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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요트
FaM CaFe. 에고이스트
연자루
蓮慈鏤
作. 담희
07
숙원 지씨가 궐내로 들어 온지도 닷새가 지난 날이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휘는 예루와 함께 연자루를 거닐고 있었다. 하릴 것 없이 예루는 휘의 눈 앞에서 설핏 웃어보이고 있었고, 왕 또한 제 애첩을 어여삐 여겨 나란히 예루의 손을 맞잡았다.
"전하, 사공 윤우님께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알았다. 곧 간다 전하라."
휘가 못마땅하다는 듯, 서둘러 내치고는 예루를 제 품에 끌어 안았다. 제 키보다 한참이나 작은 이라 품에 쏙 들어오는 모양새가 귀여워 휘는 바람같이 웃어보였다. 여전히 제 애첩은 저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때 담을 넘었다 하던 그 당돌한 이는 어디로 간 것인지 예루는 그저 바라불면 꺼질 듯 웃어보일 뿐이었다.
도은궁에 화재가 난 이후로, 대위는 소리를 높여 휘에게 이는 숙원을 시해하려던 것이 틀림없다하였다. 휘는 그저 그런 대위에게 손을 들어 말을 틀어막고 정사에 대한 이야기만 논할 뿐이었다. 어찌 되었든 숙원은 제 사람이 아닌 제 사람이었다.
"곧 돌아오마"
"예, 전하"
휘가 저에게 등을 돌려 사라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단 예루가 천천히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저 저를 위하여 이리 발버둥 치는 것이었는데, 휘는 저에게 너무 과분한 것을 주었다. 과분한 것, 미천한 첩의 자식에게 높으신 분이 주신 성은이었다. 그리 생각했다. 어쩌면 휘에게 저는 한낱 유희일 뿐일 지도 모른다 생각해도 예루는 놓을 수가 없었다.
상궁도, 나인도 들어 올 수 없는 곳이라 예루는 천천히 그네들이 기다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자루는 여전히 고요했고 제 마음을 울릴 정도로 쓸쓸했다. 휘와 함께 일때면 모르던 그 마음의 여백이 홀로일때는 이리 크게 느껴졌다.
"박상궁, 도은궁으로 가야겠습니다."
"예, 마마"
하대가 익숙하지 않음을 알기에 살며시 웃어보이는 예루를 다라 웃어 보이는 상궁들과 나인들이었다. 하지만 곧 등을 펴고 발걸음을 내딛는 예루를 불안한듯 쳐다보는 이들 또한 그들이었다.
발보다 말이 더 빠른 궐내라, 이미 소문은 자자했다. 정1품 빈인 예루는 대위의 서녀였다는 것, 그리고 숙원 지씨의 악행에 대한 것들이 말이다. 신뢰는 매로 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얻는 것이라, 도은궁의 궁녀들은 연화궁의 궁녀들이 그저 부러워 내뱉은 한탄이 궐내를 한바퀴는 돌고 남았다.
"숙원마마, 빈 마마 드시었습니다."
"…뫼시거라"
여인들의 칼자루가 무거워졌고, 하늘에는 두가지의 바람이 불어왔고 하늘은 제 등뒤에 불어오는 바람을 모른척 할 뿐이었다.
예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분명 제 아래에 있었던 예루가 맞았다. 궁녀들이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온 예루가 입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예영이 매서운 눈으로 예루를 바라보았지만, 예루는 흐트러 짐이 없었다.
"숙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무엇 하는 게요. 이는 왕실을 모욕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모르시는가"
"…송구합니다."
귀가있고 눈이 있는 곳이 궁이었다. 더군다나 밖에는 휘가 믿어 특별히 예루의 상궁으로 보낸 이도 있다는 사실을 대위에데 들은 터라 예영은 아무런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섰다. 예영을 보고 나서야 예루가 발걸음을 옮겼고 예루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예영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박상궁은 들게"
예루의 목소리에 문이 열리고 박상궁과 지인이 함께 들어와 앉았다. 박상궁이 들고 있던 것을 내려다 놓고는 살며시 뒤로 물러났다. 신경이 날카로웠던 예영인지라 나가지 않고 자리에 머물러 있는 박상궁과 지인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서로 원하지 않았음에도 오랜시간 함께 했던 두 사람인지라 예루는 차분이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걱정이 된다 하시어 박상궁을 내 곁에서 한시도 물리지 말라 하였네"
"…그렇습니까"
은근히 휘의 정을 예영에게 알리는 것이라 아직 휘의 성은을 입지 못한 예영은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하지만, 고개는 여전히 뻣뻣히 들고 있었고 정1품보다 더 화려한 궐내와 치장이었다. 권력, 그리고 왕의 애정. 두가지를 두고 저울질 하는 것이라. 예영은 설핏 웃었다.
예루는 변한 것이 없었다. 천한 일을 시켜도 홀로 고고해 보이던 그 자태 또한, 정1품 씩이나 되었으며 수수하게 입은 모양새가 오히려 예영의 질투심을 자극했다.
"빈 마마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아직 제가 폐하의 성은을 입지 못하였습니다."
