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기들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능은 더 좋아져도 그 크기는 가벼워지고 무게도 줄어드는 반면 프린터는 이러한 법칙을 계속 무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프린터 초창기 모델들에 비교한다면 최근의 프린터들은 상당히 많이 작고 가벼워졌지만 종이 크기를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프린터가 종이 너비 보다는 커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따라서 프린트 면적이 크면 프린터의 크기도 함께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고정 관념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 킥스타터(Kickstarter.com)에 등장한 주타 포켓 프린터(Zuta Pocket Printer)
킥스타터(Kickstarter)에 등장한 주타 포켓 프린터(Zuta Pocket Printer)는 성인의 주먹 크기정도로 얼핏 보기에는 전혀 프린터라고 예상할 수 없게 생겼다.
반지나 목걸이를 담는 쥬얼리 케이스 같이 생기기도 했고 화장품 케이스 같기도 하다. 이 새로운 개념의 프린터가 작동하는 방식은 실내용 로봇 진공청소기를 연상시킨다.
전원을 켠 뒤 종이 위에 얹어 놓고 iOS 기기나 안드로이드 기기 혹은 PC나 랩톱에서 프린트 명령을 내리면 블루투스를 통해 명령을 받아 종이 위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명령 받은 내용물을 프린트하기 시작한다.
현재 나온 프로토타입의 프린터는 A4 사이즈 정도 크기의 종이에만 프린트 할 수 있지만 대량생산에 들어갈 제품은 종이 크기에 구애 받지 않는다. 따라서 A3나 A1 용지와 같은 큰 사이즈의 종이에도 프린트를 할 수 있게 된다. 대형 설계도나 건축 도면, 아이디어 스케치 등을 멀리 출장지까지 들고 갈 필요 없이 호텔 같은 곳에서 바로 프린트해서 바이어들과 상담을 할 수 있다. 편평한 테이블과 종이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프린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프린트하는 중에 테이블에 충격을 가하거나 테이블을 기울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
A4 용지 기준으로 잉크 카트리지 하나 당 약 1,000페이지(텍스트 기준)를 프린트 할 수 있고 충전 가능한 배터리는 한 번 충전 후 약 한 시간 정도 사용 가능하다.
첫 모델은 흑백만 프린트 가능하지만 컬러 모델도 개발 중에 있다. 주타 포켓 프린터(Zuta Pocket Printer)는 높이 10Cm, 지름 11.5cm에 무게 300그램으로 서류가방은 물론이고 웬만한 핸드백에도 들어갈만큼 크기가 작다. 충전은 마이크로 USB포트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기기와 그 충전기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은 별도의 충전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프린트 속도는 분당 약 1.2페이지 정도(A4 용지 기준) 수준으로 기존 잉크젯 프린터들에 비하면 상당히 느린 편이나 차후 개선될 예정이다.
▲ 주타 포켓 프린터(Zuta Pocket Printer)로 인쇄한 결과물
▲ 인쇄를 시작하기 전 프린터를 놓아야 할 곳과 방향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 프린터는 아랫면에 네 개의 옴니휠(omni wheel)이 달려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정확하게 프린터 자체를 종이 위에서 움직이며 잉크를 분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프린터의 뾰족한 면을 종이의 상단 왼쪽에 정확하게 놓고 시작하도록 프린트 소프트웨어가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 프린터가 제대로 개발되어서 상용화 된다면 프린팅 제품 시장에 큰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그 휴대성이다. 지금까지 종이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포터블 프린터는 개발된 적이 없었다. A4 용지 정도에만 인쇄할 수 있는 휴대용 프린터가 있었지만 그 이상 크기의 종이는 사용할 수 없다. 주먹 크기의 휴대성이 좋은 이 제품은 이론적으로 어떤 크기의 종이에나 다 인쇄가 가능하다. 종이 크기에 구애 받지 않는 프린터로서는 최소 사이즈에 최경량이 된다. 인쇄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가방에서 꺼내서 아무 종이에나 인쇄할 수 있다.
둘째로, 인쇄 미디어가 다양해진다. 특수 잉크를 사용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편평한 면에는 어디든지 인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기존 프린터에는 넣을 수 없는 표면에 인쇄를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티셔츠나 청바지 등에도 바로 인쇄를 할 수 있고 나무 같은 곳에도 인쇄를 할 수 있게 된다. 응용하면 여러 가지 커스터마이즈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프린터의 휠이 방해 받지 않고 굴러다닐 수 있는 표면이면 어디든 인쇄가 가능한 것이다.
셋째로, 확장성이다. 로봇 청소기처럼 여러 대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면 초대형 종이에 인쇄를 하는 것도 빠른 시간 내에 마칠 수 있게 된다. 대형 종이 위에 프린터 8대를 동시에 놓고 서로 부딪히지 않고 다른 프린터가 지나가지 않는 자리만 돌아다니면서 동시에 인쇄를 하게 된다면 고속 인쇄가 가능해진다. 물론 정밀하게 접합 지점을 맞추는 것이 기술이겠지만 센서를 달아서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킥스타터에서 목표했던 모금액(40만 달러)은 포스팅 되자마자 열흘 만에 이미 다 채운 상태이고 이달 말이면 CF를 찍기 위한 프로토타입이 완성되며 올 가을에 생산에 들어가 내년인 2015년 1월이면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초기 모델은 커피숍에서, 식당에서, 도서관에서 랩톱을 들고 다니며 프린트가 많이 필요한 학생들이나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꽤 유용한 제품이 될 것 같다.
<표. 주타 포켓 프린터 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