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초등학교16회

머리말 이야기 7-② 祡田トヨ[しばたとよ]의 『약해지지 마』 - 어머니란 얼마나 진한 색깔이기에 지워지지도 않을까. - 사람들은 왜, 멀쩡한 아버지는 놔두고 궂은 일만하는 어머니만 부를까. 아버지는 어려워서일까, 무서워서일까. 여기『약해지지 마』에도 아버지는 없다. 이상도 하다. 왜 다들 어머니만 찾을까. 그렇게 하자고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모계사회의 유전인지, 자연발생적인 현상인지 모르지만 그렇게들 하고 있다. 자빠질 때도 첫 마디는, “엄마!”이고, 밥 때가 되도 “엄마”이고, 놀랄 때도, “엄마”이다. 엄마는 입에 붙은 말이 되어 떨어지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언제부터인가 책에서나 신문에서나 어머니란 제목의 글이 보이면 주춤한다. 어떤 내용일까,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누군가 시집을 냈다고 보내오면, 목차부터 본다. 어머니란 시가 있는지 없는지, 어머니만 보는 편식하는 사람이 되곤 한다. ‘시인의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일까.’ ‘작가는 어머니를 어떻게 대했을까.’ ‘훌륭한 사람의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실까.’ 어머니에 대한 시는 난해하려야 난해할 수가 없다. 모든 자식들의 어머니여서 그럴까.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고, 가슴 아픈 존재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난 여기「시바타 도요」의 시집에서 어머니란 시 두 편을 찾아 읽었다. 도요는 어머니에 대한 회상을 마치 동심원이 잔잔히 퍼지는 물결처럼 자연스레 자신의 감정을 펼쳐놓았다. 물결의 결마다 감정의 여운이 오랫동안 감돌고 있었다. 나는 고령의 할머니에겐 더 이상 어머니가 없을 줄 알았다. 어머니란 얼마나 진한 색깔이기에 지워지지도 않을까. 그런 ‘도요’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걸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녀의 시를 보고 있으면 아련한 정경이 떠오른다.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과거를 본다고 할까. 추억은 왜 아름답게만 흘러내리는지 모르겠다.  ‘도요’의 시속에서 그녀의 젊은 어머니가 보였고, 떠나는 도요의 뒷모습을 망연히 응시하는 기력이 쇠한 어머니가 서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손을 내밀면 손에 잡힐 듯 생생하였다. 그래서 이 시가 그렇게 회자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세상의 어머니는 왜 이렇게 아름답고, 희생적이고, 강하실까. 어머니란 참으로 불가해한 존재이다. 오늘 만은 ‘거룩하다’해도 부족한, ‘숭고한’ 우리들의 어머니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회상은 아름답지만 눈물겹기도 하다. 하지만 추억이란 귀한 선물이다. 도요는 이 모두가 살아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삶에서 극히 일 부분, 아름다운 순간을 도요를 통해 느껴보자. - ‘시바타 도요’는 누구인가. - 「시바타 도요」는 1911.6.26.에 태어나 2013.1.20.일 새벽에 101세로 타계하였다. 시집『くじけないで』는 그녀가 98세에 낸 처녀시집이다. 당시 신문에 난 기사를 보자.   시바타 도요」는 도치기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10대 시절 아버지의 가산탕진으로 인해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일터로 향했다. 이후 전통 여관과 요리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20대에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33세에 평생을 함께할 요리사 남편을 만나 외아들을 낳았다. 남편과는 1992년 사별했다. 평생 글 쓰는 일과 무관하게 살아온 92세의 ‘시바타’에게 시작詩作을 권한 것은 아들 겐이치(67)였다. 60을 넘긴 아들은 어머니가 나이 들어 평소 취미로 하던 일본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자 곁에서 도왔다.  어머니의 재능을 알아본 아들은 어머니의 시를 신문사에 투고했고, ‘시바타’의 시는 6,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산케이 신문 1면, ‘아침의 노래’코너에 실리게 됐다. 시 쓰는 법을 배운 적도, 써본 적도 없었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솔직하고 순수하게 쓴 ‘시바타’의 시는 독자의 마음을 울렸다. 이 시집은 150만부 이상이 팔려 히트를 쳤다. 일본에서 출간 이후 사람과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할머니의 시를 읽고 ‘자살하려는 생각을 버렸다.’ ‘마음의 교과서로 삼고 싶다.’ 는 등의 편지 1만여 통을 받았다고 한다.  [2013.1.21.월. 중앙일보] * ‘시바타’가 「나의 궤적」이란 글에서 밝힌 자기 이야기도 들어보자. 쌀집을 하는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른 아버지 탓에 서서히 가세가 기울었고, 제가 10대 때 집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면서 작은 연립주택에 부모님과 셋이서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리 부지런해서, 가사를 돌보면서도 여관 일을 돕거나 부업으로 바느질을 하면서 생활을 꾸리고 나를 키워 주셨습니다. 10대 시절 나는 그런 어머니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스무 살 때의 일입니다. 친척의 소개로 맞선을 봐서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집에 돈을 한 푼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서로 애정도 없었지요. 그 사람이 무섭기도 해서 대리인을 통해 반년 남짓 지나 이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혼에 질린 것인지도 모르지만, 10여 년간 여관이나 음식점 일을 돕고 부업으로 어머니로부터 배운 바느질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고, 부모님과 셋이서 사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33세 때였습니다. 제가 일하던 온천 마을의 음식점에서 가끔 식사를 하러 오던 주방장이 있었는데, 나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두 살 연상의 남편, ‘에이키치’였습니다.  만년에 그는 조리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정도이니 실력은 좋았던 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전국의 여관이나 음식점을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도박을 좋아해서 저금은 하지 못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고, 생활비는 확실히 갖다 주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부모님까지 돌봐 주었습니다. 남편은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이나 다른 사람들도 잘 보살피는 성격이었습니다. 남편은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누나와 남동생 셋이서 친척 집을 전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집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해 주고 가족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리고 1945년, 아들 ‘겐이치’가 태어났습니다. 남편과 둘이서 ‘건강이 최고’라는 바람을 담아 ‘겐이치’란 이름을 지었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은 성격은 상냥하지만 성급한 면이 있어, 어른이 되자 남편과 종종 말싸움을 하곤 했습니다. 둘 다 술은 마시지 않지만 도박을 좋아했습니다. 또 둘 다 닭띠여서 서로 부딪쳤던 것일까요. 그 가운데서 저는 항상 조마조마했지만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부자지간, 두 사람은 서로 닮았습니다. 중화요리 전문 요리사였던 남편은 아들 ‘겐이치’를 주방장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지만, ‘겐이치’는 영화나 독서를 좋아했던 제 영향을 받았는지, 중학생 무렵부터 문학에 흥미를 갖고, 문예잡지『들』에 투고를 해서 입선했습니다. 제가 시를 쓴 계기는 아들의 권유였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취미였던 일본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어 낙담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아들이 글쓰기를 권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쓴 것이 추억Ⅱ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그때의 금목서 향기와 떠들썩한 거리, 흘러나오던 멜로디가 떠오릅니다.  [2013.1.21.월. 중앙일보]    2020.1.25.토. 설날.* 7-③은 다음 주 토요일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