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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적정(諜報敵情)
간첩이 적국의 사정을 보고한다는 말이다.
諜 : 첩자 첩(言/9)
報 : 보고할 보(土/9)
敵 : 적국 적(攵/11)
情 : 사정 정(忄/8)
죽은 북한의 김정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이야기는 남조선 텔레비전에 북한전문가라는 자들이 나와 나를 두고 분석한다고 하는 것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에 무슨 일이 있으면 각 방송국에서는 즉각 북한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대담을 개최하거나 해설을 듣는 방송을 내보냈다.
전문가들은 제한된 자료를 가지고 나름대로 심도 있게 분석해 김정일이 그런 행위를 한 목적, 심리상태, 예상되는 결과 등등에 대해서 해설을 했다. 김정일이 볼 때 전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우습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11일부터 북한의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사진보도도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러자 전 세계 각국에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 사망설 등이 나돌았다.
탈북민으로서 국회의원 당선자인 진성호 같은 사람은 '북한의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4월 말 사망했을 확률이 99퍼센트다'고 했다.
5월 1일 김정은은 전 세계 정보기관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안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등 전 세계 국가의 정보 수집 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첩보위성 등 최신장비를 가진 선진국에서 김정일의 동정 하나 수집 못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민주화 개인 인권 등등의 이유로 정보기관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크게 쇠퇴했음을 알 수 있다.
인류사회의 첩보(諜報)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간첩의 역사는 4000년 전 하(夏)나라 때부터 있었다. 경쟁이나 전쟁이 있으면 간첩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병법서인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용간편(用間篇)이 있어 간첩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전쟁은 마지막 한 판에서 이겨야 한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정보가 없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간첩이 필요한 것이다. 간첩을 쓰면 군사작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수많은 인명손상을 막을 수 있다.
간첩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적국에 들어가 활동하기 때문에, 첩보를 얻어서 돌아오면 크게 보상하고 높은 벼슬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활동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적폐청산 등의 이유로 정보기관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정보수립 능력이 아주 저하되어 있다. 꼭 북한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전쟁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외교활동이나 기업경영, 학문 발전 등을 위해서도 좋은 정보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보수집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수집한 정보를 좋지 않은 데 쓰는 것이 나쁜 것이니, 고급정보를 수집해 국가민족 발전에 잘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손자병법 제13편 용간(用間)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인적 네트워크를 꼽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개발자들이 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여러 벤처회사를 옮기면서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고 인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인적 네트워크는 여러 개발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정보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개발자들의 지식은 회사를 옮길 때마다 또는 기업 간 인수합병 등으로 여러 기업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전파되고 융합된다. 지식의 전파와 융합은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이끈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정보의 흐름이 있는 반면 기술 정보를 음성적으로 캐내는 경우가 있다. 산업 스파이가 바로 그것이다. 산업 스파이는 상대방 기업의 내부 기밀을 불법적으로 알아내 경쟁 기업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비밀이 아닌 알려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정보원의 임무이다. 스파이와 정보원의 구분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인 것 같지만 어쨌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경쟁 상황에서 상대방의 내부 정보를 알아내는 스파이 또는 정보원은 그 필요성에 의해 계속 존재해 왔다.
스파이의 활용은 손자병법의 제13편 용간편(用間篇)의 주제이다.
손자는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위한 중요한 방안으로 간자(間者) 즉 스파이의 활용을 꼽는다. 간자(間者)에는 다섯 종류가 있는데 향간(鄕間), 내간(內間), 반간(反間), 사간(死間), 생간(生間)이 그것이다. 각각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면 관계로 생략한다.
간자(間者)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로는 전쟁이란 막대한 비용과 희생이 필요하지만 승부는 한 순간에 나는 것이라고 하면서, 적정(敵情)을 알기 위해서는 벼슬이나 금전을 아끼지 말고 쓰라고 한다.
명군현장(明君賢將)이 공을 세우는 데 뛰어난 이유는 먼저 알기(先知) 때문인데 먼저 알기 위해서는 귀신에게 듣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나 점을 쳐서 아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사람을 통해 적의 동정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知敵之情者也.
용간편(用間篇)을 산업스파이에 관한 내용으로만 해석해 읽는다면 불법에 가까운 것이라 현대 기업의 경쟁전략에서 사용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조금 넓게 본다면 기업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재를 영입하고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노력하는 활동들이 현대 기업의 용간(用間)에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창의성이 요구되고 있고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확보의 필요성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용간(用間)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외부 전문가를 필요시 활용하는 것과 경력직 연구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로는 필자와 같은 변리사를 예로 들 수 있다. 필자는 변리사로서 업무를 하다 보니 여러 기업의 기술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많다.
물론 비밀유지 의무가 있어서 비밀을 유출할 수는 없지만 여러 산업분야의 동향과 정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이만한 직업도 없는 것 같다.
만약 단순 출원업무나 관리업무가 아닌 기술개발전략 등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면 내부 변리사를 고용하는 것보다는 기술적 베이스를 갖추고 사업 마인드를 보유한 외부 변리사를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게다가 인적 네트워크까지 잘 갖추어진 변리사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한편 경력직 연구개발자의 이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특이사항으로 특허 관점에서 눈여겨볼 사항은 직무발명에 관한 것이다.
연구개발자가 체득한 기술정보는 이직하면 경쟁사로 이동할 수 있다. 동일업종 재취업 제한을 서약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직자가 체득한 기술정보의 이동을 완전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발명진흥법상 종업원 등이 발명한 것이 직무발명에 해당된다면 일정 요건 하에서 회사가 승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연구개발자가 A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하던 도중 B회사로 이직하고, 이후에야 개발을 완료해 직무발명을 완성했다면 그 직무발명은 어느 회사가 승계할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판례에 따르면 직무발명이 완성될 당시의 사용자만이 승계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B회사만이 직무발명을 승계할 수 있다.
만약 A회사에서 직무발명이 완성되었지만 이를 숨기고 B회사로 이직한 후 B회사 명의로 출원한 경우, A회사는 직무발명 완성 시기의 입증 곤란 등으로 사후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A회사는 사전 대비책으로서 개발 중에는 반드시 연구노트를 작성해 직무발명 완성 시기의 입증자료로 활용함과 아울러, 직무발명 완성 즉시 출원해 기술유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대량생산의 장치산업에서는 숙련된 근로자가 필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맨이 절실하다.
