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 대학병원 연구팀, 편두통 환자 90명 추적 관찰
CGRP 항체·보톡스 치료 반응군, 실행기능 점수 유의미하게 개선
기억력·언어능력엔 차이 없어... 편두통 조절이 인지기능 회복의 핵심
편두통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치료를 통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편두통 예방 치료에 효과를 본 환자는 두통뿐 아니라 인지기능까지 함께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 두 대학병원 연구팀은 약물 치료를 받은 편두통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 인지기능을 비교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편두통 때문에 생기는 인지기능 저하가 영구적인 손상이 아니라, 치료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서 주목된다.
편두통 환자는 발작이 없는 평소에도 집중력 저하, 단어가 잘 안 떠오르는 느낌,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어려운 느낌 등을 흔히 겪는다. 특히 만성 편두통 환자는 최대 73%가 이런 인지적 불편을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호소한다. 연구팀은 두통 전문 외래를 찾은 편두통 환자 100명을 모집해, 치료 시작 시점과 치료 3~6개월 후 두 차례에 걸쳐 기억력·언어능력·주의력·실행기능(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조율하는 능력) 등 인지기능을 종합적으로 검사했다. 이 중 90명이 연구를 끝까지 마쳤으며, 이들은 CGRP 항체 주사제(편두통을 유발하는 물질을 직접 차단하는 약물) 또는 보톡스로 예방 치료를 받았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52.2%가 두통 일수가 충분히 줄어든 ‘치료 반응군’으로 분류됐다. 이 반응군은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실행기능 점수가 눈에 띄게 더 좋아졌으며, 기억력이나 언어능력에서는 두 그룹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실행기능이 좋아진 정도가 두통이 줄어든 양과 정확히 비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두통 횟수가 준 만큼 인지기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편두통이 전반적으로 잘 조절되는 상태 자체가 인지기능 회복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CGRP 항체와 보톡스 중 어떤 약물을 썼는지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편두통 치료가 잘 된 환자에게서 실행기능이 실제로 회복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인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처음 확인했다는 점이다. 실행기능은 뇌의 앞부분(전두엽)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능인데, 편두통 환자에서는 이 부위의 활동이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어 이번 결과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CGRP 항체와 보톡스가 원래 뇌 바깥에서 주로 작용하는 약물임에도, 두 치료군 모두에서 비슷한 인지 개선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지 개선 효과가 약물 자체의 직접적인 작용이 아니라 편두통이 잘 조절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연구팀은 추적 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만큼, 이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포르투갈 리스본 대학교 의과대학 이자벨 파바옹 마르틴스(Isabel Pavão Martins) 교수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던 빈발성 또는 만성 편두통 환자들이 약 4.5개월간 편두통이 잘 조절된 뒤 실행기능에서 눈에 띄는 개선을 보였다”라며 “편두통과 관련된 인지기능 저하는 반드시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과 함께 회복될 수 있는 증상”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Beyond headache: Cognitive improvement in patients with migraine responding to anti-CGRP monoclonal antibodies or botulinum toxin: 두통을 넘어서: CGRP 항체 또는 보톡스에 반응한 편두통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는 2026년 6월 국제 학술지 ‘세팔랄지아(Cephalalgia)’에 게재됐다.
이새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