"…"
"혹, 결례가 되지 않으신다면 폐하께 도은궁에 와주실수 있으신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치기 어린 마음이었다. 네까짓 것이 내 위에 있다 한들 그게 정녕 위일까. 예영이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고, 박상궁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그런 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루는 또 꺼질듯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것은…, 숙원께서 직접 부탁드리는게 옳은 일인것 같네. 내게서 마음이 떠나신다며 그대를 찾지 않겠는가. 이것은 폐하께서 궐내 여인들과 나눠먹으라 주신 것이니 도은궁의 궁녀들과 함께 들게. 그럼"
"…살펴가십시오."
도은궁의 상궁에게도 그리 이른 예루가 연화궁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부들부들 제 손을 떨고 있던 예영이 예루가 향했던 문을 살기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저에게 이런 치욕을 안겨준 이를. 예루를 말이다.
"마마, 제 속이 다 후련하더이다!"
예루를 따라 걷고 있던 지인이 법도에 맞지 않게도 박상궁을 제치고 예루의 곁에 섰다. 상궁들이 지인에게 호통을 치려던 것을 예루가 손을 들어 저지하고는 환하게 웃고 있는 지인을 따라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웃는 것이 아니었다. 볼에 깊게 패이는 보조게는 희미했고, 눈은 지인이 아닌 먼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하더냐…"
처연하게 터져나온 한숨과 함께, 지인의 말에 예루가 입을 열었다. 예영이 죽을 듯 미웠던 적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예영이 단 한번 만이라도 제 발아래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저가 원했던 일이지만, 이리 막상 예영을 밑으로 꾹 눌러 내리고 나니 예루의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어찌 그리 울듯한 얼굴이야."
어디서 온 것인지 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예루의 앞에 섰다. 손으로 그들을 물리고는 예루를 제 품에 꼭 끌어 안은 휘가 예루의 손을 맞잡았다. 손으로 살며시 상궁들을 물리고 휘가 가만히 맞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대는 어이해 이리 슬픈게야."
제 정인의 얼굴에서 이런 슬픈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휘는. 한 나라의 왕이 아니라, 한 여인의 지아비로서 이런 정인의 얼굴은 제 슬픔과도 같다 생각했다. 임금이기 이전에 지아비였고, 지아비이기 이전에 저는 남자였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저를 향해 웃어보이는 예루를 따라 휘도 슬며시 웃었다. 울고 싶을 테지, 그렇지만 분명 저가 있음에 울지 못한다는 것을 휘는 알고 있었다. 이 여인이 제 품에서 행복했으면 했다. 그리고, 제 품에서 눈물을 터뜨렸으면 했다.
"…바람이 시원해 그리 하였나 봅니다."
어처구니 없는 연유로 제 품에서 벗어나 버린 제 작은 새를, 제 여린 정인이 이제는 더 이상 제 앞이 아닌 곳에서 눈물 짓는 일 따위를 보고 싶지 않았다.
치졸한 사내의 소유욕이라 할 지도 몰랐지만 휘는 그랬다. 제 정인을 제 품에서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연자루
蓮慈鏤
作. 담희
08
궐 안팍으로 우매한 자들의 입방정 때문에 휘는 골치가 아팠다. 좀 처럼 보기 힘든 화난 임금의 표정으로 대신들은 그저 묵묵히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왕은 그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힘 없고 약해 보이는 임금일지 모르나, 실상으로는 대신들을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주무르시는 분이 이분이시라.
"경들은 알고 계십니까"
"…"
"어떤 오만방자한 것이 그리 입방정을 떨어 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 아닙니까, 대위"
"그러하옵니다. 전하."
오직 대위의 목소리 만이 왕과 함께 대적 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위의 말에 왕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왕의 눈에는 사람 한 명 쯤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은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 가볍기 그지 없는 입방정으로 대위의 여식이 역사에도 기록되지 않는 이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왕은 그리 말하고는 제 아래에 머리를 조아리고 벌벌 떨고 있는 그 들을 바라보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그제서야 숨이 트이는 듯한 기분에 왕은 연화궁으로 향하였다.
대나무같이 올곳은 이를 보면 마음이 풀릴 것 같아, 제 이 뒤틀리고 더러워진 마음이 제 여인의 보스스 한 웃음 한번이면 모든게 괜찮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궐 안팍으로 소문이 있다지"
"…폐하"
"대위의 여식이 곧 황후가 될 거라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수 없어 휘는 그저 냉소적으로 웃어보일 뿐이었다. 절대로 저는 예영을 황후로 받아 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종4품 숙원의 첩지도 지금 예영에게는 그저 과분한 것일 뿐이었다. 어찌 그것을 모르고 그리 제 욕심을 채우기 급급한 것인지. 휘는 인상을 찡그렸다.
"…세상에 알려야 겠구나, 예루가 내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바닥 끝, 아니 지옥 끝까지 눌러 버릴 생각이었다, 예영의 그 고고한 자존심을 그리고 오만방자하게 왕 앞에서도 고개를 뻣뻣히 들고 있는 그의 아비를. 이제는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없는 휘였다.
