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오늘 하루도 많은 일이 있었다. 아침에 수능 시험학교장 연수 겸 점심 식사가 있어서, 그곳에 참석하여 간단한 회의와 식사가 있었다. 수능 시험의 무결점을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님의 안정을 위해 무결점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막중함. 그래서 그런지 연수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학교에 돌아와, 좀 더디게 진행되는 공사 현장에 가보았다. 연결통로 바오롯길, 기초공사하면서 파냈던 곳을 메우는 과정에서 배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현장 소장이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 영어 듣기 평가 시험을 보고 있어서, 공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며, 끌탕을 하고 있었다. 상황 설명을 듣고 함께 짧게 기도하고, 교장실에 들러, 급한 결재를 하고, 진행되고 있는 사제관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가보았다. 어제에 이어 벽 방수 작업을 끝낸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했다. 일하는 사람은 없고, 공사 흔적만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요즘 사제관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어 속상하기도 하였다.
그 현장을 나와 곧바로 학교 뒷산, 비봉산을 올랐다. 오늘 위령의 날이라, 어느 어느 묘소에 가서 돌아가신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기 위해 발걸음 옮겼다. 날이 더워 땀이 이마에서 시작하여 목덜미를 거쳐 등줄기까지 흥건하게 타고 들어 갔다. 며칠 코로나에 걸려 힘들었던 몸이라, 땀이 더 많이 흘렀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 묘 5개 있었다. 몇 년전에 예비신학생들과 와서 기도했던 곳이다. 그때 예신들의 얼굴, 지금은 신학생이 된 친구들이 기억난다. 기도하고, 산을 돌아 보이는 묘소 몇 곳을 찾아가 기도하고, 산길을 내려와, 예쁜 가을을 입고 자랑하는 교정을 둘러본 다음, 곧바로 성당에 가서 준비된 위령의 날 미사를 올렸다.
착하고 열심한 행정실 직원들과 미사는 늘 가족적이라 기분이 좋다. 그리고는 다시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교장실으로 돌아와 결재한 다음, 최재완 교목 신부님과 함께 안성 추모공원(천주교)으로 향했다. 교구 성직자와 교우분들의 묘지가 있는 곳에 들러, 돌아가신 신부님들, 안법학교 역대 교장 신부님들, 잘 아는 신부님과 몇분의 묘소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숙사 신축에 대한 사항을 류진선 신부님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요 며칠 사이에, 진선관 기숙사 신축이 확정될 거라는 소식을 계속 듣고, 오늘은 더 확실한 소식을 들은 바가 있어서, 기쁜 마음에 알려 드리고 싶었다.
가는 길이 참으로 아름다웠고 이뻤다. 하늘도 단풍도, 옆에 탄 교목신부님의 얼굴도 영혼도 이뻐 보였다. 신부님들 묘소 앞에서 한분 한분의 사연을 아는대로 최 신부님에게 알려 드리고, 학교와 관련되거나 개인적은 관계된 분들 묘소 앞에서는 잠시 머물러 그분들의 살아 생전의 삶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부님들의 묘소를 다 돌아 본 다음, 류진선 신부님 묘소 앞에서 묻혀 계신 신부님들에게 두 번 절하고 간단한 기도를 하고, 추모공원 사무실로 내려와 담당 최석렬 신부님을 만났다. 같은 본당 출신 신부라, 만날 때마다 반갑다. 간단한 안부와, 11/29일 ‘안법고 특별 감사와 축복 미사’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학교를 위해 무언가 도와주고 싶다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최 신부님과 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 이런 저런 기쁜 소식을 듣고, 돌아가신 분들의 묘소를 방문 기도한 것에 서로 흐뭇이 여기며, 학교 오는 길에, 맛있다는 고깃집에 들러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그 자리에 서영준 교목신부님도 초대했더니, 흔쾌히 응해, 저녁 시간이 만찬이 되었다. 참으로 편한 신부님들이다. 고맙다. 신부님들이.
