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새는 당연한 권리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도시 보다는 지방이 더 텃새가 심한 것 같다. 도시는 대체적으로 구와 획, 즉 경계가 이미 정확히 그려져 있어 텃세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에 그만큼 텃세를 부릴 여유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인심 좋다는 시골이 인심을 핑계 삼아 애매모호한 구획을 정해 놓고 지내다가 외지인을 보면 득달 같이 그 텃세와 강짜를 부리는 걸 보면, 어쩌면 도시인에 대한 컴플랙스가 아닌가도 생각이 든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이번 경우가 그렇다. 길도 아닌 길로 부리나케 내려오는 이웃 집 양반들을 보고“아!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라고 생각하고 심호흡을 한 뒤 무조건 이실직고 했다“아유! 죄송합니다. 대추나무가 댁의 것인 줄 모르고 그만….제가 집을 새로 지으면 바로 개 집을 옮기겠습니다.”그런데 그 쪽의 반응은 의외였다.“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라며.
<사진>이 개집은 고사하고 드나드는 길 또한 반이 자신의 땅이라는 것이다. 황당했지만 어쩌겠는가. 실측을 한 연후에 꼭 돌려 드리겠다고 약속을 함. 개집뿐만 아니라 장작 쌓아 놓은 곳을 넘어 처마 밑에서 일직선으로 자신들의 땅이라는 것이다. 새 집을 지을 곳은 이곳이 아니라 다행이다. 사실 새집을 멋지게 짓기 위하여 집질 곳에 위치한 비닐하우스며 닭장과 지저분한 시설물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곁들여 기초토목공사를 위한 측량작업도 의뢰한 상태였던 것이다. 우리 부부가 등산을 간 사이 옆집의 사람들은 철거 작업인부들에게 측량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다.
아무튼 ‘죄송합니다.’는 나의 사과(?)아닌 하소가 떨어지기도 전에 늙은 양반께서 다짜고짜“새집을 짓기 위해 측량을 한다고요?”라며 취조하듯 하는 말투를 보낸다. 수인사도 나누기 전 대뜸 그런 것을 따지는 태도에 좀은 불쾌했지만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아! 네~…그런데 어쩐 일이신지…”그러자 늙은이는 묻지 않은“아! 얘가 내 아들인데, 학교선생님이요.”,“아~네~~!? 그러시군요.”,속으로 교장이나 교감이었으면 어쨌을까? 의문이 든다. 아무튼 자식자랑(?)을 마친 노인은 연이어 우리 부부를 향해“댁의 시설물이 개집뿐만 아니고 우리 집으로 드나드는 길을 가리키며 도로의 반이 자신들의 땅이니 경계측량을 하면 돌려 달란다. 그쯤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역시 이번엔 장작 쌓아 놓은 곳을 가리키며 그곳도 자신들의 땅이란다.
솔직히 좀은 황당한 얘기지만 그 양반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터, 그래서 나의 답변은 여전히 공손 할 수밖에.“아~! 네에~! 그러시군요. 마침 측량을 의뢰했으니 그런 결과가 나오면 제가 새집 지으며 선생님의 땅은 그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제가 뭐, 농사지을 것도 아니고 남의 땅 한 뼘이라도 점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라고 흔쾌히 안심을 시켜드렸다. 나의 그런 태도에 안심을 한 이웃 집 부자는 돌아갔다. 그런데 속은 좀 거북하다. 아무리 자기네 땅이지만 이미 그 전 주인부터 실효적지배를 하고 있었는데 새삼 경계가 어쩌고 측량이 어쩌자는 모습이 마치 일본인들이 우리의 독도를 두고 시비하는 것 같아 내심 속이 불편 했던 것이다. 아니한 말로 처음 대면하는 이웃에게 보다 친절하게“아! 새로 이사를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나는 이웃의 누구누구입니다. 그리고 얘는 내 아들이고 쟤는 자부입니다. 우리 앞으로 친해 봅시다.”뭐 이러면서 다가온 뒤 지적 상으로 약간의 문제가 있으면 그때서야 이러이러하고 한즉 해결을 봤으면 좋겠다는 식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첨 보는 이웃을 향해 땅따먹기 하자며 얼굴이 벌개서 들이대니….속이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제 땅을찾고 싶었다면 측량을 의뢰하면 될 것을 제 돈은 아깝고…“참 더런! 족속일세!”라고 속 풀이를 했다.
