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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외편(外編) - 달생편(達生篇)
장자는 앞서 지락편에서 열자의 말을 인용해 일종의 전생설(轉生說)을 말했다. 이것에 의하면 만물은 기(幾)라고 불리는 형체조차없는 오묘한 것에서 태어나고, 그것이 물가에 떨어지면 수초가 되어 갖가지 식물이나 곤충류로 전생하고, 차츰 새나 짐승이 되고, 마지막에는 인간이 된다. 그런 인간이 죽으면 또다시 본디의 기(幾)로 돌아 가고, 그곳으로부터 다시 수초가 생겨나듯, 무한의 순환을 되풀이 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장자는 죽음의 세계의 즐거움을 주장했고, 이것을 거듭 찬미했기 때문에 육조(六朝) 시대에 장자라고 하면, <죽음의 철학을 설파하는 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 달생편(달생편)은 두가지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무위자연인 것이 생을 온전히 마치는 최상의 길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위의 쌓 아 올림에 의해 얻어 지는 숙련자연(熟練自然), 바꾸어 말한다면 인위를 포함한 유의자연을 주장하고 있다. 이 양자는 모두 후기 도가의 사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1. <삶을 잊으면 정신이 손상받지 않는다>
達生之情者(달생지정자)
삶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타고난 본성으로서,
不務生之所无以爲(불무생지소무이위)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達命之情者(달명지정자)
천명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命之所无奈何(불무명지소무내하)
운명으로써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養形必先之以物(양형필선지이물)
육체를 보양하려면 반드시 먼저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物有餘而形不養者有之矣(물유여이형불양자유지의)
남아 도는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육체를 보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有生必先无離形(유생필선무리형)
삶을 지탱하자면 반드시 먼저 육체를 손상시키지 말아야 할 것인데,
形不離而生亡者有之矣(형불리이생망자유지의)
육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삶을 잃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生之來不能却(생지래불능각)
삶이 태어나는 것은 아무도 물리칠 수 없는 것이며,
其去不能止(기거불능지)
삶이 떠나버리는 것도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다.
悲夫(비부) 世之人以爲養形足以存生(세지인이위양형족이존생)
슬프구나! 세상 사람들은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써
충분히 삶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而養形果不足以存生(이양형과부족이존생)
그러나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써는
진실로 삶을 보존하기에 족하지 않다고 한다면,
則世奚足爲哉(즉세해족위재)
세상에 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雖不足爲而不可不爲者(수부족위이불가불위자)
비록 할 만한 것이 못되는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其爲不免矣(기위불면의)
육체를 보양하는 데 대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夫欲免爲形者(부욕면위형자)
육체를 보양하려는 생각을 버리려 한다면,
莫如棄世(막여기세)
세상일을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棄世則无累(기세즉무루)
세상일을 버리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게 되는 것이다.
无累則正平(무루즉정평)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 마음이 바르고 평안해진다.
正平則與彼更生(정평즉여피갱생)
마음이 바르고 평안하면 자연과 더불어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될 것이다.
更生則幾矣(갱생즉기의)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되면 거의 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事奚足棄而生奚足遺(사해족기이생해족유)
세상일은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버려지고
삶은 일부러 잊지 않아도 잊어져야 한다.
棄事則形不勞(기사즉형불로)
일을 버리면 곧 육체가 고생스럽지 않게 되고,
遺生則精不虧(유생즉정불휴)
삶을 잊으면 곧 정신이 손상 받지 않는다.
夫形全精復(부형전정복)
육체가 완전하고 정신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면,
與天爲一(여천위일)
자연과 일체가 되게 될 것이다.
天地者(천지자) 萬物之父母也(만물지부모야)
하늘과 땅은, 만물의 부모이다.
合則成體(합즉성체)
하늘의 양과 땅의 음의 기운이 합쳐지면 형체가 이룩되고,
散則成始(산즉성시)
흩어지면 처음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이루게 된다.
形精不虧(형정불휴)
육체와 정신이 손상됨이 없는 것,
是謂能移(시위능이)
이것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옮아가는 것이라 한다.
精而又精(정이우정)
그래서 정신의 정순함이 극점에 이르면,
反以相天(반이상천)
본원으로 돌아가서 하늘의 활동을 돕게 되는 것이다.
2. <몸과 정신을 자연스런 상태로 두어라>
子列子問關尹曰(자열자문관윤왈)
열자가 관윤에게 물었다.
至人潛行不窒(지인잠행부질) 蹈火不熱(도화불열)
“지인은 물 속에 들어가도 숨막히지 않고, 불을 밟아도 뜨겁지 않으며,
行乎萬物之上而不慄(행호만물지상이불율)
만물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請問何以至於此(청문하이지어차) 關尹曰(관윤왈)
어떻게 하여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관윤이 말했다.
是純氣之守也(시순기지수야)
“그것은 정순한 기운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非知巧果敢之列(비지교과감지렬) 居(거) 予語汝(여어여)
지혜와 기교나 과단성과 용기로써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凡有貌象聲色者(범유모상성색자) 皆物也(개물야)
모든 모습과 모양과 소리와 색채를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 물건인 것이다.