4차 산업을 이끌어갈 벤처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맨들을 붙잡는 것이 필요하고,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손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벼슬이나 금전을 아끼지 말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인데,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던 직무발명 보상제도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손자병법 第13 용간편(用間篇)
(孫子兵法 第十三 用間篇)
孫子曰: 凡興師十萬, 出征千里, 百姓之費, 公家之奉, 日費千金,
손자가 말했다. 군대를 동원하여 천리의 원거리에 출정하게 되면, 백성이 부담하는 비용과 국세가 하루에 천금이 소비되며,
內外騷動, 怠於道路, 不得操事者, 七十萬家.
나라의 안팎에 소동이 일어나며, 전쟁 물자의 수송에 동원된 백성이 도로를 메우고, 이로인해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는 집이 70만에 이르게 된다.
相守數年, 以爭一日之勝, 而愛爵祿百金, 不知敵之情者, 不仁之至也.
적군을 상대하여 수년을 전쟁에 대비하여도, 전쟁의 승패는 하루 아침에 결정된다. 고로 작위, 봉록, 세금등을 아까워 하여 적의 정보를 수집하는데 소흘하다면, 이것은 인하지 못한 일로써 나라가 위태로워 진다.
非人之將也, 非主之佐也, 非勝之主也, 故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
이런 자는 장군의 자질이 모자르고, 군주를 보좌하기에 충분한 자도 아니고, 승리의 주도자가 될 수도 없다. 고로 명석한 군주와 현명한 장군이 기동하여 적에게서 승리를 만들어내고, 남보다 출중한 성공을 이루는 까닭은, 적의 실정을 먼저 알기 때문이다.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 知敵之情者也.
적의 내정을 먼저 아는 방법은, 귀신에 의지하여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옛 사례의 상황을 파악하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어떤 법칙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필히 사람에게서 적의 실정을 아는 것이다.
故用間有五, 有鄕間, 有內間, 有反間, 有死間, 有生間,
고로, 간첩을 이용하는5가지 방법으로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이 있다.
五間俱起, 莫知其道, 是謂神紀, 人君之寶也.
이런 다섯가지 유형의 간첩을 함께 활용하되, 적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니, 이것이 곧 신기로써 군주의 보배가 된다.
鄕間者, 因其鄕人而用之, 內間者, 因其官人而用之, 反間者, 因其敵間而用之.
향간은 적국의 사람을 유인하여 활용함이고, 내간은 적국의 관리를 포섭하여 이를 활용함이며, 반간은 적의 간첩을 포섭하여 이중간첩으로 활용함이고,
死間者, 爲광事於外, 令吾聞知之, 而傳於敵間也. 生間者, 反報也.
사간은 허위 사실을 외부에 유포하여, 아군의 명령을 탐문한 적의 간첩이 이를 적장에게 잘못 전달하게 하고, 생간은 반대로 돌아와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다.
故三軍之事, 莫親於間, 賞莫厚於間, 事莫密於間,
고로 군대에서는 간첩과의 관계가 친밀해야 하고, 간첩에게 주는 포상은 후해야 하고 간첩의 운용은 비밀스럽게 해야 한다.
非聖智不能用間, 非仁義不能使間, 非微妙不能得間之實.
사람을 알아 보는 지혜가 없으면 간첩을 이용할 수 없고, 인의가 없으면 간첩을 부릴 수 없고, 미세한 틈에서도 적의 허실을 파악할 수 있는 교묘한 능력이 없다면 간첩의 이용하여 실효를 거둘 수 없다.
微哉微哉, 無所不用間也. 間事未發, 而先聞者, 間與所告者皆死.
미묘하고도 교묘한 일이다. 전쟁에선 간첩을 이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간첩이 발견되어 미리 알려지면, 간자는 물론 그 정보를 발설한 자도 모두 죽게된다.
凡軍之所欲擊, 城之所欲攻, 人之所欲殺, 必先知其守將,
적군을 공격하고자 욕심이 생긴다면, 적의 성을 공격하려는 욕망이 생긴다면, 적군을 살해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면, 필히 우선적으로 그 수비하는 장수와
左右, 謁者, 門者, 舍人之姓名, 令吾間必索知之.
좌우에서 보조하는 측근과 고급정보를 전달하는자,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등의 성명을 먼저 알아야 하며, 아군의 간첩에게 필히 탐색케하여 정보를 수집하도록 명령을 한다.
必索敵人之間來間我者, 因而利之, 導而舍之, 故反間可得而用也.
아군의 정보를 수집하려고 왕래하는 적국의 간첩을 필히 수색하여 찾아내고, 더 큰 이득으로써 유인하여 포섭하고, 잘 인도하여 적의 막사로 놓아 보내야 반간을 얻어 이용할 수 있다.
因是而知之, 故鄕間, 內間可得而使也.
반간으로 인하여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향간,내간 또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因是而知之. 故死間爲광事可使告敵, 因是而知之, 故生間, 可使如期.
반간으로 인하여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사간을 이용하여 허위 정보를 광고하게 하여 적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반간으로 인하여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생간을 기약한 대로 부릴 수가 있다.
五間之事, 君必知之, 知之必在於反間, 故反間不可不厚也.
이 다섯가지 간첩에 대한 일은 군주가 필히 알아야 하고, 적의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필히 반간의 존재에 달려 있으므로, 반간은 후하게 대우하지 않으면 안 된다.
昔殷之興也, 伊摯在夏, 周之興也. 呂牙在殷.
옛날에, 은나라가 흥하게 될때 반간으로써 이지가 하나라에 있었고, 주나라가 흥하게 될 때 여아가 은나라에 있었다.
故惟明君賢將, 能以上智爲間者, 必成大功, 此兵之要, 三軍之所恃而動也.
고로 명군, 현장이어야만 능히 뛰어난 지혜로써 간첩을 이용하여 필히 큰 공을 이루니, 이것이 중요한 용병술이고, 3군이 지도자를 믿고 기동하게 되는 것이다.
손자병법 第13 용간편(用間篇)
용간이란 간첩을 사용한다는 말로, 정보활동을 가리킨다. 전쟁은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해야 하며, 도한 먼저 이겨 놓고 싸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정(敵情)을 알고 있어야 한다.
1. 정보를 장악한 사람은 전쟁도 장악한다.
