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선수들이 패배의 메달을 받으러 갈 때쯤 첼시 팬들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패배한 팀에 대한 열렬한 환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
FA컵 결승전에서 맨시티 상대로 패배한 후 드러난 단절은 사비 알론소가 첼시에서 처음 마주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즉, 실망스러운 시즌 이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선수, 팬, 구단주를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내는 일이다.
많은 이들은 알론소가 왜 4년 계약으로 첼시 감독직을 수락했는지 의문을 두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단 장악 문제와 프로젝트 구축의 어려움을 겪은 뒤, 왜 굳이 첼시를 선택했을까? 연봉이 얼마나 크길래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알론소는 2022년 블루코 인수 이후 첼시에서 일하는 여섯 번째 정식 감독이다. 이 선택이 실패로 끝난다면, 알론소는 절대 몰랐다고 변명할 수 없다. 첼시가 통제 불가능하다는 비난은 그를 경질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위험을 무시하고 장점에 집중하는 자기 확신이 강한 감독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인 도전이기도 하다.
마드리드에서 불행한 경험으로 상처를 입은 알론소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첼시로서도 큰 승부수이자, 현 구단주 체제에서 가장 권위 있는 감독 선임이다.
첼시는 수년간 알론소를 주시했다. 레버쿠젠에서 그가 팀을 이끌고 2024년 바이언을 꺾고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언젠가 그를 자신들의 팀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이제 꿈이 현실이 되었다.
런던에서 열린 첫 만남에서 알론소와 첼시 수뇌부는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임이 구단 정책의 변화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알론소는 일정한 보장을 요구했지만, 권한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
과거와 달리 알론소는 ‘헤드코치’가 아닌 ‘매니저’ 직함을 받았는데, 이는 첼시의 제안이었다. 그들은 그를 단순한 코치가 아니라,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로 보고 있다.
특히 알론소가 ‘팀 문화’를 강조했을 때 구단은 큰 인상을 받았다. 리버풀, 바이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그는 ‘멘탈리티 몬스터’를 영입하고 만들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알론소를 위해 뛰고 싶어 할 것이다. 아마도 최근 4년 중 3번이나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할 위기에 놓인 첼시는 감독의 영향력을 다소 과소평가해 왔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감독과 성적 사이에는 통계적 연관성이 없다”라는 어느 디렉터의 악명 높은 발언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 이론의 문제는 최고의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수치화할 수 없는 영향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 첼시는 바로 ‘아우라(존재감)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지난달 경질되기 전 역할의 무게에 압도됐던 로세니어의 사례를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지난 4년 동안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젊은 선수 영입만을 고집하는 정책’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나이에 있어서 더 유연한 영입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알론소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첼시는 이번 여름 경험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대적인 리빌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번 시즌 무너진 가장 큰 이유가 마레스카가 새해 첫날 팀을 떠난 데 있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 팀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첼시는 세계 챔피언이기도 하다.
알론소는 자신의 색깔로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는 스쿼드를 보고 있다. 물론 몇 가지 보완은 필요하다. 세계적인 골키퍼, 더 날카로운 윙어, 센터백의 안정성, 주앙 페드루를 지원할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첼시는 정상급 팀들과 경쟁하기까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도약은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첼시는 더 큰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작은 감독에게 팀을 구축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운영 모델을 완전히 뒤엎을 필요는 없다. 일부 추측과 달리, 구단이 새 감독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알론소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구단의 미래에 대해 상당한 발언권을 가져야 할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멘탈리티 몬스터’로 가득한 팀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