<사진>지금 내 땅이 아쉽게도 여러 필지로 나뉘어 있고, 이번 측량을 의뢰한 곳은 이웃과의 경계가 아닌 걸 발견하고 재차 조정 의뢰를 하고 중국으로 출장을 갔던 것이고, 그 사이를못 이긴 이웃집 아들(某공고교사)은 중국으로 그렇게 전화를 여러 번 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일들이 있고 지난 목요일 경계측량은 끝났고………
그런데 측량을 해 보니 늙은이의 주장은 허구였다. 전봇대는 물론이려니와 훨씬 뒤 까지 내 땅이다. 장작 쌓은 곳은 고사하고 그 뒤로 자신들의 블루베리 밭이 있는데 그 밭의5분의3정도 또한 내 땅 임이 밝혀졌다.
<사진>오히려 내 땅에 소나무를 잔뜩 심어 놨다.
얼마 전, 전. 의경 고참병의 내무반 횡포가 대문짝만한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군대는 요즘 이런 비리(?)가 없어 졌나 모르겠지만 이거 정말 군대 내의 병리적 현상이다. 이런 악습은 정말 없어져야할 패악이다. 제 자신이 졸병 때 상사나 선임 병에게 당했다고 나중에 졸병에게 되돌려 주는 더런 행태는 정말 없어져야 할 관습이고 악습인 것이다. 하긴 대학교수가 제자를 도제란 명목으로 가르치며 폭행과 협박을 했다니…식자층에서도 그러하니 할 말을 다 못하겠다. 참으로 더런 습관하고는…
이웃집도 마찬 가지다. 자신들도 이곳에 내려(6년차)오며 텃세로 인한 온갖 압박과 설움을 받았을 텐데, 된 사람들이라면 그런 악습을 타파하는데 일조를 하지는 못할망정 다짜고짜 텃세를 먼저 부리려하다니…참 더런 놈의 악습은 악습이다. 그렇게6-7년을 무던하게 살아왔으면 첨보는 이웃에게도 그 무던함을 유지하던지…괜히 시비를 걸고 하다가 된통 당하고 말았으니…약은 고양이 밤눈 어두운 줄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지만, 저 정도면 무던한게 아니라 미련하기 짝이 없다. 돈 몇 푼 들이면 확실한 니 땅 내 땅을 알 수 있으련만 돈은 아깝고 땅 욕심은 나고….세상 살아가는 법이란 게 좀 모자란 듯 살아가는 게 영리한 삶이라고 나는 아이들에게 누누이 경구로 삼고 있다. 입 안에 먹을 것이 있는 한 그 어떤 것도 욕심 내지말라는 게 내 지론이다. 그래서 이번 산골일기의 소제를"텃세 부리다가 망신당한다."라고 한 것이다.
덧붙임,
지난 토요일은 친구 딸내미의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있었습니다. 그 사이 이웃집 노인과 아들은 다녀간 모양입니다. 일요일 이 반장(언젠가 등장했던 눈이 약간 이상했던 그리고 나에게 최초로 텃세를 했던 양반)이 저희 집을 다녀갔습니다. 옆집 선생 댁에서 지적공사에서 측량한 말뚝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숙이더랍니다. 그리고 집 입구의 도로를 반듯하게 하는 것은 마음대로 하시되 밭(불루배리 심어 놓은 곳)은 그냥 좀 쓰게 해 달라고 부탁하더랍니다. 아직 선생 댁 부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으니 확답은 안 드렸지만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요.
<사진>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불루베리 밭. 들어오는 입구를 일직선으로 하고 그곳에 얕은 펜 스를 친 뒤 넝쿨장미로 단장을 하고 싶거든요,.^^* 것 보세요! 좀 모자란 듯하니까 약200평의 땅을 찾았다니까요. 어쩐지 땅을 볼(살)때부터 목측하건데 등기 평수보다는 작아 보였는데…서류상 있으면 됐지 뭐 했거든요.
BY SS8000 ON 4. 11, 2011
첫댓글 한 10년전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즘도 시골에는 텃세가 심하다고 합니다.
후배 하나가 강화도에 터를잡고
주말 농장같은 주택을 짓고 하려는데
이웃 주민의 괴롭힘으로 힘들다고 하네요..
시골 인심이 점점 더 심해지는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던 산골 일기 연재해주니 재미있게
읽고 있씁니다.
오늘은 비는오지 않고 흐리기만한데
이렇게 봄이 오려는지요..
건강하세요..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그곳에 못 삽니다.
그 괴로힘을 타파해야 합니다.
사람사는 방법이 모두 다르지만,
얼마든지 급복할 수 있을 텐데....
그 걸 못하고 텃세라고만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산골일기를 쓰는 이유가 외람되지만 참고를 좀 하셨으면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