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스티렌은 나올 것인가? 연매출 800억원대의 스티렌 성공신화는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을 천연물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정부지원이 맞물리면서 스티렌, 조인스에 이은 블록버스터 꿈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2004년 26건에 그친 상담건수가 작년에만 134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임상시험도 크게 늘어 2004년부터 올 3월까지 총 48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천연물신약은 주로 한의원 처방약을 바탕삼아 골관절염, 치매, 아토피피부염, 암 치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추세와 맞물리면서 앞으로 국내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스티렌 신화 잇는다…신약개발 러시2007년 이후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품목허가를 준비 중인 제품은 모두 12품목(식약청 제출자료·2010년 7월 기준). 이 가운데 녹십자의 골관절염치료제 ‘
신바로건조엑스’는 식약청에 허가신청을 내고 내년 말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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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물신약 국내 임상현황(자료: 식약청, 2007~2010.7) |
이 제품은 퇴행성 척추염, 관절염, 디스크 등 골관절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자생한방병원의 고유처방인 추나(推拏)약물이 바탕이 되는 천연물신약이다.
골관절의 항염증, 진통 작용과 함께 연골 변성억제에 효과적이며, 구척, 방풍, 우슬 등 6종의 생약 추출물이 주성분으로 장기 복용 시에도 위장장애 등 부작용의 우려가 적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티렌의 성공주역’ 동아제약도 새로운 제품으로 천연물신약 선두기업의 자리를 확고히 할 태세다. 동아제약은 나팔꽃을 주원료로 하는 천연물신약 'DA-9701'의 임상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최초의 천연물 위장운동촉진제인 DA-9701이 부작용이 없으면서 위배출 개선은 물론 위순응 개선과 내장 과민반응에 의한 내장통을 억제하는 우수한 약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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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는 동아제약의 천연물신약 '스티렌' |
국내 최대 담배회사인 KT&G가 개발한 아토피 피부염치료제 ‘KT&G101'은 최근 영진약품에서 독점 생산·판매키로 했다. 이 제품은 최근 임상시험을 모두 끝내고 제품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천연물 아토피치료제로 부작용이 적어 소아 등 광범위한 환자를 대상으로 우수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2011년부터 제품을 본격 생산해 연매출 100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림제약, 안국약품, 유유제약, 최근 휴온스까지 각자 다른 효과를 내는 천연물신약으로 막바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자연성분 안전성 담보…국내사 경쟁 우위 분야천연물신약은 기존 케미컬 신약에 비해 복합적인 기전을 가지고 있다. 2000~3000개 성분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천연물의약품들은 그만큼 여러 가지 활성을 띄므로 다양한 작용기전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부작용이 적고 인체에도 훨씬 적합한 것이 천연물의약품의 장점. 자연의 성분이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결합되는 것이 화학적 성분의 재구성보다 유용한 효과를 나타낸다. 대표적 진통제 아스피린도 버드나무 껍질에 함유된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에서 비롯됐다.
한국바이오협회 선민정 박사는 “자연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일단 안전성 면에서 다른 합성의약품보다 우수하다”며 “약의 효능성보다 안전성을 우선으로 두는 미국 FDA의 IND(임상시험계획서) 심사에서도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선 박사는 또한 “아직 국제적인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제약업계가 천연물치료제의 표준화를 선점할 경우 시장에서 리더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제약 손미원 천연물신약 연구팀장은 “케미컬신약은 열심히 개발해도 세계무대에서 순위가 밀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전통한의약, 생약을 활용한 천연물 의약품의 과학적 입증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나가야 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천연물신약의 강점은 개발단계에서 기존 합성의약품보다 연구비나 소요시간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합성의약품 신약개발에 약 11년 6개월 동안 2340억원을 쏟아붓는 반면 천연물신약은 약 7년7개월에서 10년 1개월 동안 58억원에서 95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자료)
해외에서도 천연물신약의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엔 릴리, 머크 등 다국적 회사를 중심으로 천연물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천연물의 항암효과에 주목해 전 세계적으로도 천연물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아래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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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천연물신약 개발현황(자료 : 식품의약품평가원) |
정부 지원 활발…낮은 성공률 극복과제국내에서 천연물신약 연구가 활발해진 건 지난 2000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이 제정되면서 부터다.
정부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제1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촉진계획에 따른 정책 지원으로 스티렌과 조인스라는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2006년부터는 제2차 계획에 들어가 올해까지 5년간 1677억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천연물신약 6개 이상을 개발해 세계 7대 천연물신약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연구 검증 및 연구비 부족, 신약개발의 낮은 성공률은 앞으로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2010년 국내 천연물 신약 시장규모는 스티렌과 조인스의 아성으로 약 2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천연물시장이 갖는 점유율은 3~4% 내외이나 2012에는 약 10%까지 끌어올려 약 540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