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말을 타는 게 즐겁냐는 질문에 그는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즐겁죠’ 라고 대답한다. 허준성은 20년간 말을 타왔다. 솔직히 ‘이제는 즐거움으로 말을 탈 수 있는 시기는 아니죠’ 라고 대답하든가, 어느 정도 꾸며서 ‘아직도 즐겁다’ 라고 대답해도 이해할 마음은 충분했다. 취미도 아니고 직업으로 20년인데, 지겹지는 않아도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준성만큼은 예외였다. 당연히 즐겁다는 대답을 하는 순간 그의 표정에는 미소가 확 번졌고, 정말이지 말을 타는 게 즐거워서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가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승마선수 허준성은 이런 사람이었다.
허준성은 강원도 승마협회장과 대한 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낸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흔히 볼 수 없었던 말이 참 좋았어요. 물론 그만큼 생소하고 어려운 존재였죠. 하지만 그런 말을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도 큰 매력이었어요.” 승마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어린 소년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단순히 좋은 성적이 목표가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큰 선수가 되기 위해 멀리 내다본 그는 눈앞의 성적만을 위해 버둥대지 않고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승마가 주는 진정한 재미를 알아갈수록 실력도 늘었어요.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졌죠.” 약관 20살. 대학교 1학년 때 그는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되었다. 역시 즐기는 선수에게 이길 장사 없는 모양이다. 외국의 경우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보통 40대인 것을 감안하면 그는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과 그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허준성은 우쭐할 줄을 모른다. “운이 좋았죠. 승마는 선수의 실력보다 말과의 호흡이 더 중요할 정도인데, 그당시 함께했던 말 ‘실버데일’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한조였어요. 다 실버데일 덕이죠.”
국가대표가 되고 프로선수가 된다는 것이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만큼 즐거운 일이었지만 아마추어 시절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부상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부상의 위험은 항상 많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종합마술 단체전이었어요. 제가 1번 주자였고 김형칠 선수가 2번 주자였죠. 제 차례가 무사히 끝나고 김형칠 선수의 차례였는데 낙마 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그는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이 사건이 그의 승마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큰 충격이었죠. 슬프고 아쉽고…, 선수단 모두 이런저런 생각이 뒤죽박죽돼서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는 마냥 두려워하지만은 않았다. 마음고생은 오래갔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넘기 힘들 것 같았던 슬픔과 충격이라는 장애물을 용기와 열정이라는 말을 타고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더 조심스럽게 말을 타게 됐죠. 두려움에 승마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故 김형칠 선수는 이렇게 허준상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왜 올림픽 출전을 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일단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어요. 단순히 실력이 문제가 아니에요. 승마의 경우 선수 한 명만 출전시키는 데 수십억이 들 정도죠. 비용이 가장 큰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쉬웠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마 환경이 척박하고 지원이 적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이 출전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환경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언젠가는 올림픽에 출전해 꼭 금메달을 따내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겠죠?” 그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런 그에게 바래본다. 그의 자신감이 황금빛 메달이 되기를. 그리고 말을 타고 장애물을 하나하나 넘듯 한국을, 아시아를, 그리고 올림픽을 넘어 전 세계를 누비는 허준성이 되기를. 큰 바람이지만 허준성이라면 가능하리라 믿는다. 허준성은 이런 믿음을 주는 남자다.
이름 허준상 출생 1977년 7월 1일 신체 키 173cm, 체중 68kg 종목 승마 소속 한국마사회 경력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수상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장애물 단체전 은메달 2007년 KL 그랑프리 네이션스 컵 1위 2008년 KRA CSIO Individual 2위 2008년 춘계 전국승마대회 대장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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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활량 WHY? 달리기는 말이 하고 앉아 있기만 하는데 왜 강한 폐활량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뿐 온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은 필수다. HOW? 폐활량을 강화하는 데 수영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 특히 하체 단련을 위한 유산소 운동과 병행하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어깨가 발달하면 안 된다는 것. 어깨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근육이 발달하게 되면 그만큼 유연성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승마에는 적합하지 않다. 수영의 목적이 어깨 발달이 아닌 폐활량 증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2 하체 WHY? “말을 타고 달릴 때 주로 사용하는 하체 근육은 바로 허벅지와 엉덩이입니다. 특히 안장에 닿는 안쪽 부위에 많은 힘이 들어가죠.” 허준성 선수의 말이다. 이밖에도 페달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발목도 단련해야 하는 하체 부위 중 하나다. HOW? 하체가 중요하긴 하지만 과도한 근육은 필요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하체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따로 근육 운동을 하기보다는 파워워킹처럼 하체를 주로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을 실시한다. 엉덩이, 허벅지 그리고 종아리와 발목까지 전체적으로 하체를 단련할 수 있다.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허벅지와 엉덩이 안쪽 근육을 따로 단련하고 싶다면 적당한 크기의 짐볼을 말을 타듯 다리 사이에 끼고 조이는 훈련이 도움이 될 것이다.