物與物何以相遠(물여물하이상원)
물건과 물건이 어찌 서로 사이가 멀겠는가?
夫奚足以至乎先(부해족이지호선)
어찌 그중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是形色而已(시형색이이)
그것들은 형태와 빛깔에 의하여 차이가 결정될 따름인 것이다.
則物之造乎不形而止乎无所化(즉물지조호불형이지호무소화)
그런데 물건의 형체가 이루어지기 전의 원초적인 경지에 이르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경지에 머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夫得是而窮之者(부득시이궁지자)
이러한 경지를 체득하여 추궁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物焉得而止焉(물언득이지언)
다른 물건이 어떻게 그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겠는가?
彼將處乎不淫之度(피장처호불음지도)
그런 지극한 사람은 자기 분수에 지나치지 않는 경지에 처신하고,
而藏乎无端之紀(이장호무단지기)
무한히 변화하는 법도에 몸을 맡기고,
遊乎萬物之所終始(유호만물지소종시)
만물이 시작되고 끝나는 변화 속에 노닌다.
壹其性(일기성) 養其氣(양기기)
그의 본성을 순일(純一)케 하고, 그의 정기를 기르고,
合其德(합기덕) 以通乎物之所造(이통호물지소조)
그의 덕을 자연에 합치시키어, 만물이 이룩되는 조화에 통달하는 것이다.
夫若是者(부약시자) 其天守全(기천스전)
이러한 사람은, 천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 완전하며,
其神無卻(기신무각) 物奚自入焉(물해자입언)
그의 정신에는 틈이 없는 것이니, 물건이 어디로부터 그에게 개입하겠는가?
夫醉者之墜車(부취자지추거) 雖疾不死(수질불사)
술에 취한 사람은 수레에서 떨어져도, 다치기는 할지언정 죽지는 않는다.
骨節與人同而犯害與人異(골절여인동이범해여인이)
몸의 골절은 다른 사람과 같지만 그를 손상시키는 점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其神全也(기신전야)
술 취한 사람의 정신은 완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乘亦不知也(승역부지야)
그는 수레에 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墜亦不知也(추역부지야)
떨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死生驚懼不入乎其胸中(사생경구불입호기흉중)
죽음과 삶, 놀람과 두려움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으므로,
是故遻物而不慴(시고오물이불습)
어떤 물건에 부딪친다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彼得全於酒而猶若是(피득전어주이유약시)
그는 술에 의하여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것이다.
而況得全於天乎(이황득전어천호)
그러니 하물며 자연에 의해서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은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聖人藏於天(성인장어천) 故莫之能傷也(고막지능상야)
성인은 자연에 몸을 담고 있으므로, 아무 것도 그를 손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復讐者不折鏌干(복수자부절막간)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도 원수의 칼까지 꺾지는 않으며,
雖有忮心者不怨飄瓦(수유기심자불원표와)
비록 성을 잘 내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바람에 날려 온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是以天下平均(시이천하평균)
그러므로 물건처럼 무심한 지경에 이르면 온 천하가 태평하게 되는 것이다.
故无攻戰之亂(고무공전지란)
그러므로 남을 공격하여 싸우는 혼란이 없어지고,
无殺戮之刑者(무살륙지형자) 由此道也(유차도야)
사람을 죽이는 형벌이 없어지자면, 이 길을 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不開人之天(불개인지천)
인위적인 자연을 개발시키지 아니하고,
而開天之天(이개천지천) 開天者德生(개천자덕생)
자연스러운 자연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덕이 생겨날 것이고,
開人者賊生(개인자적생)
인위적인 것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생겨날 것이다.
不厭其天(불염기천) 不忽於人(불물어인)
자연스러움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인위적인 것을 삼갈 줄 알아야만 한다.
民幾乎以其眞(민기호이기진)
그러면 백성들은 거의 그의 천진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3. <자연의 도를 통하는 데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仲尼適楚(중니적초) 出於林中(출어림중)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 길에, 숲속을 벗어나다가,
見痀僂者承蜩(견구루자승조) 猶掇之也(유철지야)
곱사등이 한 사람이 매미를, 줍듯이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仲尼曰(중니왈)
공자는 말했다.
子巧乎(자교호) 有道邪(유도야)
"당신은 교묘하구료, 무슨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曰(왈) 我有道也(아유도야)
말하기를, "방법이 있습니다.
五六月累丸二而不墜(오뉴월루환이루불추)
오뉴월에 장대끝에 둥근 것을 두 개 포개고 떨어뜨리지 않게 하면,
則失者錙銖(즉실자치수)
실수가 매우 적소.
累三而不墜(누삼이불추) 則失者十一(즉실자십일)
셋을 포개고서 떨어뜨리지 않게 하면, 실수는 열에 하나이고,
累五而不墜(누오이불추) 猶掇之也(유철지야)
다섯 개를 포개고서 떨어뜨리지 않게 하면, 마치 줍듯이 된다오.
