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넘을 만난 것은 아직 인터넷이 발달하기전
천리안 통신 시절이였다. 당시 천리안 이란 것이
생긴지 얼마 안되시절이였고, 통신이라는 개념도
채 정립이 안된 상태였는데, 그래도 용하게도 그넘의
싸이트에서 문단방이라 하여서 천리안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문학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만들어
두었었다. 맨날 시랍시고 노트에 끄적여 책상에
박아두던 나는 야 신기한 곳이구나라고 생각하고
그곳에 시를 올리곤 하였었다. 그러다 보니 팬아닌
팬이라는 것도 생기고 아는 사람도 늘어갔다.
당시에는 메모 기능이 없었던것 같다. 하여 게시판
글로써 서로를 사귀는 좀 원시적인 형태로 사람을
사귀곤 하였는데 그넘 내가 맘에 들었는지 급기야는
내 전화번호까지 알아내서 서로 통화를 하곤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넘이 그리 사람을 사겨서
문학써클도 하나 만들고 나를 초빙하여 회원으로도
가입시키고 등등 문학할동을 열심히 했었다.
머리가 약간 까지고, 눈은 매섭게 생겼으며 운동좀
한 날렵한 몸매였다. 그의 운동은 합기도 5단이라는
신체적 운동도 운동이였지만 소위 운동권이라는 나와
성향이 비슷한 그런 쪽의 온동도 했었었다. 그리하여
충정지역에서 대공과 형사들 수첩에 오르 내리며
충청도 지부 무슨 짱 정도 까지 활동을 한 모양이던데
그리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비슷한 넘들끼리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그 넘과 나는 상당히 의기 투합했다.
의기 투합하고 문학도 같이 하고하니 번개니 뭐니 서로
만나서 술먹고 잠자고 엠티가고 어쩌구 할 기회가
많았었다. 그런데 그 넘은 이상하게 혼자 뚝 떨어져서
자는 적이 많았다. 그리고 자고 일어난 후에는 항상
뭔가에 홀린듯 멍청히 10몇분씩을 혼자 앉아 있곤 했다.
난 그의 그런 행동을 그저 습관이려니
한 몇달 그렇게 알고 지나갔는데...
그러니까 내가 그 넘의 무거운 입을 통해서 그 일을
알아낸것 순전히 시 때문이였다.
그 넘 입이 무거운 탓인지 시에서도 절대 직접적으로
자신의 사생활 부분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사생활 부분을 숨길려는 그의 시속 은유도
결국 나의 예리한 평의 칼날을 벗어 날 수는 없었다.
마치 선문답 던지듯이 "벼랑끝을 타고 오르는 흰꽃들"
"바다로 휘날리고..." 어쩌구 등등 의 구절이였는데
얼핏보면 그저 자연을 노래한듯 보이나 그 속에는
그 넘만의 말못할 비밀이 숨어 있었다.
합평을 위하여 그넘의 시를 분석중 흰꽃의 이미지에서
상복의 이미지와 그리고 휘날리는 또는 흐뿌리는 꽃잎의
이미지에서 젊은 여성의 투신 이라는 이미지가 자꾸
나의 눈에 밟히는 것이였다.
하여, 난 나름대로 확실을 기하기
위하여 일부러 그 넘을 따로 만나서
"너 아는 여자중에 죽은 애 있지?" 라고 난 물었다.
그러자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다.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야이 씨발...니 시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난
확신하다는듯 말햇다.
그러자 그 넘은 "형님 눈만은 속일 수가 없군요."라고
말하며 그저 죽인 애가 있다고 말꼬리를 흐릴 뿐이였다.
그 부분에서 난 더 이상 깊게 물어보는 것이 실례일것
같았다.
다만, 그 녀석 지나가는 말로
"근데 개가 자꾸 나타나요."라고 말한다.
난 장난치나 이넘이 하며 그 넘 얼굴을 보며 "뭐라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넘은 아~~ 아니여요. 그냥 넘어가요.
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나인가? 하여 재차
물어본 결과 뭐 매일은 아니여도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는
그넘 자는데 죽은 그 여자애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갸가 어떤 몰골로 나타나던?"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넘 말로는 색깔은 기억이 안나요. 어떨땐
분홍색 같기도 하고 어떨댄 흑백인고, 암튼 자고일어나서
눈을뜨면 한쪽 구석에 그녀가 가만히 자기를 쳐다 보면서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는데?"라고
내가 물었다. 그랬더니 그넘은 자기도 그냥 그녀를 가만히
쳐다 본단다.
"안 무섭던"하고 물이니...
아니요..라고 간단히 답한다.
