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과거에 비해 부동산 구입과 부채상환에 대한 선호도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답한 가구는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3.5%p 늘었고,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가구도 4.1%p 증가했습니다.
반면 저축이나 금융자산에 투자하겠다는 가구는 6.3%p나 줄었습니다. 특히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가구는 5년 전보다 3.9%p 감소했습니다. 이는 주식이 우리나라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받는 투자 대상이 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여윳돈이 생겼을 때 최고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재무학자들은 수익률만 좇지 말고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 곳에 올인 하지 말고 여러 곳에 분산(diversification) 투자 하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학자들이 조언하는 대로 산술적인 계산에 근거한 합리적인 투자결정이 내려지지 않습니다. J씨의 경우에도 은행, 증권사, 보험사, 부동산 등으로부터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 투자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행동재무학에선 훨씬 좋은 투자안을 마다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자신이 친숙한 분야에 집중해 투자하는 행태를 두고 친숙성 편향(familiarity bias) 혹은 자국편향(home countr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수익력이 뛰어난 다른 회사를 외면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 주식을 산다든지, 성장성이 좋은 해외 주식을 마다하고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려는 습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는 자신의 투자안을 결정할 때 수학에 바탕을 둔 논리적인 방법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정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위험에 대한 태도도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어 J씨가 안전성을 우선시 한다면 아무리 주식이나 P2P금융 등이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J씨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수익성을 중시한다면 1%의 은행 예금에는 전혀 만족을 못 하게 되지요.
결국 여윳돈이 생겼을 때 어디다 투자하는 게 최적인지는 산술적인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재무학에서 ‘OO모형’이라며 최적 투자안을 결정하는 합리적인 모델을 제시해도 투자자들은 잘 따르질 않습니다.
필자는 J씨에게 은행 예금과 개인연금, 주식, P2P금융, 부동산 등에 골고루 분산해서 투자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전형적인 재무학자들의 답변이지요.
여러분은 갑자기 1억원이 생긴다면, 어디다 투자하시겠습니까? 정말 살면서 그런 여윳돈이 생겨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