吾處身也(오처신야) 若厥株拘(약궐주구)
나는 몸을 두는 것이, 말뚝이나 나무 그루터기와 같고,
吾執臂也(오집비야) 若槁木之枝(약고목지지)
내 잡은 팔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오.
雖天地之大(수천지지대) 萬物之多(만물지다)
비록 천지가 크고, 만물의 종류가 제아무리 많다 하여도,
而唯蜩翼之知(이유조익지지) 吾不反不側(오불반불측)
오직 매미의 날개만 알 뿐, 옆을 돌아 보거나 몸을 돌리지도 않고,
不以萬物易蜩之翼(불이만물역조지익)
다만 매미의 날개만 마음속에 두고 있는데,
何爲而不得(하위이부득)
어찌 이를 잡지 못할 리가 있겠소!"
孔子顧謂弟子曰(공자고위제자왈)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用志不分(용지불분) 乃凝於神(내응어신)
"뜻을 모아 정신을 흩뜨리지 않는다면, 곧 신과 같아진다고 했지만,
其痀僂丈人之謂乎(기구루장인지위호)
그것은 곱사등이 노인을 두고 이르는 말일 것이다"
4. <외물에 마음이 사로 잡히지 않아야 한다>
顔淵問仲尼曰(안연문중니왈)
안연이 공자에게 물었다.
吾嘗濟乎觴深之淵(오상제호상심지연)
"저는 일찍이 상심(觴深)이란 깊은 못을 건넜는데,
津人操舟若神(진인조주약신)
뱃사공의 배 다루는 솜씨가 귀신 같았습니다.
吾問焉(오문언) 曰(왈)
제가 물었더니 말하였습니다.
操舟可學邪(조주가학야) 曰(왈)
‘배 다루는 법도 배울 수가 있는 것이오?’ 했더니, 대답하기를,
可(가)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그렇소. 잘 헤엄치는 자라면 몇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능통하게 되오.
若乃夫沒人(약내부몰인)
만일 잠수를 하는 사람이라면,
則未嘗見舟而便操之也(즉미상견주이편조지야)
아직 배를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 다룰 수 있소’ 하고는,
吾問焉而不吾告(오문언이불오고)
제가 그 까닭을 물어도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敢問何謂也(감문하위야)
어째서 그렇게 말한 것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仲尼曰(중니왈)
공자는 대답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헤엄 잘 치는 자가 몇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능통해 진다는 것은,
忘水也(망수야)
물을 잊기 때문이고,
若乃夫沒人之未嘗見舟而便操之也(약내부몰인지미상견주이편조지야)
그 잠수하는 사람이 아직 배를 보지 못했다 해도 배를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은,
彼視淵若陵(피시연약릉)
그가 깊은 못을 언덕과 같이 보기 때문이고,
視舟之覆猶其車却也(시주지복유기거각야)
배의 전복도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정도로 밖에 보지 않기 때문이다.
覆却萬方陳乎前而不得入其舍(복각만방진호전이부득입기사)
뒤집히고 뒷걸음치는 등 많은 일이 눈앞에 펼쳐 지더라도
그런 것이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惡往而不暇(오왕이불가)
어디에 간들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냐.
以瓦注者巧(이와주자교) 以鉤注者憚(이구주자탄)
질그릇을 쏘면 잘 맞고, 띠쇠를 쏘면 마음이 흔들려 잘 맞지 않고,
以黃金注者殙(이황금주자혼)
황금을 쏘면 눈이 어두워 진다.
其巧一也(기교일야) 而有所矜(이유소긍)
그 재주는 한 가지인데, 아끼는 마음이 있어,
則重外也(즉중외야)
외물(外物)만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凡外重者內拙(범외중자내졸)
무릇 외물만 존중하면 속은 졸렬해지는 것이다"
5. <양생을 위해서는 일상 생활이 중요하다>
田開之見周威公(전개지견주위공) 威公曰(위공왈)
전개지(田開之)가 주(周) 위공(威公)을 뵈었을 때, 위공이 말했다.
吾聞祝腎學生(오문축신학생)
"내가 듣건대 축신(祝腎)은 양생의 도를 배우고 있다고 하오.
吾子與祝腎游(오자여축신유) 亦何聞焉(역하문언)
그대는 축신과 사귀면서, 무슨 말을 들었는가?"
田開之曰(전개지왈)
전개지가 말했다.
開之操拔篲以侍門庭(개지조발혜이시문정)
"저는 빗자루나 잡고 문 앞 뜰에 모시고 있었을 뿐이니,
亦何聞於夫子(역하문어부자)
무엇을 선생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威公曰(위공왈)
위공이 말했다.
田子无讓(전자무양) 寡人願聞之(과인원문지)
"전공은 사양하지 마시오. 과인은 듣기를 원하오"
開之曰(개지왈)
개지가 대답했다.
聞之夫子曰(문지부자왈) 善養生者(선량생자)
"제가 선생께 들은 바로는, 양생을 잘 하는 자는,
若牧羊然(약목양연)
마치 양을 치는 것과 같으며,
視其後者而鞭之(시기후자이편지)
뒤떨어지는 자를 보면 채찍질을 한다고 했습니다"
威公曰(위공왈) 何謂也(하위야)
위공이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가?"
