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집 꾸미기로 소소한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데요, 대단한 인테리어와 소품이 있는 집은 아니지만 집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온라인 집들이에 함께해 주세요 :)
저와 남편의 첫 만남은요,
회사에서 과장님과 사원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직급 차이에서 느껴지시겠지만 관심이 생길 수 없는 조합이었죠. 하지만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몇 년을 데면데면하다가도 맺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연애 2년, 올해 12월이면 결혼한 지 만 4년이 되는 신혼부부입니다. 남편과 저는 연애할 때보다 결혼 후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소중한 보금자리에서 진실되게 의지할 상대가 있음으로 마음의 안정감이 얼마나 큰 지 몸소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첫 번째 신혼집을 거쳐 올해 3월 두 번째 신혼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봄, 여름, 어느덧 가을이라는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해가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따뜻한 저희 집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저희 집의 콘셉트는 '나무'인 것 같아요.
저는 한옥을 참 좋아합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나무의 결과 자연의 초록이 어우러지는 것을 보면 마음의 평온함이 생기고, 기와지붕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도 너무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한옥에 살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마음에 한옥의 요소들을 조금씩 녹여내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구를 원목으로 선택했고, 한옥 창문과 같은 소품을 활용하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보았습니다.
도면
방 3개, 화장실 2개인 25평 아파트입니다. 25평 집의 일반적인 구조인 것 같더라고요. 다행히 주방과 거실 쪽은 확장되어 있어서 평수 대비 조금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 좋았어요. 인테리어 하면서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은 같은 아파트 인테리어 한 분들의 글을 보는 것이었는데요,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후기를 참고했어요. 인테리어는 동네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저는 타지역 업체였기 때문에 공사 시 어떤 부분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참고하는 데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Before
2010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낡은 부분이 곳곳에 보이는 집이었어요. 전체 리모델링을 계획하긴 했지만 막상 짐이 다 빠지고 보니 예상했던 비용보다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구조 변경으로 인한 가벽과 아트월 제거로 인한 철거 비용이 상당할 것 같았어요. 예상대로 해당 부분은 가견적 대비 비용이 초과되었고, 대신 안방 화장실과 베란다는 상대적으로 사용감이 많이 없어서 유지하기로 결정했어요.
현관
인테리어를 시작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간살 도어였어요. 집에 들어오면 처음 보이는 이 공간이 좀 더 따뜻한 느낌이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중문은 나뭇결이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살린 원목 간살 도어로 시공했어요. 슬라이딩 형태로 열리는 문이고 현관 쪽은 유리면으로 되어 있어서 중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신발장은 무광 화이트 톤으로 하여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두 개의 칸은 신발을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우산이나 소화기를 보관하고 있어요. 천장까지 시공된 신발장이라 공간이 넉넉해서 아직도 빈 공간이 많이 남아 있어요. 도어가 터치형이라 손잡이가 없어서 더 깔끔해 보이고 좋은 것 같아요.
신발장 하단은 띄움 하여 자주 신는 신발은 아래에 보관하도록 되어 있어요. 신발이 4개 정도 들어가는 공간이라 저 안에 신발을 잘 넣어두기만 해도 현관이 전체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 업체 실장님께서 조명도 서비스로 넣어주셔서 신발 찾기에 아주 유용합니다.
현관문은 베이지 계열로 필름지 작업을 했어요. 베이지 계열이라 혹시 너무 때가 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발 닿는 부분은 좀 얼룩지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아직까진 깨끗함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관 전체가 화이트 계열의 밝은 톤이라 집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밝은 기운이 들어서 좋아요.
거실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모습이에요. 왼쪽에는 거실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주방이 있어요. 정면으로 보이는 스틸 선반 위에는 가끔씩 꽃을 올려두곤 합니다.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나 방을 이동하면서 잘 보이는 곳이라 꽃이 보이면 괜히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거실에는 많은 가구를 놓지는 않았어요. 대신 화분 몇 개와 거실장 위에 숲 포스터를 올려두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저희 집이 아파트 뷰이다 보니 삭막한 느낌이 들어서 자연과 함께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식물이 위치한 곳은 햇빛과 바람이 잘 드는 곳이라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데, 식물의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정말 뿌듯해집니다.