3 유연성 WHY? 말을 타면 하체는 고정된 채 달리게 된다. 이럴 때 상체가 뻣뻣하게 굳어 있으면 상체가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체를 위주로 유연성 증진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HOW? 기본적인 상체 스트레칭을 하되 그중에서도 특히 등, 즉 척추 라인의 유연성을 중심으로 실시한다. 승마를 하는 내내 등을 숙였다 펴는 동작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등의 유연성은 필수다. 이를 위해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손으로 바닥을 밀며 상체를 들어올리는 프론 프레스 업을 실시한다. 등을 최대한 수축, 이완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등의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4 손목 WHY? “하체는 끊임없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발은 계속 페달을 움직여야 하듯, 손목은 말을 타는 내내 고삐를 쥐고 움직여야 합니다.” 박재홍 감독의 설명이다. 특히 고삐를 당기는 동작이 주를 이루므로 손목의 당기는 힘을 발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HOW? 벤치나 허벅지에 팔을 대고 손목 힘만을 이용해 바벨을 들어올렸다 내리는 ‘리스트 컬’과 ‘리버스 리스트 컬’을 실시한다. 고삐 자체가 무거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무거운 바벨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막대를 이용해 여러 차례 동작을 실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밖에도 말의 고삐와 비슷한 위치에 고정시킨 밴드나 튜빙을 고삐라고 생각하고 당기는 훈련도 손목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5 기본 근력 WHY? 특정 부위가 중요하다고 그 부위만 단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승마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필요한 기본근력과 기초체력 단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HOW?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그리고 근육 운동을 조합해 꾸준히 실시한다. 근육량이 쓸데없이 많아지면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근육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특별히 정해진 시간이나 방법은 없다.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본운동으로 근육 운동을 실시하고 다시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는 큰 틀 안에서 본인의 능력과 스타일에 맞는 순서와 방법으로 실시하면 된다.
6 실전 WHY? “승마에 적합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훈련을 실시하지만 실제로 말을 타는 것만큼 좋은 훈련은 없습니다. 승마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수양도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전신운동이죠.” 박재홍 감독의 말이다. HOW? 능숙하게 말을 타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은 역시 승마뿐이다. 하체와 손목 단련, 폐활량과 유연성 증진 등의 효과를 한번에 볼 수 있다. 또한 말과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승마이기 때문에 말 위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승마, 이렇게 타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가짐이에요. 말을 사랑하는 마음이 필수죠. 이러한 마음이 없으면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없습니다.” 허준성 선수의 말이다. 그렇다. 승마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애마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말은 자동차와는 다르다. 1리터의 기름을 넣으면 10km를 가는 기계가 아니라는 말씀. “말을 단순히 운동기구쯤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리해주어야 하죠.” 애마정신을 갖추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승마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정확히 배워나가는 것이다. 한국마사회 승마단 박재홍 감독은 승마교육을 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승마를 제대로 배우려면 경기지도자 자격증 2급 이상을 취득한 지도자에게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정석으로 기초를 다지고 빠르게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죠.”
당신의 몸을 허준성처럼 디자인하라 솔직히 승마선수의 몸은 조각처럼 멋있거나 탄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스포츠보다도 내실있는 몸임에는 틀림없다. “말을 탈 때 주로 사용하는 근육은 양팔과 다리를 벌려 커다란 항아리를 끌어안을 때의 그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양팔과 손으로 당기는 힘, 대퇴부와 엉덩이 안쪽의 근육을 주로 사용하죠. 평상시나 다른 운동을 할 때는 주로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입니다.” 박재홍 감독의 말이다. 이런 근육의 능력과 함께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유연성이다. “승마선수에게는 전신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몸이 굳어 있으면 리드미컬한 말의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 있죠.” 허준성 선수의 말이다. 하지만 승마가 요구하는 유연성은 찢고 벌리는 유연성이 아니라 말 위에서 자연스럽게 힘을 뺄 수 있는 유연성이다. 이러한 능력을 키워 승마에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훈련은 바로 승마다. 다른 훈련 10번 하는 것보다 실제 말을 한번 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장애물 비월의 정석
온몸의 힘을 뺀다. 특히 고삐를 쥘 때는 강하게 쥐고 팔에는 힘을 빼야 한다. 그리고 점프를 시작할 때는 순간적인 힘으로 고삐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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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승마 올림픽 종목 1 마장마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말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종목으로 말의 움직임을 아름답게 계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장애물 비월 말과 기승자가 함께 다양한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종목. 정해진 코스에 따라 말의 기술성과 속도 등을 기승자의 비월 기술과 함께 테스트한다. 3 종합마술 모든 승마경기 요소를 종합한 종목으로 기승자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이 요구된다. 총 세 개의 종목(마장마술, 크로스컨트리, 장애물 비월)으로 구성된다.
한국 마사회 승마단 승마를 통한 인간과 동물의 교감, 승마 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2000년 2월에 창단된 단체다. 각종 대회에서 메달 획득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와 우수선수 발굴, 꿈나무 육성 등의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한국 마사회의 이러한 노력이라면 대한민국이 승마강국이 되는 그날을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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