저녁 초대는 내가 했는데, 오늘 위령의 날 미사 예물을 받았다고 서영준 신부님이 식사비를 냈다. 그것도 고마웠다. 그렇게 재밌고 맛잇게 식사를 하고 학교에 와서, 착한 목자 예수님 상에 가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말씀드리고, 공베르 언덕길을 따라 있는 십자가 길을 바치며, 깊어가는 가을, 익어가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안법 정원에 가서, 류진선 신부님 공적비 앞에 서서, 또다시 류 신부님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드리고, 프리 허그 예수님 상 앞에 가서 꾸벅 인사한 다음, 예수님에 안기고, 안아 들이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는 교장실에 들러 못다 한 결재를 하고는 다시 운동장에 나와 안법의 가을 저녁, 단풍잎을 지르밟으며, 어제 있었던 문학의 밤을 기억해 내었다.
어제 문학의 밤은, 참으로 잘 된 행사 같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준비한 행사에 동문들과 장학회 회원과 운영위원회분들도 함께하여, 그 풍성함을 더했다. 한편으로 나 자신에게 미안한 어제의 문학의 밤이었다. 학생들이 준비한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고, 곳곳에 마련된 퀴즈나 부스 체험에 낯선 사람이 되는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안법 학생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님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이 문학을 얼마나 사랑하고 즐기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학을 통해 인생의 멋, 낭만, 지혜와 지식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고, 중간에 게임과 노래, 문학 골든벨 등은 정말 멋진 축제이다. 나의 고교 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다. 한편으로 이런 자리를 다 보지 못하고, 다른 일 때문에 함께 못하는 친구들이 아쉽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런 것을 보지 못하는 부모님도...
그렇게 하는 사이에 운동장 몇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평택 성당에 있는 사제관으로 차를 몰았다. 평택으로 퇴근하는 날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좀 피곤하지만, 즐기자는 마음으로 오면서 300만단 묵주기도에 함께 했다. 요즘 하루에 보통 20-30단의 묵주기도를 바치는 듯하다. 300만단의 묵주기도 은총을 지금 받고 있다는 마음으로.. 바치니 기분이 참 좋다.
그리고 중간에 영적은인회 윤 회장님과 통화하면서 돌아오는 토요일에 있는 영적은인회 성지순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전화하며 하루의 일과를 나누었다. 어머니와 하루 한번의 통화는 매번 정겹고 고맙다. 어머니의 사랑을 크게 느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전화 끝날 때, "사랑해"라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참 좋다. 행복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성당에 왔다. 성당 마당에 차가 꽉 차 있었다. 기도하는 신자들이 많다는 사인이다. 겨우 주차하고 사제관에 들어와 해야할 일을 하고,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아, 실내용 자전거를 타며 공베르 신부님의 서한집과 자료집을 읽었다. 공베르 신부님의 인간적인 모습, 착하심과, 당시에 일상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약간의 땀을 빼고 난 다음 씻고, 성무일도와 성월기도를 마치고, 오랜만에 글을 쓰고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내일 이른 아침 미사를 위해.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중간중간에 있었던 사연을 다 작성하려면, 이 밤이 다 지나도 하기 어렵다. 중간중간 사연에 하느님의 사랑, 성모님의 도움과 은혜, 많은 이들의 정성과 고마움, 거기에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기억까지 가득가득했다고 고백하며.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익어가는 안법교정
무르익은 은행잎이 떨어진 교정을 걸어봅니다.
사뭇 추워지는 수능 한파 날씨에!! 곧 수능을 치를 안법고등학교 수험생들이 생각납니다..ㅎㅎ
신부님들과 예비신학생들이 뒷산을 올라가 기도를 함깨 드렸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가물해가던 기억 속에서 신부님의 글을 통해서 떠올리게 된게 속상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더 기도하고 추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오늘입니다!
Gop근무중 순찰을 돌며, 그리고 박격포 훈련을 하며 분대원들과 후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다 어린나이에 군대에 끌려왔다는 생각을 함에도, 다 같이 힘내서 훈련하고 운동하고 일하고.. 굳은 상황에도! 흔들리면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와 관심으로 밖에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신부님들이! 앞으로도 행복하시고 ‘좋은 사람’으로써 살아가기를.
그렇게 해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풍경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기도드리겠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기를 기도드리며, 수험생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드립니다.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