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로버트슨이 리버풀에서 경험한 최고의 순간은 위르겐 클롭의 무적 팀과 함께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로버트슨만큼 높이, 더 힘들게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15세에 셀틱에서 방출되고, 18세에 퀸즈 파크 FC에서 데뷔 이후 “이 나이에 돈도 없고 인생이 형편없다”라고 트위터에 남겼던 소년은 결국 많은 이들이 리버풀 최고의 왼쪽 풀백, 그리고 전성기에는 세계 최고라고 평가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377경기를 헌신적으로 소화한 로버트슨은 이번 주 일요일 작별을 고한다. “후회도, 앙금도 없어요. 이제는 우리 이집트 친구(살라)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뒤로 살짝 빠지면 돼요.”
지난 9년간 가장 상징적이고 사랑받은 선수 중 한 명인 만큼 헐 시티에서 8m 파운드에 영입된 로버트슨은 조용한 작별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로버트슨은 “끝난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리버풀을 떠날 때 모두가 그렇게 느낍니다”라고 말했지만, 초반의 불안감을 극복하고 안필드의 전설로 자리 잡은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모두 함께 정말 놀라운 여정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시작했을 때 살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도, 최고의 윙어도 아니었죠.”
“반 다이크는 잠재력은 있었지만 최고의 센터백은 아니었고, 알리송도 최고의 골키퍼는 아니었습니다. 아놀드 역시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 아니었고, 헨도도 주장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었죠.”
“우리는 그저 모두 함께 바닥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여정에 있었고, 그 산을 오르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어요. 우리는 매일 훈련장에 들어올 때마다 점점 더 발전하고, 팀으로서 맞춰지고 있다는 걸 느꼈죠.”
“우리는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놀라운 환경 속에 있었지만,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100%로 뛰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감독과 코치진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훈련장 전체가 꿈을 이루고자 하나로 뭉쳐 있었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봤죠. 결국 마법 같은 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로버트슨의 회상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을 불러온다. 왜 지금의 리버풀은 더 이상 그때와 같은 느낌이 아닌가? 그의 대답은 듣는 이들을 순간 멈춰 서게 만들며, 이번 시즌 겪은 비극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난해 7월, 스페인 북서부에서 조타가 그의 형과 함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건은 팀 전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조타의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인 로버트슨은 이렇게 입을 뗐다.
“제가 떠나면서 남겨두고 가는 이 팀은 2017년의 모습이 아니라, 과도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은 여러 이유로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걸 숨길 수는 없고, 핑계로 삼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난여름에 겪은 일은 어떤 팀도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우리가 겪었던 참담함 때문에 축구는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몇 주 동안 축구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훈련하고 싶지 않았어요. 치료받으러 가면 물리치료사조차 우리를 치료하고 싶어 하지 않았죠. 그게 현실이었습니다.”
“물론 프로 선수로서 책임이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했고, 그렇게 해냈습니다. 시즌 초반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여전히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시즌 개막전은 정말 감정적으로 벅찬 경기였습니다. 조타의 가족이 모두 경기장에 있었거든요. 20분쯤 지나고 나서 우리의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걸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감정적인 충격 때문이었죠.”
“이후 시즌은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두를 설레게 할 선수들을 영입했고, 그들은 앞으로 리버풀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어립니다.”
“제가 축구에서 늘 불만인 점은 선수들은 자기 이적료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적시장이 이적료를 결정하죠. 이 선수들은 결국 성공할 것이지만, 아마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한때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에서 뛰던 몇몇 선수들이 수준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든 요소가 겹치면서 우리는 일관성이 없는 시즌을 보냈고,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좌절감을 안겨주는 부분입니다.”
“상대에게 너무 쉽게 공략당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저는 리버풀이 다시 한번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선수단에 있다고 믿습니다.”
로버트슨은 이번 주 아놀드부터 작별 선물을 받았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토트넘을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사람이 함께 기뻐하는 사진이었다. 그와 함께 전해진 메시지는 그를 거의 눈물짓게 했다.
두 선수는 서로를 끌어올리며 월드 클래스 수준으로 성장했고, 풀백이라는 포지션의 역할 자체를 다시 정의했다. 수많은 도움 기록은 물론이고, 로버트슨은 클롭이 요구한 ‘압박 기계’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8년 1월 안필드에서 맨시티 선수들을 경기장 전역에 걸쳐 집요하게 추격하며 압박했던 장면은 로버트슨의 리버풀 커리어를 상징하는 순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아직도 사람들이 그 장면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마 그 순간이 ‘내가 앞으로 이 팀의 왼쪽 풀백이 될 수 있겠다’라는 걸 보여준 순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9년이나 될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당시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빅경기에서 나온 장면이었고,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면서 ‘우리 제대로 된 왼쪽 풀백을 찾은 것 같다’라고 느꼈을 거예요.”
“저는 당시 맨시티전이 제가 드디어 리버풀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한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처음으로 ‘난 이 클럽에 어울리는 선수야. 이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어’라고 진심으로 느꼈어요.”
“이후로 모든 게 계속 상승세였죠.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항상 큰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 순간이 있었기에 9년이 지난 지금의 제가 여기 있는 거니까요.”
글래스고에서 태어나, 리버풀에서 완성되다. 안필드 근처에 새로 그려진 로버트슨 벽화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가 이 도시와 맺은 관계 역시 또 하나의 자부심이다.
“리버풀과 글래스고는 굉장히 비슷한 도시고, 사람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서로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 도시에 사랑에 빠지는 게 정말 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도시의 많은 이들이 저를 사랑해 준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은 아마 경기장에서 뛰는 저를 보면서 만약 자신들도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설 기회를 얻는다면 저처럼 뛰었을 거라고 느꼈을 겁니다. 100%를 쏟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 말이죠.”
“저는 스스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큰 압박을 주었고,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