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Yankee)’라는 이름의 기원 – 조롱에서 자부심으로]
‘양키’라는 단어는 오늘날 미국을 상징하는 별명 중 하나지만, 그 출발은 의외로 비하의 말이었다. 그 어원은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네덜란드계 정착민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17세기, 지금의 뉴욕 일대는 ‘뉴네덜란드(New Netherland)’라는 네덜란드 식민지였다. 당시 정착민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던 이름이 ‘얀(Jan)’이었는데, 여기에 애칭을 붙이는 네덜란드식 접미사 -ke가 더해져 ‘얀케(Janke)’—‘작은 존(Little John)’이라는 뜻의 별명—이 만들어졌다. 이 이름이 영어식 발음으로 변형되어 ‘Yankee’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 다른 유사한 설명으로는 ‘얀 카스(Jan Kaas)’, 즉 ‘존 치즈(John Cheese)’에서 유래했다는 견해가 있다. 당시 플란드르 사람들이 네덜란드인을 놀릴 때 쓰던 별명이 ‘얀 카스’였고, 이것이 신대륙에서 이웃 영국계 식민지인들을 조롱하는 말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확실한 문헌 기록은 1758년 영국 장군 제임스 울프의 편지에서 발견된다. 그는 프렌치-인디언 전쟁 중 배속된 뉴잉글랜드 병사들을 비하하며 ‘Yankee’라는 말을 썼다. 이 무렵 보스턴 시민을 향한 영국군의 욕설로도 사용되었으니, ‘양키’의 출발은 분명한 조롱이었다. 그러나 이 단어는 곧 역전의 길을 걷는다.
영국군이 식민지인들을 비웃기 위해 만든 노래 'Yankee Doodle'이 계기였다. “모자에 깃을 꽂고 마카로니라 불렀다”는 가사 속의 macaroni는 파스타가 아니라 18세기 영국에서 유행하던 과장된 패션을 뜻했다. 즉, 촌스럽게 멋을 부린다는 조롱이었다. 하지만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되면서 식민지인들은 이 노래를 되레 자신들의 노래로 바꿔 불렀다. 영국군의 비웃음을 애국심의 상징으로 되돌린 것이다. 오늘날 이 노래는 코네티컷주의 주가(州歌)로 남아 있다.
초기에는 주로 뉴잉글랜드 사람을 뜻하던 ‘양키’는 남북전쟁 시기를 거치며 ‘북부 사람’, 나아가 ‘북군 병사’의 별칭으로 쓰였다. 이후 영국, 아일랜드, 호주 등에서는 모든 미국인을 가리키는 통칭으로 확장되었고, 간단히 ‘Yank’라고 줄여 부르기도 했다.
한편, 덜 신뢰받는 기원설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양키’가 체로키어 eankke(겁쟁이)에서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러한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l’anglais(영국인)’라는 프랑스어에서 변형되었다는 설도 제시되었으나, 체계적 증거가 부족하다.
결국 학계의 결론은 이렇다. ‘양키’는 네덜란드계 이름인 Janke 혹은 Jan Kaas에서 비롯되어, 북미 식민지 접경 지역에서 경멸적인 별칭으로 쓰이다가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미국인 스스로의 자칭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양키 두들’의 가사처럼 조롱에서 자부심으로 바뀐 이 말은, 신생국 미국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상징하는 언어적 사건이었다.
오늘날 ‘양키’는 때로는 친근하고, 때로는 풍자의 뉘앙스를 지닌 채 쓰인다. 그러나 그 어원 속에는, 외부의 비웃음을 자기 정체성으로 전환해낸 신대륙 사람들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로 그 역설이, 이 단어가 두 세기를 넘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