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정철(松江 鄭澈)-장진주사(將進酒辭)

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부일배)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折花作籌無盡杯(절화작주무진배)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꽃 꺾어 셈하며 한없이 먹세그려]
此身已死後(차신이사후) 이 몸 죽은 후
束縛藁裏屍(속박고리시)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주리혀 매여 가나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 매어 무덤으로 지고 가나]
流蘇兮寶帳 百夫緦麻哭且隨(유소혜보장 백부시마곡차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화려한 상여에 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況茅樸樕白楊裏 有去無來期(황모박속백양리 유거무래기)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숲에 가기만 하면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만 하면]
白月兮黃日 大雪細雨悲風吹(백월혜황일 대설세우비풍취)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누런 해, 흰 달, 가랑비, 함박눈, 소슬한 바람 불 적에]
可憐誰復勸一杯(가련수복권일배)
뉘 한잔 먹쟈할고
[그 누가 한 잔 먹자 하리요?]
況復孤墳猿嘯時 雖悔何爲哉(황복고분원소시 수회하위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들 어떠리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적에 뉘우친들 무엇하리]
*정철(鄭澈, 1536년 ~ 1593년, 자 계함(季涵), 호 송강(松江), 시호 문청(文淸), 서울 장의동(藏義洞 : 지금의 종로구 청운동) 출생]은 조선시대 우의정, 좌의정, 전라도체찰사 등을 역임한 문신이자 문인으로 가사문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작품으로는 ‘관동별곡’ · ‘사미인곡’ · ‘속미인곡’ · ‘성산별곡’ 등 4편의 가사와 시조 107수가 전하고 있습니다.
*위 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시조로서 인생은 허무한 것이니 후회하지 말고 죽기 전에 술을 무진장 마셔 그 허무함을 잊어버리자는 권주가(勸酒歌)이고, 고사성어나 한문 조어를 피하여 우리말의 일상적 생활어를 시어로 선택하여 대중과의 공감대를 확보하였으며, 이백의 ‘장진주’가 남성적인 호방함을 보임에 비하여 위 시는 여성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의 사대기서로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시내암(施耐庵)과 나관중(羅貫中)의 ‘수호지(水滸志)’, 오승은(吳承恩)의 ‘서유기(西遊記)’, 작자 미상의 ‘금병매(金甁梅)’의 네 작품이 있는데, 정철의 호 송강(松江)은 ‘수호지(水滸志)’의 주인공인 송강(松江)과 같고, 송강의 별호는 “급시우(及時雨)”.‘(가뭄에) 때 맞추어 내리는 비’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첫댓글
절화작주무진배라....
이렇게 좋은세상... 꽃꺽어 셈하며 마시면 취하지도 않을듯....
죽으면 인생사 허무한것 아니겠는가........
살아서 일배일배부일배 하자구요~~~~~~
ㅎㅎㅎ, 멋진 댓글에 술이 절로 넘어갑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