田開之曰(전개지왈) 魯有單豹者(노유선표자)
전개지가 대답했다. "노나라에 선표(單豹)라는 자가 있었는데,
巖居而水飮(엄거이수음) 不與民共利(불여민공리)
동굴에 살며 물만 마시고, 세상 사람들과 이(利)를 다투지 않았습니다.
行年七十而猶有嬰兒之色(행년칠십이유유영아지색)
그래서 70세나 되었으면서도 피부가 아직 갓난애와 같았지요.
不幸遇餓虎(불행우아호)
그런데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餓虎殺而食之(아호살이식지)
그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고 말았습니다.
有張毅者(유장의자)
또 장의(張毅)라는 자가 있었는데,
高門縣薄(고문현박)
고귀한 사람이 사는 저택 앞을 지날 때는,
无不走也(무부주야)
반드시 종종걸음으로 지나가 경의를 표한다는 예의바른 인물이었지만,
行年四十而有內熱之病以死(행년사십이유내열지병이사)
나이 40세에 열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豹養其內而虎食其外(표양기내이호식기외)
선표는 자기 몸의 속을 잘 길렀지만 호랑이가 그 몸의 밖을 먹어 버렸고,
毅養其外而病攻其內(의양기외이병공기내)
장의는 그 몸의 밖을 잘 길렀지만 열병이 그 속을 침범했던 것입니다.
此二子者(차이자자) 皆不鞭其後者也(개불편기후자야)
이 두 사람은, 모두 그 뒤지는 것을 채찍질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仲尼曰(중니왈) 无入而藏(무입이장)
공자도 말하기를, ‘속을 기르는 데 치우치지 말고 밖을 길러,
无出而陽柴立其中央(무출이양시립기중앙)
드러내지 않도록 하며 마른 섶처럼 무심하게 그 중앙에 서라’고 했습니다.
三者若得(삼자약득)
만약 이 세가지를 자득한다면,
其名必極(기명필극)
그 이름은 반드시 지극한 데까지 이르게 될 것입니다
夫畏塗者(부외도자) 十殺一人(십살일인)
대체로 위험한 길을 갈 때, 열 중에 한 사람이라도 죽게 된다면,
則父子兄弟相戒也(즉부자형제상게야)
부자 형제가 서로 조심하라고 경계해 가면서,
必盛卒徒而後敢出焉(필성졸도이후감출언) 不亦知乎(불역지호)
반드시 무리를 거느리고서야 출입을 할 것입니다. 이도 현명한 지혜입니다.
人之所取畏者(인지소취외자) 袵席之上(임석지상) 飮食之間(음식지간)
그러나 사람으로 가장 겁내야 할 것은, 부부의 잠자리나 음식을 들 때로서,
而不知爲之戒者(이부지위지계자) 過也(과야)
이를 조심하지 않는다면 양생의 도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6. <모든 생명은 본성대로 편안히 살기를 원한다>
祝宗人玄端以臨牢筴(축종인현단이임뢰협) 說彘曰(설체왈)
축종인(祝宗人)이 검은 예복을 입고 돼지 우리에 이르러 돼지에게 말했다.
汝奚惡死(여해오사)
"네가 어찌 죽음을 싫어한단 말인가!
吾將三月[牛+豢]汝(오장삼월환여) 十日戒(십일계)
나는 바야흐로 너를 석달 동안 길러주고, 열흘 동안 부정한 일을 멀리하고,
三日齊(삼일제) 藉白茅(자백모)
사흘 동안 몸을 깨끗이 한 다음, 흰 띠풀을 깔고,
加汝肩尻乎彫俎之上(가여견고호조조지상)
더하여 아름답게 조각된 상위에 네 엉덩이와 어깨를 놓이게 해줄 것이다.
則汝爲之乎(즉여조지호)
그런데 너는 그리 되고 싶지 않느냐?"
爲彘謀(위체모)
돼지를 위한다면,
曰不如食以糠糟而錯之牢筴之中(일불여식이강조이착지뢰협지중)
겨나 지게미를 먹더라도 돼지우리 속에 놓아두는 것만 못하다고 할 것이다.
自爲謀(자위모)
사람은 그 자신을 위할 때,
則苟生有軒冕之尊(즉구생유헌면지존)
구차하게 사느니보다 높은 벼슬에 올라 받들어 지고,
死得於豚楯之上(사득어돈순지상) 聚僂之中則爲之(취루지중즉위지)
죽어서는 조각된 수레에 태워져, 훌륭한 관속에 들어가려 한다.
爲彘謀則去之(위체모즉거지)
돼지를 위해서는 편안한 삶을 물리치면서,
自爲謀則取之(자위모즉취지)
자기를 위해서는 그것을 취하려 하고 있으니,
所異彘者何也(소이체자하야)
사람 자신을 위하는 것과 돼지를 위하는 것이 다른 것은 무엇인가?
