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동리 일기]를 시작하렵니다. 참으로, 먼 길을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굳이 고향에서 땅과 만날 것을, 왜 그리 그동안 고생하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싫어하고 했을까요? 내가 마지막으로 육신을 묻을 곳이 여긴데......
처음이라, 분동분교 위치를 잠깐 설명해야 겠습니다. 우선 동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7번 국도를 기준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남쪽에서 오신다면 동해를 지나 망상해수욕장을 지나고 옥계로 들어옵니다. 옥계 톨게이트 들어가는 좌회전 표시를 지나서 300 미터 정도 직진을 하면 4 거리가 나옵니다. 직진을 하면 강릉 방향, 우회전을 하면 금진항, 좌회전을 하면 북동리 낙풍리 방향, 바로 북동리 방향으로 3키로 정도 가면 북동리 마을 회관이 나오고 바로 앞 북동천을 지나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북동분교입니다.
북쪽에서 오신다면 화비령 터널과 밤재 터널을 지나서 1키로 정도 오시면, 역시 4 거리가 나오고, 직진을 하면 동해 방향, 좌회전을 하면 금진항, 우회전을 하면 역시 북동리 방향이고 마을 회관 앞이 바로 북동분교랍니다.
어제, 북평장에 가서 누룩을 사왔습니다. 막걸리를 담그기 위해서죠. 누룩을 잘게 부수고 고두밥과 잘 섞어서 단지에 넣고 물을 적당히 붇고 전기담요로 감싸주었답니다. 일 주일 후면, 저가 만든 막걸리가 드디어 탄생되는 겁니다.
50 년 이상 살면서, 참으로 술을 많이도 마셔댔습니다. 술을 마시고 실수도 많이 하고 건강도 해치고 술 때문에 문제도 꽤 이르킨 편이죠. 제 인생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던 술은 확실합니다.
그런데도 또 술을 마시는 겁니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왜 이렇답니까? 그 지겨운 술을 달고 살기 위해 직접 만들다니.
그렇지만, 저도 나름은 이유가 있습니다. 남들이 보변 기가 차서 웃을 일이지만, 저 자신은 꽤 심각한 이유를 갖다 붙히고 있습니다. 인간들이란, 원래 착각 속에서 살다가 죽는 겁니다. 이제, 어쩌겠습니까?
저가 만든 술을 배터지게 마시고 죽겠다는데 누가 말릴겁니까?
이유를 말해 볼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저만의 술을 마시고 싶기 때문입니다. 술맛을 오롯이 즐기면서, 누구와 만나기 위해 누구와 이야기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모임을 갖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오로지 저만의 술을 제 멋대로 마시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은 철학적 인문학적 이유라고 둘러대지만, 남들이 생각해서 개똥철학이라도 할 수 없습니다.
저가 만든 술, 실컷 먹다가 이 세상 하직하렵니다. 이곳 북동분교 내 고향에서......
첫댓글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