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凌宵花) 이야기---팔려간 종묘를 생각하며
흔히들 어정7월, 둥둥8월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공치는 날 오래간 만에 멜을 열고 보니 여러분들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도 떴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종묘 김승호 선생님께서 운을 주셨으니 진작 대귀을 올려야 했는데...
한여름에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무궁화, 배롱나무.
그리고 저 능소화 정도이지요,
저가 능소화를 처음 본 기억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해 여름 방학 때, 외갓집에 갔을 때 그 이웃에 사는 동무를 만나서
그 친구 집에 가서 처음 봤습니다.
종갓집 같은 기억에 묵은 기와지붕이 있었고
사랑채 앞에 무지무지 많은 나팔 같은 꽃이 달린
덩굴나무가 나를 압도하고 팡파레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꽃이냐고 물었지만 그저 "점잔은 꽃"이라고 만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오래 동안 그 꽃을 다시 보지 못했지요.
서울 올라와서 유학생활을 하는 또 그 어느 해 가을
덕수궁 미술관에서 국전(전국미술전람회) 구경을 갔다가 바로 거기에
초대형 캔버스에 예의 그 점잔은 꽃 그림이 여러 작품 출품된 것을 만났습니다.
물론 동양화 부문 이였지요.
그리고 그 작품 명찰에는 <능소화>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 꽃이 능소화 란 걸 확인했습니다..
그후도 해마다 국전에는 예의 능소화 그림은 계속 출품되었습니다.
저가 성인이 되어 남도 지방이나 절 집을 답사 갔을 때
그곳에서 반가운 그 능소화 실물을 이따금 볼 수 있었고,
아산 현충사 구내에서 큰 개체를 봤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서울 일원에서는 쉬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근년에는 자주 눈에 보였지요.
원래 능소화는 따뜻한 기후에 만 사는 것이라
서울 중부지방에서는 겨울 넘기기가 어려웠으나 지구 온난화의 결과인지
지금 서울에서도 무난히 월동이 되고 있습니다.
이건 서울이 더워지고 있다는 달갑지 않는 반증이지요.
일전에 저의 집 가까이 있는 강남 쪽 한강 둔치,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중간쯤 뚝방길 아래서 피를 토해놓은 듯한
전에 보지 못했던 새 품종의 능소화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한강관리소에서 심어 기른 능소화로,
등걸 타고 오르는 능소화가 아니라 둑을 타고 잘도 번져 가고 이었습니다.
우리 재래의 능소화는 주황색이 있는 붉은 색이 주조이지만 이것들은 완전 진홍색입니다.
지금 검색하고 있는 중이 지만
아마도, 아마도 소위 모닝 캄(Morning calm)이라는 품종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능소화의 영어식 표현은 Chinese trumpet creeper입니다.
모닝 캄(Morning calm) 뭐입니까? 아침고요 = 바로 조선(朝鮮)아닙니까?
모닝 캄이라는 능소화의 신품종도 미스 킴 라일락 과 같이 환향(還鄕)한 꽃입니다.
선진국이라는 외국 사람들이 우리의 능소화을 몰래 밀반출 해가서
조금 손봐서 개량하여 새 품종으로 만들어 바로
모닝 캄(조선)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전세계에 고가로 팔아 넘기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나팔꽃 즉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와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라는 데서 아이디어를 재빠르게 딴것인 지도 모르지요.
생각할수록 찜찜하고 기분이 안 좋습니다.
아시는 지요? 종묘의 대부분이 외국인에게 팔려 너머간 사실을...
오해는 마십시오. 종묘 (宗廟가 아니라 종묘(種苗)입니다.
몇 해전 IMF를 전후하여 한국 굴지의 대 씨앗 회사였던
흥농종묘(興農種苗), 중앙죵묘(中央種苗). 그리고 서울종묘(種苗)등등이
다국적 기업에 팔려 너머 갔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한때 모두 종료 5가를 중심으로 있었습니다.)
지금 세계는 식물유전자원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
종자전생이 한창 진행중임을
무리 도두 자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우리 것 이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깊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능소화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좀 씁쓸한 기분을 숨길 수 없습니다.
끝으로 한가지만 더 붙입니다.
능소화가 선생님께서 올린 데로 그런 슬픈 사연을 간직한 꽃이 기에
한 송이 피고 질 때마다 한탄 어린 절규를 낸답니다.
즉 처음 꽃봉오리가 터질 때 한번 낮게 아! 하고 외치고
또 꽃송이가 질(洛花) 때 또 한번 악! 소리를 낸답니다.
첫댓글 길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