7. <사람의 병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桓公田於澤(환공전어탁)
환공이 늪에서 사냥을 할 때,
管仲御(관중어) 見鬼焉(견귀언)
관중이 어자가 되어 있었는데, 환공은 귀신을 보았다.
公撫管仲之手曰(공무관중지수왈)
환공이 관중의 손을 어루 만지며 말했다.
仲父何見(중부하견)
"중부께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소?"
對曰(대왈) 臣无所見(신무소견)
관중이 대답했다. "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公反(공반)
환공은 궁에 돌아 왔지만,
誒詒爲病(희태위병) 數日不出(수일불출)
병이 나서 한숨만 쉴 뿐, 며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齊士有皇子告敖者曰(제사유황자고오자왈)
제나라의 현인 황자고오(皇子告敖)라는 사람이 환공을 보고 말했다.
公則自傷(공즉자상) 鬼惡能傷公(귀오능상공)
"공께서는 스스로 병을 만든 것이지, 귀신이 어찌 공을 병들게 하겠습니까?
夫忿滀之氣(부분축지기) 散而不反(산이불반)
가슴속에 답답하게 맺힌 기(氣)가, 흩어져 돌아오지 않으면,
則爲不足(즉위부족)
기가 모자라게 됩니다.
上而不下(상이불하)
그 기가 위로 올라 갔다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면,
則使人善怒(즉사인선노)
사람은 곧잘 성을 내게 되고,
下而不上(하이불상) 則使人善忘(즉사인선망)
그 기가 내려 갔다가 올라 오지 않으면, 사람은 곧잘 잊게 됩니다.
不上不下(불상불하)
위로 올라 가지도 않고 아래로 내려 가지도 않은 채,
中身當心(중신당심) 則爲病(즉위병)
몸의 가운데서 가슴에 맺히면, 병이 됩니다"
桓公曰(환공왈) 然則有鬼乎(연즉유귀호)
환공이 말했다. "그럼 귀신이란 있는 것인가?"
曰(왈) 有(유) 沈有履(심유리)
"있습니다. 진흙탕물에는 이(履)라는 귀신이 있고,
灶有髻(조유결)
부뚜막에는 결(髻)이라는 귀신이 있고,
戶內之煩壤(호내지번양) 雷霆處之(뇌정처지)
집안의 쓰레기 통에는, 뇌정(雷霆)이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東北方之下者(동북방지하자) 倍阿鮭蠪躍之(배아해롱약지)
또 동북간의 아래쪽에는, 배아(倍阿)와 해롱(鮭蠪)이라는 귀신이 날뛰고 있고,
西北方之下者(서북방지하자) 則泆陽處之(즉일양처지)
서북간의 아래쪽에는, 일양(泆陽)이라는 귀신이 살고 있습니다.
水有罔象(수유망상) 丘有峷(구유신) 山有夔(산유기)
또 물에는 망상(罔象)이 있고, 구릉에는 신(峷)이 있고, 산에는 기(夔)가 있으며,
野有彷徨(야유방황) 澤有委蛇(택유위이)
들에는 방황(彷徨)이 있고, 늪에는 위이(委蛇)가 있습니다"
公曰(공왈) 請問(청문) 委蛇之狀何如(위사지상하여)
환공이 말했다. "그럼 묻겠는데, 위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겼소?"
皇子曰(황자왈)
황자고오가 말했다.
委蛇(위사) 其大如轂(기대여곡) 其長如轅(기장여원)
"위이는 그 크기가 수레바퀴 통만 하고, 길이가 수레의 멍에만 하며,
紫衣而朱冠(자의이주관)
자줏빛 옷에 붉은 관을 쓰고 있습니다.
其爲物也(기위물야) 惡聞雷車之聲(오문뢰거지성)
모양은 그렇지만, 천둥과 수레소리를 싫어하여 그 소리를 들으면,
則捧其首而立(즉봉기수이립) 見之者殆乎覇(견지자태호패)
고개를 들고 일어 나므로, 이를 본 자는 패자가 된다고 합니다"
桓公辴然而笑曰(환공진연이소왈)
환공은 껄껄 웃고서 말했다.
此寡人之所見者也(차과인지소견자야)
"그것은 바로 과인이 본 것이오"
於是正衣冠與之坐(어시정의관여지좌)
그러고는 바르게 의관을 갖추고서 황자고오와 더불어 앉아 있었는데,
不終日而不知病之去也(부종일이부지병지거야)
그 날이 다 가기도 전에 어느덧 병이 사라졌다.
8. <단계적으로 수양을 쌓아 완전한 덕을 지녀야 한다>
紀渻子爲王養鬪鷄(기성자위왕량투계)
기성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十日而問(십일이문)
10일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鷄可鬪已乎(계가투이호)
"닭은 쓸 만한가?"
曰(왈) 未也(미야)
"아직 멀었습니다.
方虛憍而恃氣(방허교이시기)
지금은 교만하여 허세만 부리고 자기의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十日又問(십일우문)
십일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曰(왈) 未也(미야)
"아직 멀었습니다.