"남제를 불러 오너라,"
사도 남제, 하늘에 부는 바람을 타고 곧 휘의 곁에 설 든든한 친우이자 제 나라의 신임을 받고 있는 충신중의 충신이었다. 남제가 오게 된다면 대위도 잠잠해 지리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대위의 기를 눌러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신이 왕이 된 이후 이렇게 까지 대위와의 대립이 격해졌던 적이 없었던 터라 휘는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휘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연화궁이 아닌 도은궁이었다. 갑작스러운 왕의 방문에 나인들은 서둘러 예영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문을 열어주었다. 예영을 마주 보고 있는 휘의 눈이 마치 대위를 보고 있는 듯 해 예영은 어깨를 움츠렸다. 자신이 상석이라 발걸음을 물린 곳에 휘는 앉지 않고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대는 너무 욕심이 많아."
연화궁, 정1품 빈의 처소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하고 화려한 것들이 종4품 숙원에 불과한 예영에게 있었다. 서역에서 들어온다는 책, 제 나라에서 만들었다고 하는 화려한 떨잠과 비녀들.
"송구하옵니다. 전하"
"그렇지만, 그대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군"
"…"
휘의 말에 예영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곧 딱딱하게 얼굴을 굳혀 버렸다. 이것들은 제 아비의 재력이었다. 그리고, 제 아버지의 지위와도 같은 것이었다. 예영이 처음 궁에 들어왔을때 대위의 신분을 등에 업고 예영이 분명 왕의 비로서 자리매김 할 거라는 믿음과도 같은 것들이었다.
왕은 상석에 앉지도 않고 그대로 도은궁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홀로 남은 여인은 입술을 꾹 깨물고 떨고 있었다. 이런 모욕, 치욕 세상에 제일 가는 이라해도 예영은 용서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왕이라기 보다 왕을 저렇게 바뀌게 만들어 버린 예루를 저주하고 욕했다.
휘는 제 뒤를 따라오고 있는 내관에게 서역에서 들여왔다는 물건을 가져오라 일렀다. 예루를 위해 서역에서 사들여 온 것은 다름아닌 난초였다. 욕심이 없는 이라, 머리에는 그 흔한 떨잠도 소박하기 그지 없었고 비녀도 그저 소박한 것들 뿐이라 아무리 좋은 것을 준다 하여도 그 사람은 분명 감읍하다 할 뿐이었다.
"연화궁으로 가자"
어둑어둑해 지는 하늘을 등지고 휘는 서둘러 연화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 사람이 지금 저 곳에 있으리라,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웃어 보인 휘는 연화궁에 당도 하고 나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늦추었다. 내관이 들고 있던 난초를 이리저리 꼼꼼히 살폈다.
"이것이 가장 상급이라?"
"예, 그러하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고 연화궁 안으로 들어간 휘는 예상치 못한 한기에 궁 내부를 둘러 보았다. 제 자리에서 연화궁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도 그대로였고 밖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어린 나인들 또한 그대로 였으나 휘는 어딘가 모르게 다른 공기의 흐름에 인상을 찡그렸다.
장난스럽게 놀고 있던 두 나인이 왕의 행차에 당황하여 서둘러 상궁에게 일렀다. 상궁이 예루에게 고하기도 전에 휘가 얇기만 한 문을 열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마, 마마!"
찢어 질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검이 예루의 복부를 통과한 이후였다.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눈물도 나지 않을 만큼 슬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꺼져가는 작은 불을 끌어 안고 휘는 어의를 부르라 그리 소리쳤다. 제 여린 새는 아직 날개도 펴 보지 못하였는데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예루야, 예루야, 이러지 마라. 이러지 마"
아무리 예루를 불러 보아도 예루는 대답이 없었다. 그 말간 눈을 꼭 감고 아무것도 듣지 아니 할 거라 하고 있을 뿐이었다. 복부를 통화간 검을 빼지도 못하고 휘는 예루의 피로 뒤 덮힌 제 손으로 연신 예루를 끌어 안고 있었다.
"예루야, 이러지 마라. 나를 두고 떠나지 마, 예루야…"
휘의 어린 새는 대답이 없었다.
*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전편에 제 여담글을 보고 팸카페에 가입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익숙한 닉네임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래도, 인소닷에서도 계속 댓글 남겨주시면감사하겠습니닭..(☞☜)
오늘 학교가는데 정말 춥더군요.
내일 부터는 학교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ㅠㅠ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감사합니다.
첫댓글 예루가 ㅠㅠ 우리으 예루가 ㅠㅠ 안타깝네요 감기 조심하시구~ 잘봣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집인데 손이 시렵네요...왜이럴까요.ㅠㅠ
오늘다봣는데아직몇편안됫는데재밋네요..ㅎㅎ벌써 예루가 저런 큰일은당하다니..누가한걸지..빨리 다음편도 연재해주세요ㅎㅎ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늦게왔네요;저도 항상 체육복 입고 다녔어요 추울때는ㅋㅋ 쪽팔려하ㅈ마시고 감기걸리지 마세요
저희 학교 체육복이 워낙 독특한 색이라! 지하철 탈때마다 다리로 향하는 시선을 항상 모른척 한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