孫子曰, 凡興師十萬, 出征千里, 百姓之費, 公家之奉, 日費千金. 內外騷動, 怠於道路, 不得操事者, 七十萬家,
손자(孫子)가 말하였다. 무릇 군사 10만을 일으켜 천 리의 먼 길을 원정하면 백성의 비용과 공가(公家.제후의 나라)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하루에 천금(千金)을 소비하며, 나라 안팎이 소란해지고, 도로에서 왔다갔다하여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는 것이 70만호나 된다.
(解說)
여기에서 말하는 백성의 비용이란 일반 국민에게 부과된 군역(軍役), 강제노동, 전시(戰時)의 과세(課稅) 등의 부담을 말하는 것이고, 제후국을 주(周) 왕실에 대하여 공가(公家)라 하므로 전쟁이란 바로 이들 공가끼리의 싸움이며, 공가의 봉(奉)이란 한 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백성의 비용이란 국가에서 부담하는 전쟁 비용과 군사들에게 지급하는 봉급 같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나라 안팎이 소란해진다는 것은, 나라 안과 전쟁터에서의 심한 노동이란 듯이고, 도로에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백성들이 식량과 군수 물자를 수송하느라고 도로에 왔다갔다 한다는 뜻이다. 즉, 싸움터와 본국 간의 수송이 지체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병사를 10만 명이나 동원하여 먼 타국에 원정하게 되면 백성과 국가는 날마다 천금의 거액을 소비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10만 명의 군대를 출정시키게 되면 노역을 제공하여야 할 민호(民戶)가 70만 호가 된다.
이들 70만 호의 백성들은 군량과 온갖 군수품의 운반 때문에 도로에서 지쳐 버려 각자의 생업을 위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나라의 안팎은 온통 불안, 동요의 상태에 빠진다.
여기에서 70만 호란 근거는, 고대의 토지 제도에서는 민호 8호가 900무(畝), 즉 1정(井)을 경작하여 각기 100무씩에서 자기의 소득으로 하고 나머지 100무는 모두가 공동으로 경작하여 세금으로 바치게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한 호가 군대로 나가면 나머지 7호가 노역에 종사하여야 하므로, 10만이 동원되면 결국 70만 호가 노역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相守數年, 以爭一日之勝, 而愛爵祿百金, 不知敵之情者, 不仁之至也. 非人之將也, 非主之佐也, 非勝之主也,
서로 지키기를 여러 해 동안 하면서 하루의 이김을 다툰다. 그런데 벼슬과 봉록과 백금을 아끼어 적의 정세를 모른다는 것은 어질지 못함이 지극한 것이니, 병사들의 장수가 아니고 군주를 돕는 것이 아니며 승리의 주인이 아니다
(解說)
적과 맞서 싸우기를 몇 해나 계속하면서 많은 준비와 막대한 출전비용을 들인 끝에 결국 얻게 되는 것은 마지막 승리하는 하루인 것이다.
이 하루의 사움, 최후의 결전에서 지면 국가와 국민의 생명, 재산은 송두리째 없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길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장수 된 자가 인색하여 간첩에게 줄 벼슬과 봉록을 내놓기를 아까와 하고 돈 쓰는 데에 인색하여 적의 실정을 충분히 탐지하지 못한 채 전쟁에 돌입한다는 것보다 현명하지 못한 일은 없다.
비용을 아껴서 부하 군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었으니, 부하를 아끼는 것이 장수의 도리일진대, 그것은 장수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또 그러한 장수는 군주를 보좌하는 자가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사소한 경비에 인색하여 적정을 알지 못하였다면 그러한 장수는 군주를 보좌하기는커녕 도리어 군주를 위험에 빠뜨릴 자인 것이다.
커다란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조사가 있어야만 하는데 충분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간첩을 잘 운용하여야 한다. 본편의 주제가 되는 것이 간첩의 운용에 관한 것이다.
故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 知敵之情者也.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와 뛰어난 장수가 움직여서 승리하여 여러 사람들보다 뛰어난 성공을 하게 되는 까닭은 적정(敵情)을 먼저 알기 때문이다. 적의 실정을 먼저 알 수 있는 방법은 귀신에게 물어서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례에서 본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법칙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사람에게서 취하여 적의 실정을 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解說)
영명한 군주나 현능한 장수가 싸우기만 하면 반드시 적에게 승리하여 많은 사람들보다 뛰어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먼저 적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전에 적의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을 지피(知彼)라고 한다.
적의 작전을 귀신에게 물어보거나 점을 치는 것으로 먼저 알아낼 수는 없다. 점을 친다거나 귀신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황당무계한 일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적의 작전을 미리 알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전에 있었던 비슷한 사례에 비유하여 그때의 상태대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도 없다. 어떤 것이든 외형은 비슷하나 실은 서로 똑같을 수가 없으므로, 외형상 서로 같다고 하더라도 적이 반드시 전례대로 작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정한 법칙에 의거하여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쟁에는 작전상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그러나 전투의 상황은 항상 변화하여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원칙은 있지만 작전을 고정시킬 수는 없다.
마치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는 원칙은 일정하지만, 흐름의 형세는 때와 위치에 따라 항상 다른 것과 같다. 일정한 법칙에 의하여 적의 동향을 파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적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하여 알아내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이 바로 간자(間者), 즉 간첩인 것이다. 간자에 의하여 입수된 정보만이 적의 활동을, 적의 의도를 먼저 알 수 있는 길이다.
2. 간첩에는 다섯 가지의 유형이 있다.
故用間有五, 有鄕間, 有內間, 有反間, 有死間, 有生間, 五間俱起, 莫知其道, 是謂神紀, 人君之寶也.
그러므로 간첩을 쓰는 데에는 다섯 가지의 유형이 있다. 향간(鄕間)이 있고, 내간(內間)이 있고, 반간(反間)이 있고, 사간(死間)이 있고, 생간(生間)이 있다. 다섯 간첩이 함께 일어나 활동하여도 적은 어떻게 알아냈는가를 알지 못한다. 이것이 남이 알 수 없는 신묘한 방법이며 군주의 지보(至寶)인 것이다.
(解說)
간첩을 기용하는 데에는 다섯 가지의 방법이 있다. 향간(鄕間)이 있고, 내간(內間)이 있고, 반간(反間)이 있고, 사간(死間)이 있고, 생간(生間)이 있다. 이 다섯 가지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나오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 다섯 종류의 간첩들이 일찍이 활동하여 적정을 탐색하고 있어도 아군이 적정을 어떻게 알아내는가에 대하여 그 방법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한다. 이것을 가리켜 신기(神紀)라고 한다.