猶應嚮景(유응향경)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그림자만 보아도 덤벼들려고 합니다"
十日又問(십일우문)
십일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曰(왈) 未也(미야)
"아직 멀었습니다.
猶疾視而盛氣(유질시이성기)
다른 닭의 모습을 보면 노려보고 기운이 성합니다"
十日又問(십일우문)
십일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曰(왈) 幾矣(기의)
"이젠 됐습니다.
鷄雖有鳴者(계수유명자)
옆에서 다른 닭이 아무리 울며 싸움을 걸어와도,
已无變矣(이무변의)
전혀 움직이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望之似木鷄矣(망지사목계의)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其德全矣(기덕전의)
비로소 덕이 온전해졌습니다.
異鷄无敢應(이계무감응)
이렇게 되면 어떤 닭도 감히 당하지 못하고,
見者反走矣(견자반주의)
모습만 보아도 오히려 달아나고 말 것입니다"
9. <사사로움을 버리고 자연의 움직임에 맡겨라>
孔子觀於呂梁(공자관어여량) 縣水三十仞(현수삼십인)
공자가 여량(呂梁)을 구경했는데, 거기에는 30길의 물이 걸려 있고,
流沫四十里(유말사십리)
거품을 일으키며 흐르는 물이 40리에 이르러,
黿鼉魚鱉之所不能游也(원타어별지소불능유야)
자라나 악어 또는 물고기라도 헤엄을 칠 수 없었다.
見一丈夫游之(견일장부유지)
그런데 한 남자가 헤엄을 치는 것을 보고는,
以爲有苦而欲死也(이위유고이욕사야)
그가 괴로운 사정이 있어 죽으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使弟子竝流而拯之(사제자병류이증지)
제자를 시켜 물길을 따라가서 구해 주라고 하였다.
數百步而出(수백보이출)
그런데 그 남자는 스백 보를 헤엄치다 나와서는,
被髮行歌而游於塘下(피발행가이유어당하)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노래를 불러가며 방죽 아래서 쉬고 있었다.
孔子從而問焉(공자종이문언) 曰(왈)
공자는 다가가서 물었다. 말하기를,
吾以子爲鬼(오이자위귀) 察子則人也(찰자즉인야)
"나는 당신이 귀신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구료.
請問(청문) 蹈水有道乎(도수유도호)
묻겠는데, 헤엄치는 데 무슨 방법이 있소?"
曰(왈)
대답하기를,
亡(무) 吾无道(오무도) 吾始乎故(오시호고)
"없소. 나에게 방법이라는 것은 없소. 나는 평소의 습관대로 시작하고,
長乎性(장호성) 成乎命(성호명)
자연의 본성대로 나아가고, 자연의 천명대로 이루고 있을 뿐이오.
與齊俱入(여제구입) 與汨偕出(여골해출)
나는 소용돌이와 함께 물 속에 들어가고, 솟는 물과 함께 나오고,
從水之道而不爲私焉(종수지도이불위사언)
물길을 따라가며 전혀 내 힘을 쓰지 않소.
此吾所以蹈之也(차오소이도지야)
이것이 내가 이곳에서 헤엄칠 수 있는 까닭이오"
孔子曰(공자왈)
공자가 말했다.
何謂始乎故(하위시호고)
"평소의 습관대로 시작하고,
長乎性(장호성) 成乎命(성호명)
본성대로 나아가고, 천명대로 이루어 진다 함은 무슨 의미요?"
曰(왈)
그 남자가 대답했다.
吾生於陵而安於陵(오생어릉이안어릉) 故也(거야)
"내가 언덕에서 태어나 언덕에서 평안히 있음이, 습관이고,
長於水而安於水(장어수이안어수) 性也(성야)
물에서 물의 본성대로 평안히 있음이, 본성이고,
不知吾所以然而然(부지오소이연이연) 命也(명야)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까닭을 모르는 것이, 천명이라오"
10. <자연의 이치에 따라 합치되면 신기에 이른다>
梓慶削木爲鐻(재경삭목위거) 鐻成(거성)
재경(梓慶)이 나무를 깎아 북받침대를 만들었다. 북받침대가 완성되자,
見者驚猶鬼神(견자경유귀신)
사람들은 이를 보고 귀신과 같은 솜씨라고 놀랐다.
魯侯見而問焉(노후견이문언) 曰(왈)
노나라 임금이 보고서, 물었다.
子何術以爲焉(자하술이위언)
"너는 어떤 재주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對曰(대왈)
재경이 대답했다.
臣工人(신공인) 何術之有(하술지유) 雖然(수연) 有一焉(유일언)
"신은 한낱 목수인데, 무슨 재주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는 있습니다.
臣將爲鐻(신장위거) 未嘗敢以耗氣也(미상감이모기야)
신이 바야흐로 북받침대를 만들려고 하면, 절대로 기운을 소모하지 않습니다.