참내... 별난 일도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차 그 사실을 확인한 것은 그 넘의 친한 친구를 통해서
그 넘의 그 꿈이(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것지만) 진짜라는 것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한 일년이 지나고 우연찮게 충청도에 있던 그 넘이
서울에 직장을 알아보기 위하여 한 달정도 나의 집에 신세를
진적이 있다. 나는 좋았다. 그넘이랑 맨날 저녁 술을 먹을 수
있으니 그저 밥값 방세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 그랬다. 물론
그 넘과 나는 저녁마다 부어라 마셔라 세월아 가라, 뭐 그렇게
지냈는데 하루 저녁은 난 농담삼아 야~~ 요새도 꿈에 "그 애가
나타나니?"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넘 당연하다는 듯이 "예"라고 답한다.
난 놀랐다. 아니 무슨 귀신이 그리 오래 쫒아 아니는거야...
그래서 취한김에 "야~~ 나 안그래도 요새 궁한데 그 애 나한테
넘기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넘 "아이구 형님~~ 제발좀 그래주슈~~~"라도 내말을
맞받아 친다.
"야~~ 너 니 앤 뺏어 갔다고 질투 안할꺼지?"라고 난 웃으며 말했고
그넘은 절대 그런일 없을것이니 탐나면 가지란다.
헐~~~!
근데, 거짓말 같겠지만 그날 저녁 나의 꿈에 그 넘과 그녀의 앤이
나타났다. 아마 흑백 꿈이였던것 같다.
그 삐쩍 마르고 날렵하게 생긴 그 넘과 아담하게 한복을 차려 입은
조그만 여인이 내 앞에 서 있었다. "형님 제 여자 입니다"라고
그 넘이 말한다. 난 "어~~ 그래 이쁘게 생겼네...근데 나한테
넘겨도 되것써?"라고 물었다.
"괜찮으니까 형님 가지슈~~"그러더니 넘은 가버리고 여자만 남았다.
난 그 여자의 손을 잡았고... 그리고는 잠을 깨버렸다.
그 다음날 저녁, 넘과 술을 마시면서 어제 꾸었던 내 꿈야길
해주었다. 그랬더니 넘은 웃으면서 어 그래요? 난 꿈
안꾸었는데라며 실실 웃는다. 거참 요상하네..라며 우리는 그리
꿈야길 넘겨 버리고 또 술을 퍼마셨다. 그렇게 한 몇일 지나고
나서 그녀는 나의 꿈속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넘 꿈에는
나타나지 않고...
내 생각에는 한 몇일 그냥 나타나다 말것지 이리 생각했었다.
뭐 그리 무섭다는 생각도 안들고 어떻게 보면 가엽다는 생각이
들어 꿈속에서도 그녀에게 매몰차게 하지를 못했다. 다만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좋을 것 같아서 나타나는 동안이라도
따뜻하게 그냥 보살핀다는 생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
그리 나타나는 그녀는 항상 말이 없었다. 그저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쳐다보기만 할뿐... 난 이제서야 전에 합숙 엠티를 할때
그 넘이 그리 10여분 멍청히 앉아 있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그런데 몇번 그렇게 나타나던 그녀가 하루는 전에와 다르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조용히 수줍은듯한 자세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저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라고 말한다.
난 잠시 멍청히 생각해보았다. 같이 가자니? 어딜....
그러다 퍼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까 전에 우리 엄니
말씀중에 귀신을 따라가면 죽는다.라는 그런 말이였다.
나는 자꾸 그녀에게 끌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냥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도 마구 들었다. 그러나 어쨌든 난 "싫은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고개를 숙인 그녀 에게서 뭔가 흐느끼는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때까지의 목소리나 모습은 그리 무섭지 않았는데
그녀의 울음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머리끝이 쭈빗 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울음소리는(정확히 말해서 흐느끼는
소리는) 이때까지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그런 울음소리였다.
이 글에서 어떻게 그 울음 소리를 표현해야 할지 나로선 참 난감한
노릇이지만 그저 그때 그 느낌대로 옮겨 보자면 아래와 같다.
아주 작은 소리로...
공~~~~공~~~공~~~공~~~~~
갈~~~갈~~갈~~~~갈~~~
이렇게 뭔가 내면을 후벼 파는듯 내 빈 머리속 진공을
울리며 들려오는 것이였다.
끝!
싱겁다고요? 그게 끝이냐구요?
밤도 깊은데 그 울음소리나 자꾸 되네여 보세요.
난 더이상 생각하기도 싫오....!
아 시인촌 게시판처럼 적막한 밤이여...
첫댓글 무섭네요...(머리카락 쭈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