신기의 신(神)이란, 알 수 없는 것을 뜻하고, 기(紀)는 기강(紀綱)이라 할 때의 기로, 경륜의 재능을 말한다. 즉 신기는 신묘불측한 큰 재주라는 뜻이다.
적으로 하여금 전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면서 적정을 아는 재주를 신기라 하는데, 이것을 아는 사람은 국보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특히 유의할 점은 이쪽의 것이 알려지면 저쪽에서 오히려 역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鄕間者, 因其鄕人而用之也, 內間者, 因其官人而用之也, 反間者, 因其敵間而用之也. 死間者, 爲誑事於外, 令吾間知之, 而傳於敵也. 生間者, 反報也.
향간(鄕間)이란 적의 고을 사람이기에 쓰는 것이고, 내간(內間)이란 적의 관리이기에 쓰는 것이고, 반간(反間)은 적의 간첩이기에 쓰는 것이며, 사간(死間)은 밖으로 일을 속여 아군의 간첩으로 하여금 적에게 알리게 하며, 생간(生間)이란 돌아와 보고하게 하는 것이다.
(解說)
향간(鄕間)이란, 그 고장 사람이 간첩(間諜)으로 기용되어 정보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 고장 사람이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남에게 의심받지 않고 그곳의 적정을 탐색할 수 있다.
원정군이 어느 곳을 행군할 때 먼저 그곳 출신의 향도(鄕導)를 채용하여야 한다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곳의 적정을 탐색하는 데에 유용한 사람은 누구보다도 향간인 것이다.
내간(內間)이란, 적의 관리를 매수하여 이쪽의 간첩으로 기용한 사람이다. 적국의 관리는 그 나라 안의 정정(政情) 내막을 가장 잘 아는 자이다.
적국의 중요 군정의 내막, 작전계획, 병력배치, 동원보급의 능력, 지휘자 사이의 인화 등 가장 중요하고 기밀한 정보는 거의 내간의 손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내간은 현직에 있으면서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좋다.
그러나 이러한 내간은 좀처럼 얻기가 어렵다. 적의 관리로서 적정을 탐색할 능력이 있는 자이면 높은 자리에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또는 전임이거나 현임이거나 간에 매수하여야 한다. 매수할 때는 깜짝 놀랄 만큼의 돈을 주거나 높은 자리를 주는 등의 방법이 있다.
반간(反間)이란, 적의 간첩을 매수하여 반대로 아군의 간첩으로 기용한 사람을 말한다. 즉 적의 간첩이 이쪽 나라에 왔을 때 이편에서 오히려 이쪽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반간(反間)이라고 하는 것이다.
반간은 적의 간첩을 매수하여 이편을 위하여 활동하게 하는 경우와, 간접으로 적의 간첩에게 거짓 정보를 주어 적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반간이란 일종의 내간(內間)으로 볼 수 있으나 다른 내간과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반간은 원래 적의 간자이므로 요사이 말하는 이중간첩(二重間諜)인 것이다. 반간을 쓰는 일은 효과도 크지만 위험도도 크다. 꼭 써야 하지만 쓰기 어려운 자가 바로 이 반간인 것이다.
사간(死間)이란, 고의로 적지에 파견하여 붙잡혀 죽게 만드는 간첩을 말한다. 즉 이편에서 적을 속이기 위한 허위 정보로 이쪽의 간첩을 통하여 전달, 또는 누설하게 하여 적이 아군의 허위 정보를 참으로 믿고 간첩을 죽이게 하는 것이다.
사간을 쓰는 경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적으로 하여금 그 나라의 현능한 사람을 죽이도록 하기 위하여 이쪽에서 마치 그 사람과 내통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간첩에게 시킨다든지, 적으로 하여금 이쪽의 밀사를 체포하게 계략을 꾸민다든지 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생간(生間)이하 함은 적진에 들어가서 정보활동을 하고 살아 돌아와 상황을 보고하게 하는 간첩을 말한다. 그러나 그가 만일 적지에서 간첩활동을 하다가 체포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므로, 생간이라 하여 반드시 살아서 돌아온다고는 할 수 없다.
3. 간첩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故三軍之事, 交莫親於間, 賞莫厚於間, 事莫密於間, 非聖智不能用間, 非仁義不能使間, 非微妙不能得間之實. 微哉微哉, 無所不用間也.
그러므로 삼군의 일에서 친근하게 사귀기는 간첩보다 더 친밀한 자가 없고 상(賞)이 간첩에게 보다 더 후할 수는 없고, 일이 비밀스럽기가 간첩의 일만큼 비밀스러운 것이 없다. 사람을 알아보는 뛰어난 지혜가 아니면 간첩을 쓸 수가 없고, 어질고 의롭지 못하면 간첩을 부릴 수가 없으며, 미묘하지 않으면 간첩의 진실을 분간하여 얻을 수 없으니 미묘하고, 미묘한 것이 정보활동이다. 정보활동은 소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解說)
장수가 간첩을 대할 때에는 전군 중에서 누구보다도 친근하게 대해야 하며 누구보다도 우대해 주어야 한다. 은상(恩賞) 같은 것도 누구에게보다도 후하게, 그리고 큰 상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와 의논하는 일은 누구보다도 가징 기밀에 속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친근과 우대와 비밀은 장수된 자가 간자를 대하는 기본 방침이므로 소홀하게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이 되고 선행(先行)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는 간첩을 기용하는 데 있다. 어떠한 사람을 어떻게 선택하고 어떠한 방법으로 기용할 것인가가 가장 어렵다. 그러므로 성인(聖人)과 같이 뛰어난 지혜가 없으면 간첩을 기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인물을 골라내기도 상당히 어렵지만 이러한 간첩을 부리는 일도 장수에게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질고 의롭지 않으면 간첩을 부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간첩을 운용함에 있어서 한낱 이(利)로서 달래고, 위(威)로서 어르기만 하면 비록 한 때는 부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성의 있고 믿음성 있는 활동을 바랄 수는 없으며 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만일 적이 더 큰 이익을 주고, 더욱 좋은 대우로 유인하면 하루아침에 변심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첩으로 하여금 무엇보다도 장수의 인격과 처사에 감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인(仁)이란 남의 고통을 측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의(義)란 일의 마땅한 바를 이룬 것이다.
