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강서구 마곡동에 조성 중인 '서울식물원(Seoul Botanic Park)'에 다녀왔다.
2019년 5월에 정식 개원하지만 2018. 10. 11.부터 임시 무료로 개방을 시작했다.
면적 504,000제곱미터. 15만 평이 넘는 엄청난 넓이.
현재 3,100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8,000여 종으로 확보 계획이다.
다양한 세계 식물이 들어올 예정.
나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지하철 9호선을 탔다.
이 구간은 '급행전철', '일반전철' 2종류로 운행하며, 서울식물원이 위치한 '마곡나루역'은 일반전철을 타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는 잠실종합운동장(시발역, 종착역)역에서 9호선 급행전철을 탄 뒤에 '가양'에서 내린 뒤에 '일반전철'로 바꿔서 탔고, 두 정거장 째인 '마곡나루'역에서 내렸다.
1번출구로 빠져나온 뒤 한 200m 걸으니 식물원이 나타났다.
조성 중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구경 나왔다. 어린 유치원생이며, 초등학생이며...
식물원은 4장소로 나눈다.
열린 숲, 호수원, 주제원, 습지원.
주제원은 매주 월요에는 휴관.
면적이 워낙 넓어서 시야가 시원했으며, 이색적인 나무를 속속들이 이식하고 있었으며, 열대식물은 거대한 유리천장이 있는 '식물문화센터'에 있다.
열대, 지중해에 위치한 세계 식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야외 공간이 하도 넓어서 군데 군데에 있는 쉼터/간이의자에 앉아서 쉬기도 했다.
나한테는 지겨운 잡초인 스크렁, 억새(참억새), 띠(잎사귀가 붉은 띠를 심었다) 등도 심었다.
튜립 알뿌리 7개 1망 7,000원에 파는데도 아내한테 지청구를 먹을까 싶어서 사기를 포기했다.
'당신 시골에 아무 것도 가꾸지 말아요. 이렇게 구경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어요.'
오늘도 아내의 지청구를 들어야 했다. 그간 숱하게 식물재배에 실패했기에 나는 아무 말도 대꾸하지 않았다.
아내가 더욱 늙었을까?
오늘은 아내가 다리 아프다며 힘들어 하기에 관람을 일찍 끝내고 귀가를 서둘렀다.
사실은 나도 지치고 힘이 들었다.
식물원에서 빠져 나온 뒤 바깥 도로변의 '나주곰탕'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었다.
아쉽게도 프랜차이즈 상업성이 짙어서 적당히 끊인 탓인지 맛이 정말로 없었다.
뜨내기들이나 사 먹을 터.
나는 식물을 정말로 좋아하기에 다음 번에는 찬찬히 둘러봐야겠다.
내년 5월에 정식 개장하면(입장료도 받을 터) 그때에는 더욱 많은 식물들이 선을 뵐 게다.
왕복, 식물원에서 구경했더니만 5시간이 넘었다. 무척이나 피곤하다.
나는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 살고 싶기에 이렇게 나무와 풀을 찾아서 헤매는가 보다.
오른쪽 무릎 연골이 아프다. 뼈가 많아 달았나 보다.
노동하지 않는 세월이 몇 년간 지속했으니 근육도 거의 다 빠져서 흐물거리나 보다.
'농사 그만 지어요. 화초 그만 심어요. 이제는 여행이나 다니자고요. 나이 드니까 걷는 게 힘이 들어요'라는 아내의 주문과 자탄이 늘어난다. 나도 자꾸만 아쉬운 세월에 와 있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고...
'서울식물원은 아직은 정리가 안 되어서 아쉽네요. 서울숲이 훨씬 나아요.'
'서울숲(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다녀온 지도 오래 되었군.'
'그 동안 당신은 시골에서 고생 많았어요. 어머니를 보살폈고, 2015년 어머니 돌아가신 뒤에 재산상속 세금 때문에 힘들어 했고, 2016년에는 산소 이장으로 힘이 들었고, 작년, 올해에서야 겨우 숨을 돌렸군요...'
나는 듣기만 했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나간 시간들이 꿈만 같다.
