그럼, 더 미안해지는데! 어쨌든 세 놈이 물러나기는 하나, 급하게 도망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놈들을 옆에서 기록을 남길 수도 없어, 위치가 바뀐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은 남겼으나, 여전히 바위 위에 있는 정상석과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렇다고 치마바위의 모습은 지나칠 수는 없어 그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놈들 옆에서 밥 먹을 기분도 아니라, 바로 정상에서 내려왔다.
안부, 즉 십이선녀탕 계곡 갈림길로 돌아가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오는 바람에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절경을 절벽으로 튀어 나간 좁은 바위 위에 올라 기록으로 남겼다. 저 아래로 보이는 게 2019년 5월 봉 감독과 둘이 죽을 둥 살 둥 올라온 성골이다[산행기]. 그리고 안부 도착 후 바로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향했다. 그 길은 울창한 숲 사이의 급경사 등산로에서 계곡이 가까워지면 그마저도 너덜로 변해, 정신을 집중하고 아래만 보고 내려가야 했다. 지난 삼일절에는 아직 잎이 나기 전이라, 주변을 관찰하며 갈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주변을 관찰하기에는 숲이 너무 울창한 게 아프리카나 아마존 밀림 속에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기분상 십이선녀탕 계곡 등산로가 멀지 않은 거 같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어,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물론 통신 불량 지역이라, 미리 지도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앱이다. 역시 예상대로 음지에서 탈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음지에서 탈출해 양지로 들어서는 모습 또한 기록으로 중요해 거기서부터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12시 22분경 물소리가 들리는 십이선녀탕 계곡에 도착했다. 상류의 좁은 계곡 너머로 잘 다듬은 정규 등산로가 보인다. 일단 계곡을 건너 양지의 세계로 돌아간 다음, 밀림과 다름없는 음지의 세계를 내려오느라 흘린 땀과 묻은 먼지를 양지로 들어가는 계곡에서 씻기로 했다. 물론 밥도 먹고. 해서 먼저, 조리된 발열 도시락을 데우는 작업을 한 다음. 데워지는 15분 동안, 씻으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물이 너무 차, 발과 손만 씻고 나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데워진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으로 먹은 지가 한참이라, 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안 들고 다닌 이유를 다시 깨달은 점심이다. 들고 돌아다닌 노고에 비해 효용이 떨어진다.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지 않다!
어쨌든 점심을 먹은 후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12시 59분경 계곡 식당을 떠났다. 물론 그동안 차가운 물에 넣어 놓았던 자두를 후식으로 먹으며. 그리고 1시 14분 남교리 6.0km 이정표를 통과했다. 빠르면 두 시간 늦어도 두 시간 반이면 남교리에 도착한다. 3시 30분 내외로 목표한 4시 이전이다. 그런데, 이정표에서 3분가량 내려가자, 삼일절에는 보지 못한 갑판 등산로가 나타났다. 지금 막 설치가 끝난 거다. 그리고 그 공사 구간은 응봉폭포까지 거의 십이선녀탕 계곡 전 구간이다. 좀 심하게 말해 앞으로 십이선녀탕 계곡은 흙이나, 돌이 아니라, 갑판 나무만 밟고 다녀도 될 지경이다. 과거 갑판 등산로는 교체, 없는 구간은 신규 설치하는 공사 본부에 1시 29분 도착했다. 메인 천막 주변은 인부의 숙소인 개인 텐트가 널려 있고, 발전기 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 사람은 없다!