즉 그들을 다루는 처사는 정당하고 공정하고 마땅한 바를 지켜야 그들의 임무가 비록 고통스럽고 힘든 것일지라도 불평하지 않고 당연히 하여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다음에는 일의 진실과 허위,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명철한 지혜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판단력이 없이는 첩보의 진실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간첩의 정보는 무조건 믿을 것이 못 된다. 왜냐하면 간첩의 판단이 잘못된 것, 적의 허위 정보에 속은 것, 간첩이 이중간첩인 경우 등등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첩의 정보는 하나하나 검토하고 분석하여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야 한다. 따라서 사물을 살피는 힘이 미묘하지 않으면 첩보의 진실을 얻을 수 없다. 미묘하고 미묘한 것이 정보활동이다. 그러므로 잘만 쓰면 어느 곳에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間事未發而先聞者, 間與所告者皆死.
간첩의 일이 말하기 전에 먼저 들리게 되면 간첩과 더불어 정보제공을 받은 사람은 다 죽임을 당한다.
(解說)
정보활동은 용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무(機務)이다. 모든 군사가 이를 믿고 행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보활동의 기밀은 항상 엄격하게 폐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엄격한 규율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적에 대한 정보활동이 사전에 누설될 경우에 그것을 들은 사람과 말한 사람은 모두 다 사형에 처하여야 한다. 말한 자를 죽이는 것은 누설한 죄로 다스리는 것이고, 들은 자를 죽이는 것은 그 말이 다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4. 반간(反間)이 중요하다
凡軍之所欲擊, 城之所欲攻, 人之所欲殺, 必先知其守將, 左右, 謁者, 門者, 舍人之姓名, 令吾間必索知之.
무릇 군대가 공격하고자 하는 곳과 성의 공략하고자 하는 곳과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바는 반드시 먼저 그 지키는 장수와 좌우에 있는 측근자, 당번, 문지기, 심부름꾼의 이름을 알게 하되 아군의 간첩으로 하여금 반드시 찾아내어 알도록 하여야 한다.
(解說)
무릇 적의 부대를 공격하고자 할 때와 어느 성을 공략하고자 할 때, 어느 특정인을 죽이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수비의 임무를 맡은 장군, 막료, 비서관, 문지기, 심부름꾼 등의 성명과 각자의 성격, 행동 등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편의 간첩으로 하여금 탐색케 하여야 한다.
장수를 쏘려면 먼저 그가 타고 있는 말부터 쏜다고 한다. 어느 부대를 공격하기 전, 어느 성을 공격하기 전, 어떤 특정인을 죽이기 위하여서는 먼저 그 수장(守將)과 막료(幕僚)와 측근부터 제거하거나 매수하여야 한다. 그리하여야 목표의 주변에 빈틈이 생기므로 그 빈틈을 만드는 일부터 착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상대를 파악하는 일 가운데 사람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적구성을 제일 먼저 알지 않으면 안 된다. 표면적인 사원 명부에 의한 조사 같은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문지기, 식당 종업원, 자동차 운전기사에 이르기까지 사람이란 사람은 모두 알아두어야 한다.
必索敵人之間來問我者, 因而利之導而舍之, 故反間可得而使也.
적의 간첩으로 와서 아군의 간첩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내어 매수한 뒤 이편의 간첩으로 유도한 다음에 놓아 보내야 반간(反間)을 얻어 부릴 수 있다.
因是而知之, 故鄕間內間可得而使也.
이러한 적의 간첩으로 인하여 적국의 실정을 알 수 있으므로 향간(鄕間), 내간(內間)을 얻어 부릴 수 있는 것이다.
因是而知之. 故死間爲誑事可使告敵,
또 이로 인하여, 적의 실정을 알 수 있으므로 사간(死間)이 아군의 일을 속여서 적에게 알리게 할 수도 있다.
因是而知之, 故生間可使如期.
또 이로 인해 적의 실정을 알게 되므로 생간(生間)을 기약한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이다.
此五間之事, 主必知之, 知之必在於反間, 故反間不可不厚也.
이 다섯 가지 간첩에 대한 일은 군주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알게 되는 것은 반드시 반간(反間)에게 있으니 반간을 후하게 대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解說)
이것은 반간(反間), 즉 이중간첩에 대한 설명이다. 적의 간첩이 아군의 실정을 탐지하기 위하여 잠입하여 오면 널리 수사망을 펴고 반드시 이에 걸려들게 만든다.
그리고 발견이 되면 그에게 적당한 편의를 제공하든가 큰 이익을 주어 매수하든가 하여 교묘히 유도하여 이쪽에 오래 머물도록 만든다.
그런 다음 그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적의 내정을 차츰 알아내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반간(反間)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이 반간으로 인하여 적지 고을 사람의 이름이나 관리의 이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향간(鄕間)과 내간(內間)을 얻어서 부릴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이 반간으로 인하여 적군의 실정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사간(死間)을 보내어 아군의 일을 거짓으로 꾸며서 적에게 알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적군의 실정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생간(生間)으로 하여금 기약한 일을 제때에 얻어 가지고 돌아와 보고할 수 있는 것이다.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의 다섯 간첩에 대한 일은 누구를 어떻게 기용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행동하게 할 것인가, 그 진행 상황과 성과는 어떠한가 등의 모든 것을 국가의 원수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제일급의 국가 기밀과 국가의 최고 최대의 대외정책이 이 정보활동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정보활동은 주로 외국 사람의 손으로, 외국 땅에서 외국의 중요한 비밀을 대상으로 하여 극비의 방법으로써 진행되는 것이므로, 국내에 앉아서 모든 것을 일 수 있는 길은 역시 적국 출신인 반간(反間)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반간은 특히 후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후대하려면 그가 만족할 만한 물질적인 대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그쳐서도 안 된다.
예(禮)로써 대하고 은정(恩情)을 가지고 친근하고, 영예로써 격려하고, 의(義)로써 대접하여 그가 진심으로 충성을 다하게 하여야 한다.
5. 지혜로운 자를 잡아야 한다.
昔殷之興也, 伊摯在夏, 周之興也. 呂牙在殷.
옛날 은(殷)나라가 일어날 때에 하(夏)나라에 이지(伊摯)라는 사람이 있었으며, 주나라가 일어날 때에 은나라에는 여아(呂牙)라는 사람이 있었다.
故惟明君賢將, 能以上智爲間者, 必成大功.
그런 까닭에 영명한 군주와 어진 장수 사이에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자를 간자(間者)로 삼을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반드시 큰 공(功)을 이루는 것이다.
此兵之要, 三軍之所恃而動也.