2018. 10. 24.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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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중의 일이다.
'미안해요. 화분 하나 깨뜨렸어요. 바구니를 들고 가다가 건드렸어요'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방에서 고개를 틀면 베란다 수돗가.
서울 아파트 베란다 위에 올려놓은 화분.
고개를 내밀어서 보니 난(蘭) 화분 하나가 깨어졌고, 바닥이 어지렵혀져 있었다.
다육식물인 염좌.
'괜찮아. 염좌는 하나도 다치지 않았으니까'
이미 화분이 깨지고 금이 갔어도 염좌는 그대로 있었다.
뿌리는 상하지 않았기에, 식물만 살아 있으면 되니까...
아내는 조각이 떨어진 사금파리를 폐신문지로 쌌다.
나는 바닥에 흩어진 화분 흙과 잔돌을 조심스럽게 쓸어담은 뒤 다른 화분 위에 살짝 부어주었다.
수습 끝.
'이 꽃 주워온 것이었어요?'
'응. 얼마 전에 주워왔어.'
뿌리 채 뽑혀서 아파트 단지 안 나무 밑에 내던져진 염좌였다.
날씨가 추워서 시들고 냉해를 입어서 거의 죽었던 식물이 따뜻한 아파트 안에서는 새 순을 내밀고 있다.
쌀알만큼이나 작은 눈을 틔우고 있다.
이런 글 쓰면서 나는 빙그레 웃는다.
귀 어두운 내가 귀를 더 기울여야겠다.
눈 나쁜 내가 눈을 더 가까이 대고는 염좌를 들여다보아야겠다.
첫댓글 최윤환님 안녕하세요? 올리신 글은 다 읽고 있지만 댓글은 처음입니다.
올리신 글 읽을때마다 누군가의 수필집을 사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는것 같았어요
오늘 올리신글은 저도 다녀온곳이라 댓글을 달아봅니다.
전 10/13일에 다녀왔어요..제 사는 옆동네거든요.
그날 선물로 받은 보스톤 고사리에요.
댓글 고맙습니다.
개장 기념으로 선물을 받았군요. 보스톤 고사리.
외국 지명인 보스톤에서 자라는 식물인가요?
선물 받은 고사리가 무럭무럭 커서/ 증식되기를 바랍니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배신/배반을 하지 않거든요.
보살펴 주는 손길에 따라서 늘 보답하지요.
저는 '화분 크기만큼만 보답한다'라고 말하지요.
작은 화분에서는 엄청난 크기로 자랄 식물은 없으니까요.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영역만큼만 식물은 보답할 겁니다.
사진 속의 화분이 무척이나 큽니다. 보스톤 고사리가 어떻게 생겼을까 조금은 궁금합니다.
@최윤환 왜 보스턴이라는 지명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화분크기만큼만 보답한다는 말씀..맞습니다. 제가 다육식물을 주로 키우고 있는데
큰 화분 아이들은 제법 큰 반면 작은 화분속 아이들은 몇년을 키워도 늘 같은 모습이에요
선물 받은 고사리는 좀더 큰 화분으로 옮겨 더 풍성하게 키워봐야겠어요.
@루나리아 예.
고사리 종류도 무척이나 많겠네요.
전 제주 곶자왈은 가보고 싶어요
뭔가 허전하거나 하고 싶은데 못하면 근처를 맵돌기도 하는거 같아요
일전 서울식물원에서 구경하면서 100년 뒤에는 식물원이 어떻게 변했을까, 200년 뒤에는 어떤 세상일까? 300년 뒤에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까? 궁금증이 나대요. 상상이 안 되는 세상으로 변하겠지요.
위 마곡동 서울식물원도 예전에는 농경지, 농사를 짓던 논이었을 것습니다만 지금은 천지가 개벽된 듯 높은 빌딩숲, 그나마 이렇게 식물원 터라도 남겨서 이국적인 형태로 정원을 만들었으니 좋네요.
제주도 곶자왈... 습기 많고, 온도가 온화해서 다년생 난종류가 많겠군요. 이국적인 식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