발전기가 돌아가는데,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라,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계곡이다. 막 조리한 점심을 계곡에 펼쳐놓고 먹고 있다. 국립공원 계곡에서 조리해 밥을 먹는 모습이다. 공사 인부는 예외에 해당하나? 그럼 나도 인부가 돼 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그들을 뒤로하고 내려갔다. 그런데, 1시 40분경 도착한, 복숭아랑 08km 이정표에서 6분 거리의 갑판 등산로는 골격 위에 목재를 올려놓기만 했지, 고정하지 않아 위험했다. 와중에 나무 사이도 제각각이라 한눈팔았다가는 추락할 수도 있었다. 난간이 없는 구간도 있고. 이 상태로 등산객이 다닐 수 있게 허용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럼에도 두문폭포는 비가 내리지 않아 수량은 비록 적지만,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어, 그 모습을 위, 옆, 아래에서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두문폭포의 모습을 위에서 찍고 갑판 등산로로 아래로 가는데, 여기는 갑판을 교체하는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폐타이어 조각을 다 걷어 낸 모습이다. 뭐 그러려니 하고, 걸어가는 무언가 걸려 넘어질 뻔해, 뭐가 등산화를 잡는지 자세히 보니 못이다. 폐타이어 조각을 고정한 못이 그대로 있다. 문제는 그게 잘 안 보인다는 거. 못에 걸려 넘어져, 못에 그대로 박으며 그다음은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욕이 절로 나온다. 통제하든가, 못을 다 제거했어야지, 뭐 하는 짓인지! 철거 중이라 위험한 갑판 등산로로 두문폭포 아래에 도착해 사진을 찍은 후 길을 재촉하는데, 계곡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궁금해 아래를 보니 너덧의 등산객이 계곡에 막 씻고 등산화를 신고 있다. 이 폭염에 계곡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게 비정상이기는 한데, 저기까지 내려간 게 신기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저기까지 내려간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 후 다시 길을 재촉해, 1시 51분경 복숭아탕폭포에 도착했다. 전망대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너덧 명의 사람이 사진을 찍은 후 돌아가는 모습이다. 그들이 가는 걸 보고, 복숭아탕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른 산의 계곡에서 했듯이 윗도리를 벗어부치고 땀과 먼지를 씻었다. 날머리까지 아직 5km 이상 남았으나, 십이선녀탕 계곡 하면 복숭아탕이라 하류에서 다시 씻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씻기로 한 거다. 그런데, 복숭아탕에서 씻는 동안 계속 관광객이 전망대로 올라오는 게 보여, 신경이 조금 쓰이기는 했으나, 무시하고 할 짓을 다 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탕을 떠났다. 그런데, 단체의 상징인 스카프를 목이나 손목 또는 가방에 맨 한 무리의 관광객이 복숭아탕으로 향하면 남은 거리를 물어 알려줬다. 처음에는 효도 관광이라 생각했는데, 연령대가 다양한 게 그건 아니라,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고정하는 펜던트라고 부르나, 뭐든 그걸 자세히 보니, '효성 둘레길'이다.
효성 직원의 둘레길 동호회라기에는 노년층이 너무 많고 평일이라, 가족의 동호회라 결론 내리고, 내려갔는데, 계속 올라온다. 버스 한 대를 이미 초과했다. 그리고 우연히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90명이란다. 그럼 44인승 버스 두 대다! 어쨌든 그 90명과 계속 교행하며 내려갔는데, 내가 신경 쓸 건 아니나, 나중에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선두는 이미 복숭아탕폭포를 구경하고 내려갔는데, 후미는 이제 응봉폭포를 지났다. 와중에 계곡이 자랑하는 절경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잊지 않고 가, 2시 29분경 남교리 3.0km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 기둥에는 남교리까지 1시간 거리라고 친절하게 안내문을 붙여 놨다, 아무 생각 없이, 복숭아탕으로 올라가는 관광객을 막기 위한 거다. 그리고 2시 36분 응봉폭포를 지나, 2.8km 떨어진 남교리로 향해, 2시 42분 등산 앱이 알람을 울려 확인하니, 만보기다. 2만 보 걸었단다.
몇 개의 작은 폭포와 소를 기록으로 남기며, 남교리로 향해, 3시 1분 남교리에서 1.0km 떨어진 이정표를 지났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볼 것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내려가면 된다. 다만, 폭염 가운데 가끔 가랑비가 내리는 습한 날씨라, 계곡에 들어가 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물에서 나오면 바로 원상태로 돌아가는 날씨라 포기하고 앞만 보며 내려가, 3시 12분에 탐방센터 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먼저 눈에 띄는 건 주변의 식당가다. 평일임에도 거의 70% 이상의 자리가 찼다. 그걸 보자 여기서 하산주를 하고, 버스 시간에 맞춰 윗남교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버스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 일단 정류장으로 가서 시간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정적으로 윗남교에는 지난 삼일절에 감탄한 신의주 순대국밥이 있다!