必齊以靜心(필제이정심)
반드시 재계하여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
齊三日(제삼일) 而不敢懷慶賞爵祿(이불감회경상작록)
사흘을 재계하면, 상이나 벼슬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고,
齊五日(제오일) 不敢懷非譽巧拙(불감회비예교졸)
닷새를 재계하면, 비난과 명예 또는 기교나 서투름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고,
齊七日(제칠일) 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첩연망오유사지형체야)
이레를 재계하면, 꼿꼿하게 서서 움직이지 않게 되어
나의 사지와 형체가 있는 것도 잊게 됩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无公朝(무공조)
이와 같이 되면, 전혀 무심의 상태라 조정의 권세 같은 것은 없고,
其巧專而而滑消(기교전이이골소)
그 기술에 전념하여 마음을 어지럽히는 외계의 사물같은 것은 사라지고 맙니다.
然後入山林(연후입산림) 觀天性(관천성)
그런 뒤에야 산림에 들어가, 나무 본래의 자연스런 성질이나,
形軀至矣(형구지의)
모양이 뛰어난 재목을 찾게 됩니다.
然後成見鐻(연후성견거) 然後加手焉(연후가수언)
그런 뒤에 마음속으로 구상을 하고, 손을 대는 것인데,
不然則已(불연즉이)
그렇지 못하다면 중지하게 됩니다.
則以天合天(즉이천합천)
이와 같이 나무의 본성과 저의 본성이 일치되어야,
器之所以疑神者(기지소이의신자)
만든 북받침대가 귀신이 만든 것 같다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其由是與(기유시여)
그 이유는 이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11. <본성을 무시한 인위적 기교는 실패하게 된다>
東野稷以御見莊公(동야직이어견장공)
동야직(東野稷)이 말 부리는 솜씨로 장공(莊公)을 만났다.
進退中繩(진퇴중승)
전진과 후퇴가 먹줄을 친 듯이 곧고,
左右旋中規(좌우선중규)
좌우로 도는 것이 그림쇠로 그리듯 정확했다.
莊公以爲文弗過也(장공이위문불과야)
장공은 문양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使之鉤百而反(사지구백이반)
갈고리 같은 곡선을 100번 돌고서 오라고 하였다.
顔闔遇之(안합우지) 入見曰(입견왈)
안합(顔闔)이 이 모양을 보고, 장공을 뵙고 말했다.
稷之馬將敗(직지마장패)
"직의 말은 곧 쓰러질 것입니다"
公密而不應(공밀이불응) 少焉(소언)
장공은 조용히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있다가,
果敗而反(과감이반)
과연 말이 쓰러지고 동야직은 돌아 왔다.
公曰(공왈)
장공이 안합에게 물었다.
子何以知之(자하이지지)
"그대는 무엇으로써 이것을 알았는가?"
曰(왈)
안합이 대답했다.
其馬力竭矣(기마력갈의) 而猶求焉(이유구언)
"그 말의 힘이 다했는데도, 계속해서 달리게 했기 때문에,
故曰敗(고왈패)
이런 까닭에서 쓰러진다고 한 것입니다"
12. <마음과 외물이 동화되면 가장 편안하다>
工倕旋而蓋規矩(공수선이개규구)
공수(工倕)는 도면을 그릴 때 그림쇠나 곱자보다도 정확했다.
指與物化而不以心稽(지여물화이불이심계)
손가락이 만물의 변화와 더불어 움직이기 때문에 마음에 생각이 끼여들지 않고,
故其靈壹一而不桎(고기령대일이부질)
따라서 그 마음은 하나가 되어 막힘이 없었다.
忘足(망족) 屨之適也(구지적야)
발이 있음을 잊게 되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며,
忘要(망요) 帶之適也(대지적야)
허리가 있음을 잊게 되는 것은, 띠가 꼭 맞기 때문이며,
忘是非(망시비) 心之適也(심지적야)
지각(知覺)이 옳고 그름을 잊게 되는 것은, 마음에 꼭 맞기 때문이고,
不內變(불내변) 不外從(불외종)
안으로 마음에 변화가 없고, 밖으로 외물에 좌우되지 않는 것은,
事會之適也(사회지적야)
일에 즈음하여 그것에 맞기 때문이다.
始乎適而未嘗不適者(시호적이미상부적자)
스스로 알맞다는 데서 시작하고 알맞지 않은 것이 없음은,
忘適之適也(망적지적야)
그 알맞음도 잊어 버리는 자적(自適)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13. <자신의 수양과 용기를 남에게 보이지 말라>
有孫休者(유손휴자)
손휴(孫休)란 자가 있었는데,
踵門而詫子扁慶子曰(종문이타자편경자왈)
편경자(扁慶子)의 집에 몸소 찾아가서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休居鄕不見謂不修(휴거향불견위불수)
"저는 고향에 살면서 수양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臨難不見謂不用(임난불견위불용)
어려운 일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然而田原不遇歲(연이전원불우세)
그러나 경작을 해도 풍년을 만나지 못하고,
事君不遇世(사군불우세)
임금을 섬겨도 때를 만나지 못하며,
賓於鄕里(빈어향리) 逐於州部(축어주부)
고향에서는 배척을 당하고, 고을에서는 쫓겨 났습니다.