이것은 용병(用兵)의 가장 중요한 일로서 전군이 그의 첩보를 믿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解說)
고대 중국(中國)에서 은(殷)나라가 일어날 때 탕왕(湯王)은 하(夏)나라에서 밭을 갈고 있던 이지(伊摯)를 맞이하여 하나라의 폭군인 걸왕(桀王)을 토벌하였고, 또한 주(周)나라가 일어날 때 무왕(武王)도 은(殷)나라의 여아(呂牙)가 있었기 때문에 폭군인 주왕을 쫓아낼 수 있었다.
이지(伊摯)는 바로 이윤(伊尹)이다. 그는 세 번이나 걸(桀)의 신하로서 벼슬에 나갔으나 걸은 그를 크게 중용하지 않았다. 그는 마침내 탕왕을 도와 걸왕(桀王)을 쳐서 멸망시켰다. 특히 탕왕은 그를 세 번씩이나 찾아가 마침내 그의 도움을 얻게 되었고 그를 높여 아형(阿衡), 영상(領相)으로 삼았다.
여아(呂牙)는 곧 여상(呂尙)으로 자는 자아(子牙)이며 성은 강(姜)이니 그는 바로 유명한 강태공(姜太公)을 이름이다. 본래 위수(渭水)에서 낚시하며 세월을 보내다가 주의 문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그를 맞이하여 재상으로 삼았으며, 그의 도움으로 무왕 대에는 은의 주왕을 쳐서 천하를 평정하였다.
그러므로 오직 현명한 임금과 장수만이 뛰어난 지혜를 갖고 있는 인물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상지(上智)란 최상의 지혜를 가진 인물로 성인(聖人)을 의미한다.
손자는 바로 이윤이나 여상과 같은 인물을 뛰어난 지혜를 가진 간첩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만큼 손자는 반간(反間)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인물을 간자(間者)로 기용하는 것은 군사상의 긴요한 기무(機務)이기도 하다. 전군이 간자의 정보에 의하여 이를 믿고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국(戰國) 시대의 소진(蘇秦)은 연(燕)나라를 위하여 제(齊)나라 왕을 설득하였다. '굶주린 자도 독물(毒物)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비록 그것으로 다소의 굶주림을 면할 수는 있어도 아사(餓死)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연(燕)나라는 작고 힘이 없기는 합니다만 그 왕은 그래도 강한 진(秦)나라의 사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그 나라의 땅 열 개의 성을 빼앗으셨습니다. 이 때문에 강한 진나라와 대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독물을 먹은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에 제나라 왕은,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반문하였다.
이에 소진은 '옛날에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은 재앙을 복으로 바꾸고 실패를 발판으로 공을 세운다고 하였습니다. 대왕께서 진정 소신의 계략을 받아들이신다면, 곧 연나라의 열 개의 성을 돌려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연나라에서는 까닭 없이 열 개의 성을 되찾은 것에 대하여 기뻐할 것입니다. 또한 진나라 왕은 자기 위신으로 인하여 연나라에 열 개의 성이 반환되어졌다는 것을 알면 이 역시 기뻐할 것이므로 이것이야말로 원수를 버리고 우호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연나라와 진나라가 다 같이 제나라를 받들게 되니 대왕의 명을 따르지 않을 자는 천하에 없을 것입니다.'
제나라 왕은 이 말을 듣고 과연 묘책이라 여기고 열 개의 성을 연나라에 반환하였다.
이때 소진을 중상하는 자들이 나타나, '소진은 나라를 어디서나 팔아먹는다. 그는 배반하는 신하다'라고 떠들었기 때문에 소진은 벌을 받을까 두려워 연나라로 돌아왔으나 연나라에서는 그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그 후 복직된 소진은 더욱더 후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연왕의 어머니와 사통(私通)까지 하였으나 이를 알면서도 연왕은 더욱더 소진을 후대하였다.
이에 소진은 혹시나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겨 연왕을 설득하였다. '소신이 연나라에 있으면 연의 위신을 높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제나라에 있으면 연나라는 반드시 천하가 중시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연왕은 이 말을 듣고 소진에게 듯대로 하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소진은 연나라에서 죄를 지었다고 속이고 제나라로 도망쳐 갔다. 제나라 왕은 그를 특별히 재상으로 맞이하였다.
이때부터 소진은 궁전을 높이 짓고 정원을 크게 넓히는 등 제나라의 재정을 낭비시켜 제나라를 약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가 한 행동은 연나라 모두를 위하여 강한 제나라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었다. 이것은 연왕이 그를 후대하였기 때문에 왕을 위하여 끝까지 충성을 바친 예이다.
▶️ 諜(염탐할 첩, 말 잇닿을 섭)은 형성문자로 谍(첩)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枼(엽, 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諜(첩, 섭)은 ①염탐하다(廉探--) ②안심하다(安心--) ③날씬하다 ④편안(便安)히 하다 ⑤염탐꾼(廉探-) ⑥문서(文書) ⑦기록(記錄) 그리고 ⓐ말이 잇닿다(서로 이어져 맞닿다)(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염탐할 현(俔), 염탐할 정(偵)이다. 용례로는 상대방의 정보나 형편을 몰래 탐지하여 보고함 또는 그 보고를 첩보(諜報), 간첩으로 비밀 수단을 써서 적이나 또는 경쟁 상대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 통보하는 사람을 첩자(諜者), 적국의 내정을 염탐해서 알아냄을 첩지(諜知), 첩보로 상대방의 정보나 형편을 몰래 탐지하여 보고함을 첩정(諜呈), 비밀 수단을 써서 적이나 또는 경쟁 상대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 통보하는 사람을 간첩(間諜), 간첩을 방어함으로 나라의 기밀이 외국으로 새어 나감을 방지한 적국 또는 가상 적국이 행하는 첩보를 방첩(防諜), 적정을 정탐하는 간첩을 정첩(偵諜), 적을 위하여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의 간첩을 도와준 범죄를 간첩죄(間諜罪), 간첩을 여러 방면에 늘어놓아 활동하는 조직을 간첩망(間諜網), 방첩의 한 가지로 적의 스파이 활동을 막기 위한 반 스파이 활동을 대간첩(對間諜), 대적하고 있는 쌍방이 서로 간첩을 보내어 상대편의 정보를 탐지하는 일을 첩보전(諜報戰), 첩보 활동을 위하여 조직된 체계를 첩보망(諜報網), 간첩이 적국의 사정을 보고함을 일컫는 말을 첩보적정(諜報敵情) 등에 쓰인다.