거실에서는 간단한 홈트를 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매트를 깔아두고 영화를 보며 잠들기도 합니다. 손님이 자주 놀러 오는 집이라 아직까지는 공간 활용성을 좀 더 열어두고 싶었어요. 나중에 마음에 쏙 드는 테이블을 발견한다면 벤치 앞에 원형 테이블을 두고 싶다는 생각은 합니다.
제가 거실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햇빛이 잘 들기도 하고 원목 가구가 있어 참 따뜻한 느낌을 주거든요. 한옥이 좋아서 소품이라도 두고 싶었는데 마침 저렇게 작은 한옥 창문을 판매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한옥 창문과 빈티지한 펜던트 조명이 묘하게 잘 어울리면서 날씨에 따라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올해 3월 이사 온 이후 벌써 3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거실 창문 아래로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곤 합니다.
소파 반대편은 이렇게 거실장이 있습니다. 이전 집에서는 거실장 위에 TV를 올려두었는데 이번에는 TV를 안방으로 보내면서 거실에는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게 되었어요. 빔 프로젝터는 남편이 자취할 때부터 사용하던 것이라 꽤 오래되기도 했고 이전 집에서는 매번 설치하기가 번거로워서 이사하면서 버리고 오자고도 했었는데 그랬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어요.
거실에 빔을 설치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의미 없이 TV를 보는 시간이 정말 많이 줄었다는 거예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적막함이 싫어서 습관적으로 TV를 켜놓곤 했고, 그러다 보니 남편과 대부분의 시간을 TV만 멀뚱히 보면서 보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빔 프로젝터로 대부분 유튜브 음악을 틀어놓거나 영화 볼 때만 틀다 보니 자연스레 TV 보는 시간이 줄었어요. 빔으로 TV를 볼 수도 있지만 어두울 때만 봐야 하니 그것 또한 TV를 덜 보게 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주말에는 이렇게 영화 틀어놓고 거실에서 잠드는게 소소한 행복입니다.
저희 집 아파트는 옆으로 산이 있어 거실 베란다 문을 열어두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와서 정말 좋아요. 특히 소파에 앉으면 비스듬히 보이는 산의 풍경이 매일 다른 기쁨을 주곤 합니다. 덕분에 올해 하늘이 얼마나 푸르고 예뻤는지 알게 되었어요.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서 노을 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날의 좋지 않았던 일들도 저절로 잊고 마음의 위로를 얻습니다.
주방
주방은 최대한 깔끔하고 미니멀 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주방용품이 늘어져 있으면 괜히 마음이 심란하고 그렇더라고요. 주방 타일과 후드, 하부장은 화이트 계열로 맞췄고 상부장만 오픈형 원목으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상부장을 설치하지 않으니 주방이 훨씬 개방감 있어 보여서 좋아요. 다행히 그릇 욕심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 최소한의 식기류만 두고 사용하고 있는데요, 상부장에는 그중에서도 자주 쓰는 것들만 두고 사용합니다.
주방 쪽 베란다가 이미 확장되어 있던 집이라 평수 대비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확장한 쪽에는 하부장을 하나 더 설치해서 수납할 공간을 마련해 주었어요. 식료품이나 자주 쓰지 않는 그릇을 주로 넣어두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에어프라이어나 믹서기 같은 가전류를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냉장고 위 수납장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쓰곤 하는데 그래서 주방이 깔끔해 보이는것 같아요.
주방 반대편 벽도 시계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실 비워두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워낙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오히려 결정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비워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전 같으면 엽서, 캘린더, 코트랙 등 가득 채워야 마음도 편하고 집의 안정감도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물건으로 가득한 집이 금방 질리고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오래 두고 볼 공간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고민만 하고 결정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고민하는 시간을 즐기려고 해요.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의 모습입니다. 간살 도어가 슬라이딩 형태라 주방의 파티션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저희 집에는 식탁을 따로 두고 있진 않아요. 아일랜드 테이블을 활용해서 식탁겸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큰 불편함은 없더라고요. 가전, 가구는 무조건 사야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각자의 필요가 다르고 활용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필수 아이템이라고 해서 사다 보면 결국 나의 공간을 활용하는데 점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에게 꼭 필요한지, 얼마나 사용하는지, 다음 이 사갈 때도 가지고 갈 정도로 마음에 드는지 등 고민하다 보면 결국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도 많은 것 같아 점점 신중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