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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금정산 의상봉 앞으로 거대한 암봉(무명리지)이 허공에 뜬 것처럼 삐죽 솟아 있다. 암봉 뒤로 부산외국어대 새 캠퍼스의 청잣빛 지붕이 줄줄이 보인다. 산행대장 뒤 멧부리는 원효봉이다. |
역시 금정산!
고당봉~원효봉~의상봉 이어 걷다보면
가을 알리는 억새 물결에 곳곳이 포토존
까다로운 등로 거의 없어 추석산행지 제격
범어사 보물·문화재 찾기는 또 다른 재미
정상 고당봉은 확 트인 360도 조망 선사
부산 금정산은 언제 가도 좋다. 부산의 진산이어서가 아니라 이처럼 아름답고 기묘한 산을 전국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 시내에 있으니 접근성도 얼마나 좋은가.
가을을 맞아,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함께 걷는 산행지로 또다시 금정산을 추천한다. 암봉과 암봉을 이어 달리는 재미에, 범어사에서의 보물찾기, 억새가 조금씩 익어가는 가을의 오후 햇살까지, 금정산에서 만끽할 것이 너무 많다.
참, 추석에 고당봉에 오르면 바위틈 새로 메아리처럼 들리는, 전국에서 온 친지들의 온갖 사투리를 듣는 흥취도 클 것 같다. 그때 고당봉 아래 금샘의 전설을 살짝 들려주면 어떨까.
범어사를 들머리로 고당봉, 원효봉, 의상봉을 차례대로 지나 상마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범어사 버스 정류장∼범어사∼청련암∼내원암∼고당봉∼고당샘∼금샘∼세심정(금정산탐방지원센터)∼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만성암∼상마마을 순이다. 그중 범어사∼내원사∼고당봉 등로는 가풀막이 거의 없고 길까지 넓어 가족끼리 도란도란 옛 추억을 더듬으며 걸어도 숨이 차지 않다.
■범어사 탐방은 그 자체로 보물찾기
산행에 앞서 범어사에서 가족사진부터 찍어보자. 대웅전의 청잣빛 기와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해도 좋고, 절집의 호젓한 돌담 옆에서, 혹은 어른 키보다 훨씬 더 큰 대나무 숲 앞에서 포즈를 취해도 괜찮을 것 같다.
범어사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78년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해동의 화엄십찰 중 하나로 지었다. 지금도 해인사, 통도사에 견줄 정도로 세력이 크다. 금정산의 의상봉, 원효봉이란 이름에서 짐작하겠지만, 범어사는 의상과 원효가 직접 수행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대웅전과 그 앞 삼층석탑이 보물이며, 당간지주, 석등 등은 지방문화재이니, 범어사를 둘러보는 것 자체가 보물찾기다.
하늘을 떠받친, 헌걸찬 은행나무 한 그루를 비켜서면 청련암에 이르고, 우바새와 우바니가 힘을 다해 지었다는 돌담, '석장(石牆)'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등로에 오른다. 하지만 길이 힘들지는 않다. 넓고 평탄하며, 비탈도 거의 없다. 범어사에서 고당봉까지는 3.6㎞로, 노량으로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낙동강 너머 신어산, 토곡산까지 한눈에
수목 사이로 파란 가을 하늘이 조각 천처럼 조그맣게 보일 무렵, 억새 군무와 함께 머리 위로 고당봉(800.9m)이 삐죽 솟는다. 고당봉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다. 그 바위 위로 설치된 덱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경쾌하고 시원한 조망이 끝없이 펼쳐진다. 장군봉과 계명봉 너머로 원효산이 보이고, 낙동강 건너편으로 신어산과 무척산, 굴암산이 우뚝 솟았다. 양산 오봉산을 지나 토곡산까지도 시계에 들어온다.
고당봉에서 조금 내려서면 망원경이 설치된 전망대를 만난다. 금샘과 북문, 원효봉, 제4망루가 망원경 속에서 또렷하다. 멀리 마린시티의 초고층 주거 빌딩과 광안대교,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까지 차례로 조망된다. 전망대 주변의 '고모당'도 볼거리다. 고모는 고모영신, 즉 생산과 풍요의 여신인 고당할미를 뜻한다. 연중 양기가 가장 센 5월 단오에 범어사에서 고당재가 열린단다.
■성벽 바깥 '휴식년제' 불구 팻말 없어
금샘은 고당봉에서 멀지 않다. 고당샘까지 내려와서 숲길을 따라가다 커다란 암봉에 오르면 발밑으로 또 다른 암봉 정수리에 움푹 팬 웅덩이가 하나 있는데, 바로 그것이 금샘이다. 금정산의 '금정(金井)'이 바로 금샘에서 유래했다. 금샘 너머로 회동수원지의 굵고 긴 물줄기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금샘 아래로 바위를 타고 내려가면 성벽을 따라 북문에 이르는 길이 있다. 취재팀도 이 길로 북문에 닿았다. 그런데 북문에 도착하고 보니 '금정산 휴식년제 구역' 팻말이 달렸다.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산행 개념도에는 금샘에서 고당샘으로 다시 나와 성벽 안쪽으로 걷다가 세심정과 금정산탐방지원센터를 거쳐 북문에 이른 것으로 정리했다. 이 구간의 성벽 바깥이 휴식년제 구역이라면 입구인 금샘 아래의 바위 부근에도 이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야 했다.
■금정산성, 전국 최대 규모 알까?
물이 다 떨어졌다면 세심정에서 채울 수 있다. 세심정 일대는 '화엄벌'로도 불리는데,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설파한 곳이란다. 세심정 앞의 금정산탐방지원센터는 산꾼들도 잘 찾지 않는다. 홍보가 덜 된 탓이겠지만, 부산 산악회의 히말라야 등정 역사와 사진, 각종 장비가 상설 전시되고 있으니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참고로 금정산성은 우리나라 산성 중 규모가 가장 크지만, 이런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산성 내에는 4개의 문이 있는데, 북문은 그중 하나다.
큰 산과 오래된 사찰치고 원효나 의상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곳이 드물다. 금정산은 아예 두 고승을 한꺼번에 모셨다. 고당봉에 가까운 것이 원효봉(元曉峰·686.5m)이고, 그 다음 멧부리가 의상봉(義湘峰·643.6m)이다. 조망은 두 봉우리가 모두 탁월하다. 그럼에도 사진작가들이 최고로 꼽는 곳은 역시 원효봉 조망이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산성과 하늘을 치받는 듯한 그 주변 암봉들이 수직과 수평의 절묘한 구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산은 제4망루를 조금 지나 철로 침목 끝부분에서 이뤄진다.
국가지점번호 '마라 4223 9725'를 이정표 삼아 상마마을로 내려서면 된다.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위크앤조이팀 051-461-4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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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등산 좋초
고맙습니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산도 저런곳이 있다니
시원해 보입니다.
즐감
즐감,,,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