▶️ 報(갚을 보/알릴 보)는 ❶회의문자로 죄를 짓고(幸) 다스림을 받은(문자의 오른쪽 부분인 글자 복 사람을 복종시키는 모양, 다스리는 모양) 사람이라는 데서 갚다를 뜻한다. 죄받다, 대답하다, 갚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報자는 '갚다'나 '판가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報자는 執(잡을 집)자와 又(또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報자의 금문을 보면 수갑을 찬 죄수를 잡으려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글자의 형태로만 본다면 같은 시기에 그려진 執(잡을 집)자와 비슷하다. 다만 報자에는 又(또 우)자가 있으므로 수갑을 차고 있는 죄수를 붙잡아두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죄수를 붙잡아둔 모습이 왜 '갚다'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일까? 報자에서 말하는 '갚다'라는 것은 사실 벌을 받아 죗값을 치르라는 뜻이다. 그래서 報(보)는 ①갚다 ②알리다 ③대답(對答)하다 ④여쭈다 ⑤치붙다 ⑥재판하다 ⑦판가름하다 ⑧공초(供招)받다(죄인이 범죄 사실을 진술하다) ⑨간통(姦通)하다, 간음(姦淫)하다 ⑩나아가다, 급(急)히 가다 ⑪갚음 ⑫알림, 통지 ⑬신문, 신문지 ⑭처형,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갚을 상(償), 갚을 수(酬)이다. 용례로는 일반에게 알리는 새로운 소식을 보도(報道), 알리어 바치거나 베풀어 알림을 보고(報告), 근로의 대가로 주는 금전이나 물품을 보수(報酬), 입은 혜택이나 은혜를 갚음을 보답(報答), 원수를 갚음을 보복(報復), 은혜를 갚음을 보은(報恩), 공훈에 보답함을 보훈(報勳), 남에게 진 빚이나 받은 것을 갚음을 보상(報償), 착한 일은 착한 대로 악한 일은 악한 대로 선악이 대갚음됨을 보응(報應), 사정이나 정황의 보고를 정보(情報), 널리 알리는 것 또는 그 소식이나 보도를 홍보(弘報), 통지하여 보고함을 통보(通報), 상대방의 정보나 형편을 몰래 탐지하여 보고함을 첩보(諜報), 신문 기사에서 일컫는 그 신문 자체를 본보(本報), 앞으로의 일을 예상해서 미리 알림을 예보(豫報), 반가운 소식을 낭보(朗報), 경계하라고 미리 알림을 경보(警報), 정보를 제공함을 제보(提報), 빨리 알리는 것 또는 그 보도를 속보(速報), 확실하게 알림 또는 그러한 보도나 소식을 확보(確報), 여러 가지 일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 발행한 책자를 화보(畫報),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기사를 적어 벽이나 게시판에 붙이는 종이를 벽보(壁報), 그릇된 보도 또는 그릇 보도함을 오보(誤報), 근본에 보답하고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천지와 선조의 은혜에 보답함을 일컫는 말을 보본반시(報本反始), 남을 국사로 대우하면 자기도 또한 국사로서 대접을 받는다는 뜻으로 지기知己의 은혜에 감동함을 이르는 말을 보이국사(報以國士), 조상의 음덕을 추모함을 일컫는 말을 보본추원(報本追遠), 자신의 삶의 은인인 군사부君師父에 대해서 죽음으로써 보답함을 일컫는 말을 보생이사(報生以死), 원한 있는 자에게 은덕으로써 갚는다는 뜻으로 앙갚음하지 않는다는 말을 보원이덕(報怨以德), 서로 대갚음을 하는 자연의 이치를 일컫는 말을 보복지리(報復之理), 봉숭아에 대한 보답으로 오얏을 보낸다는 뜻으로 내가 은덕을 베풀면 남도 이를 본받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투도보리(投挑報李), 자식이 부모가 길러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반포보은(反哺報恩), 원인과 결과는 서로 물고 물린다는 뜻으로 과거 또는 전생의 선악의 인연에 따라서 뒷날 길흉 화복의 갚음을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인과응보(因果應報), 풀을 묶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죽어 혼이 되더라도 입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을 일컫는 말을 결초보은(結草報恩) 등에 쓰인다.
▶️ 敵(대적할 적, 다할 활)은 ❶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啇(적; 나무 뿌리, 밑동)과 적의 근거지를 친다는 등글월문(攵)部의 뜻이 합(合)하여 대적하다를 뜻한다. 敵(적)은 이것저것 있는 중에서 하나를 정하여 맞서다, 부딪치다, 상대 등의 뜻이 전(轉)하여 나중에 상대방, 원수라는 뜻으로 변하여 쓰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敵자는 '원수'나 '적', '겨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敵자는 啇(밑동 적)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啇자는 꽃의 뿌리를 강조하기 위해 식물의 줄기 아래에 口(입 구)자를 그려 넣은 것으로 '밑동'이나 '뿌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뿌리'라는 뜻을 가진 啇자에 攵자를 결합한 敵자는 '원수'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하고 그들에 대한 한(恨)은 가슴 속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敵자는 뿌리를 강조한 啇자를 응용해 깊은 한을 풀기 위해 적과 싸운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그래서 敵(적, 활)은 (1)싸움의 상대 서로 싸우는(해치려 하는) 상대자(相對者) (2)원수(怨讐) (3)시합(試合)이나 경기(競技) 따위를 할 때에, 서로(승부(勝負)를)겨루는 상대편(相對便) 등의 뜻으로 ①대적하다 ②겨루다 ③대등하다 ④필적하다(능력이나 세력이 엇비슷하여 서로 맞서다) ⑤맞서다 ⑥거역하다 ⑦갚다, 보답하다 ⑧원수(怨讐) ⑨짝 ⑩상대방 그리고 ⓐ다하다(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원수 구(仇)이다. 용례로는 상대가 되어 싸우는 나라를 적국(敵國), 적국의 병사를 적병(敵兵), 힘이 엇비슷하여 서로 맞섬을 적우(敵偶), 적군의 땅이나 적의 점령지를 적지(敵地), 마주 대하여 버팀 적으로 여김적대(敵對), 적국의 장수를 적장(敵將), 적의 깃발을 적기(敵旗), 적의 성질을 띤 것 또는 서로 대적되는 성질을 적성(敵性), 힘이 비슷한 상대를 적수(敵手), 적의 무리를 적군(敵群), 적국의 군사를 적군(敵軍), 적의 진지나 적군의 진영을 적진(敵陣), 겨룰 만한 맞수가 없음을 무적(無敵), 오래 전부터의 원수를 숙적(宿敵), 적을 이롭게 함을 이적(利敵), 정치 상으로 의견이 달라 반대 처지에 있는 사람을 정적(政敵), 사나운 적을 맹적(猛敵), 힘이 강한 적군을 강적(强敵), 억센 적수를 경적(勁敵), 능력이나 세력이 서로 어슷비슷함을 필적(匹敵), 적과 마주 대함을 대적(對敵), 적을 미워하며 분개하는 심정을 적개심(敵愾心), 자기 나라와 전쟁 상태에 있는 적국의 사람을 적국인(敵國人), 적으로 여겨 맞서는 마음을 적대감(敵對感),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를 적대국(敵對國), 적국의 사이 또는 첩과 첩 사이를 일컫는 말을 적국지간(敵國之間), 적은 반드시 전멸시켜야지 용서해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적불가가(敵不可假), 적은 수효로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한다는 뜻 또는 적은 사람으로는 많은 사람을 이기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중과부적(衆寡不敵), 어진 사람은 널리 사람을 사랑하므로 천하에 적대할 사람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인자무적(仁者無敵),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적필패(輕敵必敗), 나아가는 곳마다 적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소향무적(所向無敵), 세상에 필적할 만한 자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천하무적(天下無敵), 배 속의 적국이라는 뜻으로 군주가 덕을 닦지 않으면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이 이해 관계가 같은 사람들이라도 적이 되는 수가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주중적국(舟中敵國),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말을 침과대적(枕戈待敵), 적을 이롭게 하는 짓을 이르는 말을 이적행위(利敵行爲) 등에 쓰인다.