則胡罪乎天哉(즉호죄호천재) 休惡遇此命也(휴오우차명야)
대체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는 이런 운명을 만나야만 합니까?"
扁子曰(편자왈)
편자가 말했다.
子獨不聞夫至人之自行邪(자독불문부지인지자행야)
"그대는 저 지인(至人)의 행동에 대해 듣지 못했는가.
忘其肝膽(망기간담) 遺其耳目(유기이목)
그는 자신의 간과 쓸개도 잊어 버리고, 눈과 귀까지도 잊어 버리고서,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세속의 밖에서 정신마저 없이 헤매고,
逍遙乎无事之業(소요호무사지업)
아무런 하는 일없는 가운데 소요한다오.
是謂爲而不恃(시위위이불시)
이를 일러 본성에 따르면서도 그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부재)
만물을 성장시켜도 그 공에 머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오.
今汝飾知以驚愚(금여식지이경우)
그런데 그대는 지금 지식을 꾸며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修身以明汚(수신이명오)
몸을 닦아 남의 더러운 행실을 드러내고,
昭昭乎若揭日月而行也(소소호약게일월이행야)
밝은 해와 달을 높이 쳐들고 있는 듯이 하고있다.
汝得全而形軀(여득전이형구) 具而九竅(구이구규)
그대가 몸을 온전하게 가진 채, 아홉 구멍을 갖추고,
无中道夭於聲盲跛蹇而比於人數(무중도요어성맹파건이비어인수)
도중에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는 재난도 없이
亦幸矣(역행의)
사람축에 들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이오.
又何暇乎天之怨哉(우하가호천지원재) 子往矣(자왕의)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한단 말인가! 그대는 돌아가라"
孫子出(손자출) 扁子入(편자입) 坐有間(좌유간) 仰天而歎(앙천이탄)
손휴가 나가고, 편자는 들어가 앉았다가, 잠시후에,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했다.
弟子問曰(제자문왈) 先生何爲歎乎(선생하위탄호)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扁子曰(편자왈)
편자가 말했다.
向者休來(향자휴래) 吾告之以至人之德(오고지이지인지덕)
"조금전 손휴가 왔을 때, 나는 지인(지인)의 덕을 일러 주었는데,
吾恐其驚而遂至於惑也(오공기경이수지어혹야)
나는 그가 이 말을 듣고 놀라서 미혹(迷惑)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弟子曰(제자왈)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孫子之所言是邪(손자지소언시야)
"그렇지가 않습니다. 손휴의 말이 옳고,
先生之所言非邪(선생지소언비야)
선생님의 말씀이 틀렸다 하더라도,
非固不能惑是(비고불능혹시)
틀린 것이 옳은 것을 미혹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孫子所言非邪(손자소언비야) 先生所言是邪(선생소언시야)
또 손휴의 말이 틀리고,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고 하면,
彼固惑而來矣(피고혹이래의) 又奚罪焉(우해죄언)
그는 애당초 미혹되어서 왔을테니, 어찌 또 그것이 허물이 되겠습니까?
扁子曰(편자왈)
편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昔者有鳥止於魯郊(석자유조지어로교)
"그렇지가 않다. 옛날에 어떤 노새가 노나라 교외에 와서 앉았는데,
魯君說之(노군열지) 爲具太牢而饗之(위구태뢰이향지)
노나라 임금은 이를 기뻐하고, 소,돼지,양 등의 좋은 음식을 깆추어 대접하고,
奏九韶以樂之(진구소이락지)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鳥乃始憂悲眩視(조내시우비현시)
그러나 새는 시종 근심하고 슬퍼하며 눈이 위둥그래져서,
不敢飮食(불감음식)
먹으려고 하지 않았지.
此之謂以己養養鳥也(차지위이기양양조야)
이런것을 가리켜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다고 하는 것이다.
若夫以鳥養養鳥者(약부이조양양조자) 宜棲之深林(의서지심림)
만약 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깊은 숲에서 살게 해야 하고,
浮之江湖(부지강호) 食之以委蛇(식지이위사)
강이나 호수를 다니며, 멋대로 먹게 하고,
委蛇而處(위사이처) 則安平陸而已矣(즉안평륙이이의)
새의 본성에 따라, 유유히 노닐게 하는 것뿐이다.
今休(금휴) 款啓寡聞之民也(관계과문지민야)
지금 손휴는, 소견이 좁고 견문(見聞)이 넓지 못한 사람인데,
吾告以至人之德(오고이지인지덕)
내가 지인의 덕을 일러 주었으니,
譬之若載鼷以車馬(경지약재혜이거마)
이를 비유한다면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우고,
樂鴳以鐘鼓也(낙안이종고야)
메추라기를 종이나 북소리로 즐겁게 해주려는 것과도 같다.
彼又惡能无驚乎哉(피우오능무경호재)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첫댓글 莊子 外編의 달생편(達生篇)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렵지만 고맙습니다.(^ㅇ^)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