순대국밥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폭염을 피하려고 아직 마르지 않은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가벼운 걸음으로 윗남교로 향하는데, 도로변에 주차한 버스와 자가용이 보인다. 휴가철이라 그런가? 생각하며, 다른 건 모르나 버스 앞창의 LED 전광판은 유심히 봤다. '효성 신협'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두 대다. 모든 궁금증이 해소됐다. 해서 더욱 가벼운 기분으로 북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건너며 아래를 보니, 가슴 정도의 맑은 물에 중년의 두 남성이 수영 중이다. 나도 뛰어 내려가 같이 어울리고 싶은 광경이나, 수영복이 없다. 인적을 찾을 수 없는 계곡이라면 팬티 바람에 뛰어들겠지만, 여기는 오가는 사람이 많은 도로 옆 강이다. 해서 다리 위에서 부러워만 하고 지켜봤다. 그리고 사진 몇 장 남기고, 윗남교로 향해, 3시 20분경 미시령 도로 아래 터널을 통과했다. 그리고 신의주 순대국밥 앞을 지나, 30여 미터 위쪽에 있는 정류장으로 향해 3시 22분경 도착하는 거로 번개나 다름없는 인제 안산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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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같은 윗남교 간이버스정류장으로 들어가, 버스 시간표를 찾아봤으나 없다. 일단 엉덩이와 모든 짐을 의자에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아침에 원통 터미널 대기실에서 찍은 버스 시간표 사진을 찾았다. 현재 시각 15시 22분, 진부령에서 출발하는 가장 가까운 시내버스는 15시 40분 차다. 그럼, 여기에 16시경 도착이다. 그다음 차는 17시 출발로 17시 20분경 도착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원통에서 동서울로 떠나는 차는 16시 30분 이후다. 대기 시간이 가장 짧은 건 16시 시내버스를 타고, 원통에서 16시 30분 차를 타는 거다. 그럼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배도 고프고, 폭염 속에 찜통 같은 간이 정류장에 빨리 떠나고 싶다. 해서, 대기 시간이 약간 길어지더라도 17시 20분 시내버스를 타고, 18시 20분 차를 타기로 했다. 원통에서 40분 가까이 대기하는 건 지금 기다리는 시간과 비슷하나, 환경은 훨씬 좋다.
결정이 났으니, 행동으로 옮겨, 조금 아래에 있는 '신의주 순대국밥'으로 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6시 30분까지 준비 시간이다. 혹시 과거에 붙인 안내를 떼지 않은 걸 수도 있어 문을 열어봤다. 요지부동이다. 허탈해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도로 건너편에도 식당이 있었다는 게 기억났다. 그리고 매점도. 해서 식당이 영업 중이면, 좋겠지만, 아니면, 매점에서 시원한 물이라도 사 마실 생각으로 터널을 지나, 도로 건너로 갔다. 역시 다 문을 안 열었다. 별수 없이 매점으로 들어가 막걸리 한 통과 삶은 달걀, 컵을 사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혼자 홀짝이고 있는데, 마을 주민이 버스를 타기 위해 오는 게 보인다. 그럼, 버스 도착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라, 서둘러 마시고 쓰레기는 힙색에 쑤셔 넣고, 조금 있으니, 빠른 속도로 버스가 오더니, 정류장을 지나친다.
다행히 동작이 빠른 마을 주민이 뛰어나가 버스를 부른 덕에 정류장에서 10여 미터 지나 차가 섰다. 물론 나도 그 뒤를 재빨리 쫓아 나가, 무사히 16시, 아니 15시 55분 버스를 타고, 원통으로 향해, 예정보다 7분 빠른 16시 13분에 도착했다. 이후 버스에서 내려 매표소로 가 16시 30분 동서울행 버스표를 샀다. 그리고 정시에 도착한 직행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향하는데, 홍천을 지나자, 차장을 빗방울이 때리기 시작해 서울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거로 알았다. 그런데, 막상 서울로 진입하니, 비가 그쳤다. 다행히 6시 45분경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전철을 이용해 서둘러 집으로 향해, 8시경 도착할 때까지 비는 산행 중 맞은 가랑비가 다로 운이 좋았다. 이후 산행에 흘린 땀과 묻은 먼지를 깨끗이 씻고, 고기를 구워 하산주를 마시는 거로 번개 안산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대로 '장수대 → 장수대 분소 → 대승폭포 → 대승령 → 안산 갈림길 → 안산 → 계곡 갈림길 → 십이선녀탕 계곡 → 두문폭포 → 복숭아탕폭포 → 응봉폭포 → 남교리 탐방지원센터 → 윗남교 버스 정류장'의 13.4km(트랭글) 구간을 6시간 47분 동안 탐험했다. 다만, 등산 앱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이동과 휴식 시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삼일절 무박으로 한계령 삼거리에서 시작한 서북능선 종주와 대승령부터 남교리까지 같은 코스를 거의 6개월 만에 다시 달린 산행으로, 겨울 설악과 여름 설악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가 내리는 여파인지 날이 흐려 계곡 너머 조망은 좋지 않았으나, 능선 위의 조망은 괜찮아 기대 이상의 절경을 감상했다.
안산 정상에서 광합성 중인 3마리의 살무사(삼용/三龍)를 만난 게 이번 산행 최고의 수확이다.
역시 국립공원은 언제 방문해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등산로에 조금만 더 갑판을 설치하면 땅을 밟지 않고 십이선녀탕 계곡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등산로가 망가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