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명암…해외선 재발견, 종주국 한국선 위기
스포츠 약소국에 ‘메달 희망’
요르단 대만 베트남 아프간 등 태권도서 ‘올림픽 메달’ 새역사
NYT “한국 첫 문화수출품…소외국에 가장 관대한 종목”
태권도가 국제 스포츠에서 소외된 국가들에 경제 수준에 관계없이 가장 ‘관대한’ 올림픽 종목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분석했다. 태권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코트디부아르, 요르단에 국가 최초이자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대만 역시 2000 시드니 올림픽 태권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딴 게 올림픽 금메달 역사의 시작이었다. 아프리카 니제르, 가봉과 베트남 역시 태권도 은메달로 첫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아프가니스탄의 역대 올림픽 메달 2개는 모두 태권도(2008 베이징,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나왔다.
NYT는 태권도가 K팝, 한류 드라마나 김치볶음밥 이전에 한국 최초의 성공적 문화 수출품이었다고 강조했다. 태권도는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국가에서 대중 스포츠로 보급되고 있다. 태권도가 비싼 장비도, 넓은 공간도 필요 없는 스포츠라는 점이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림픽 메달에 목마른 국가에 태권도 메달은 엄청난 나비 효과를 불러온다. 리우 올림픽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가 요르단 최초의 금메달을 따자 그로부터 3개월 만에 요르단에서 태권도 도복 5만 벌이 팔리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태국에 최초 태권도 금메달을 안긴 파니팍 웡파타나낏(24)은 태국 정부로부터 약 36만5000달러(약 4억2000만 원)를 받는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에 나선 국가는 총 61개국이고 난민팀 선수도 3명이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2015년 텐트 안에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태권도를 난민촌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총 210개국과 난민 대표가 회원국으로 등록돼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211개국)보다 한 나라 적고, 유엔 회원국(193개국)보다는 많다.
화끈 공격 실종 “노잼”
기술 구사보다 점수따기 치중
중계 시청한 국민들도 등돌려
“실점 안하는 경기… 반응 썰렁”
“태권도는 격투기가 아니다. 좀처럼 화끈한 모습이 없다.” “‘노잼’(재미없다).”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본 국내 시청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보인 반응이다. 태권도가 열리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A홀은 무관중이라 썰렁한데 취재진마저 한산하다.
경기 내용도 맥이 빠지기 일쑤. ‘격투기’ 종목이지만 시원한 기술은 보기 힘들다. 선수 주먹과 발에 달린 센서가 상대의 머리, 몸통에 달린 센서에 감지되면 점수가 올라가는 방식이라 잔기술로 포인트 획득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이번 대회에는 발바닥을 들어 상대를 밀어내는 듯한 자세를 하는 일명 ‘오지마킥’이 승리에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김종기 본보 해설위원은 “화려한 기술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발바닥으로 머리를 쓰다듬는, 기술 같지 않은 동작으로도 센서만 잘 건드리면 많은 점수(3점 이상)를 가져간다. 선수들의 기술보단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고 지적한다.
‘월드스타’ 이대훈(29)도 26일 은퇴를 선언하며 “지금은 실점을 안 하기 위한 경기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센서 위치 조정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김 해설위원은 “발바닥의 센서만 없애도 상대를 밀어내는 수세적인 모습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회 초반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기대한 한국 대표팀은 26일까지 결승에조차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하는 성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임보미 기자, 도쿄=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