▶️ 情(뜻 정)은 ❶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 정)과 마음속의(心) 따뜻한 감정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정(情)을 뜻한다. 情(정)은 순수한 타고난 성질대로의 사람의 마음, 靑(청)은 生(생)에서 생겨났다. 情(정)도 본디는 性(성)과 같은 글자였으나, 나중에 타고난 성질쪽을 性(성), 밖으로부터 자극(刺戟)을 받아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욕심(慾心)에 연결되는 감정(感情)쪽을 情(정)이라 하여 구별(區別)하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情자는 '뜻'이나 '사랑', '인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情자는 心(마음 심)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靑자는 우물 주위로 푸른 초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맑다'나 '푸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랑'이나 '인정'은 사람의 가장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情자는 이렇게 순수하고 맑음을 뜻하는 靑자에 心자를 결합해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情자가 워낙 순수함을 뜻하다 보니 '사실'이나 '진상'과 같이 거짓이 없는 사실 그대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情(정)은 (1)느끼어 일어나는 생각이나 마음 (2)사랑을 느끼는 마음 (3)혼탁한 망념, 등의 뜻으로 ①뜻 ②마음의 작용(作用) ③사랑 ④인정 ⑤본성(本性) ⑥정성(情性) ⑦사정 ⑧실상, 사실, 진상 ⑨이치(理致), 진리(眞理) ⑩사정, 형편(形便), 상태 ⑪멋, 정취(情趣) ⑫욕망 ⑬진심(眞心), 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참마음 ⑭참으로, 진실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뜻 지(志), 뜻 의(意), 뜻 지(旨), 뜻 취(趣)이다. 용례로는 사정이나 정황의 보고를 정보(情報), 어떤 사물 또는 경우에 부딪쳐 일어나는 갖가지 감정이나 상념 또는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정서(情緖), 사정과 상황으로 인정상 딱한 처지에 있는 상황을 정황(情況), 사정과 형세를 정세(情勢), 사사로운 인정에 얽힌 사실을 정실(情實), 심정이 밖에 드러난 형편을 정형(情形), 마음에 감흥을 불러 일으킬 만한 경치나 장면을 정경(情景), 다정한 이야기나 속에서 우러나는 이야기 또는 남녀가 애정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정담(情談), 정이 넘치는 따뜻한 마음을 정분(情分), 정신의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복잡하고 고상한 감정을 정조(情操), 정분이 두텁고 친숙함을 정숙(情熟),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을 감정(感情),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사정(事情), 진실하여 애틋한 마음을 진정(眞情), 친구와의 정을 우정(友情), 심중의 감정으로 정서를 외모에 드러내어 나타냄 또는 그 변화를 표정(表情), 따뜻한 정이 없이 매정하고 쌀쌀한 마음을 냉정(冷情),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사정을 진술함 또는 사정을 아뢰어 부탁함을 진정(陳情), 실제의 사정이나 정세를 실정(實情),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는 정을 애정(愛情),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성질과 심정을 성정(性情),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온갖 욕망을 인정(人情), 객지에서 품게 되는 울적한 느낌을 여정(旅情), 사물을 보고 자기가 느낀 감정을 나타냄을 서정(抒情), 남의 불행을 가엾게 여기어 따뜻한 마음을 씀을 동정(同情), 세상의 이러저러한 실정이나 형편을 물정(物情), 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는 정을 연정(戀情), 애정과 원한이 실같이 얼크러짐을 정사원서(情絲怨緖), 마음이 깊게 얽히고 감겨 떨어지기 어려움 곧 헤어지기 어려운 남녀의 정을 이르는 말을 정서전면(情緖纏綿), 따뜻한 정과 뜻이 서로 잘 맞음 또는 남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이루어짐을 일컫는 말을 정의투합(情意投合), 잘못이 있으면 온정으로 참고 이치에 비추어 용서함을 일컫는 말을 정서이견(情恕理遣),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타향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를 생각함을 일컫는 말을 망운지정(望雲之情), 정이 많고 느낌이 많다는 뜻으로 생각과 느낌이 섬세하고 풍부함을 이르는 말을 다정다감(多情多感), 까마귀가 새끼 적에 어미가 길러 준 은혜를 갚는 사사로운 애정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려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오조사정(烏鳥私情),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정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자녀에게 대한 사랑이나 부하에게 대한 사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연독지정(吮犢之情), 옛것을 살피고 생각하여 그리는 정을 온고지정(溫故之情), 고향에 있는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척호지정(陟岵之情), 자녀가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의려지정(倚閭之情),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인정 또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인지상정(人之常情)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