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독립운동가들이 남겨준 의열 정신을 살리는 게 곧 밀양 정신이다. 밀양을 의열 도시로 만들자."
밀양 내이동 약산 김원봉 생가 터에 지난 7일 전국 최초로 의열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이 의열기념관 내부에 전시된 역사 자료를 발굴하고 정리한 숨은 공로자가 있다. 최필숙(55) 밀양전자고 역사 교사다.
(사)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부소장인 최 교사가 지난 9일 오후 6시 30분 밀양시립도서관에서 올해 1월 발간한 <일제강점기 미리벌의 분노와 희망> 증정의 자리를 겸한 '밀양 정신' 강연을 했다.
최 교사는 1995년 우연히 부산 한 서점에 들렀다가 <김원봉 연구>라는 책을 발견하고 밀양 의열단 활약에 매료돼 현재까지 일제강점기 의열운동 현장이었던 중국을 15회, 태항산을 10회나 답사했다. 밀양 출생인 최 교사는 (사)석정윤세주열사기념사업회 이사, (사)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이사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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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숙 밀양전자고 역사 교사. /이수경 기자 |
의열기념관 안에 '일제강점기 의열단 창립은 조선독립군정사 차원의 기획이었다. 군정사 재정책임자(회계과장)였던 황상규가 창단 과정을 주도했고, 그의 지도 아래 김원봉, 김상윤, 윤세주, 한봉근 등 밀양인을 중심으로 조직된 후 23차례 의열 거사를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일제 강압 통치에 분연히 맞섰다'라고 의열단 창립 배경과 의의가 기록돼 있다.
최 교사는 이날 강의에서 "밀양은 충의(사명대사), 지덕(점필재 김종직), 정순(아랑)과 독립 정신까지 4가지 정신을 주창해왔는데, 이 모두를 아우르는 정신이 '의열'"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열은 의로운 일을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중국 고사 '천추의열'에서 유래했다. 불의를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의열이다. 부모와 교사들이 불의를 봤을 때 잘못 됐다고 말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교사는 "밀양 정신은 의열 정신이다. 밀양을 의열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명대사, 점필재, 박위 장군, 삼별초 동조 운동, 을강 전홍표, 김대지, 황상규, 김원봉, 윤세주, 고인덕, 김병환, 최수봉 등 걸출한 항일지사들이 모두 밀양인이다.
최 교사는 의열기념관을 개관하고자 2005년부터 밀양시에 건의해 13년 만에 결실을 봤다. 그는 이제 밀양을 '의열 정신의 성지'로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의열관 옆) 해천을 '의열천'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홍표, 김원봉, 윤세주 등이 멱을 감던 해천은 수많은 스토리텔링 요소들이 있다. 석정 윤세주 생가 터도 시가 매입해서 '의열단 기념관'도 지으면 좋겠다. 의열기념관 앞은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가는 길처럼 '의열길'로 만들면 좋겠다. 윤세주 의열비가 있는 자리는 시가 '의열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했다. 의열기념관 오른쪽 터를 집 주인이 팔 계획이라고 하니 시가 그 터를 사서 '의열체험관'으로 만들면 그야말로 밀양이 '의열 성지의 도시'가 될 것이다."
밀양시가 어떤 화답을 줄지 기다려진다.
한편 <일제강점기 미리벌의 분노와 희망>(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펴냄·비매품)은 최 교사가 밀양시 지원을 받아 밀양 독립운동 연구자료를 집대성한 책이다. 항일 투쟁 속의 밀양, 3·1운동과 밀양의 만세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밀양인, 의열투쟁·의열단과 밀양, 의병 항쟁, 3부(참의부·정의부·민의부) 속의 밀양인 등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