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27) - 아픈 자를 회복시키는 하나님
새해에 일본에서 아내에게 인쇄체처럼 바른 한자 글씨로 주소를 적고 서투른 한글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와타 시계루’라고 적은 연하장이 날아왔다. 이 분은 한국을 자주 방문하여 우리말도 꽤 잘하는데 작년 4월에 조선통신사들이 갔던 길을 함께 걸으며 친분을 쌓았다. 나와 같은 나이인데 생일이 늦다며 ‘형님’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일행들에게는 오빠로 통칭되는 유쾌한 장년이다.
그는 서울-도쿄 간 50일의 걷기행사에 끝까지 참여하였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걷는 20여 일 동안에 다리가 아파서 부산에서 재회하였을 때에는 잘 걷지를 못하였다. 일본의 대마도에서 오사카에 이르는 일주일간은 주로 배와 차량으로 이동하는 기간에 아내가 그의 아픈 다리를 몇 차례 치료하여 주고 우리는 오사카에서 귀국하였는데 걷기행사를 끝낸 후 가와타 시계루 씨에게서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서툰 우리말로 안부 인사를 나눈 후 특히 아내에게 다리를 치료해주어서 대단히 고마웠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걷기행사 한국 측 대표가 행사를 마친 후 걸어온 전화에서도 가와타 시계루 씨의 상태가 좋아져서 무사히 걷기행사를 완보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아마추어의 치료가 효험을 본 것에 감사하였다. 그 후에도 두 번이나 서울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팠던 다리를 들어 보이며 다 나았다고 활짝 웃는 모습이 반가웠다.
어제는 한 달 전에 전립선 암 수술을 받고(수술이 아주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정양 중인 사촌 동생을 만나 밤늦게 까지 정담을 나누며 빠르게 건강이 회복되고 있음을 기뻐하였다. 나는 아내처럼 치료의 능력은 없으나 기도로 밀어주는 일에는 열심인 편이다. 동생이 병원에 입원중일 때 집안의 카페에 쾌유를 비는 글을 실었고 많은 가족들이 댓글을 올리며 기도로 힘을 모았다.
작년(2009년) 봄에 교회어린이들과 잠언을 공부하면서 쓴 글에 ‘아픈 자를 회복시켜 주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적은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주일 오후에 몸이 아파서 고통을 겪고 있는 최정숙 할머니 방에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여러 달 동안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할머니께 ‘너 근심 걱정 말아라’(찬송가 432장)를 불러드리며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기를 권면하였다.
멕시코에서 시작하여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우리나라에도 감염자가 생긴 신종인플루엔자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14세기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1918년에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를 덮친 스페인 독감으로 4천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도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이 사리지지 않고 있음을 지켜보며 질병의 무서움을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아픈 이들의 치유를 위해 힘써야 하리라.
‘하나님은 우리를 극한 염병(전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니라’(시편 91편 3절)
작년여름 영국에 있을 때, 아픈 이들의 회복을 위하여 쓴 글을 살펴본다.
‘오늘 예배의 설교 제목은 ‘회복을 주시는 하나님’인데 인용한 사례에서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글쓰기, 음악과 그림 등에 재능이 있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다락에서 놀다가 떨어져서 의식을 잃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가망이 없다며 돌아가라 합니다. 절망에 빠진 엄마가 들쳐 업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하며 아이가 깨어나 너무나 감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살피니 다리를 잘 못 쓰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병원에 갔더니 소아마비라고 진단합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성장하여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어린이는 재능이 있으므로 학업에 충실하였는데 동무들이 저는 다리의 흉내를 내는 모습을 발견하고 실의에 빠져 통곡을 하였습니다. 그 때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 하는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와 위로를 받고 학업에 열중하여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악기를 다루는 음악에 몰두하여 힘들게 이를 들고 다닐 때 동료 남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악기를 들어주려는 진심에 마음이 끌려 오랜 교제 끝에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청년의 부모가 결사적으로 반대하여 다시 실의에 빠졌을 때 역시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하는 부드러운 음성을 듣고 힘을 얻어 그 청년과 단둘이 결혼식을 치르고 외롭게 살아갔습니다.
몇 년 후 시아버지가 폐암에 걸려 절망적인 상태일 때에 며느리가 간절히 기도하며 간병하여 회복되는 과정을 통하여 마음의 문이 열리고 시부모와 화해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와서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서 병원에 갔는데 다리가 탈골 되어서 그러니 수술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시아버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 수술한 결과 깨끗하게 치료가 되어 40년 간 소아마비인 줄 알고 불편하게 살아 온 다리가 정상인으로 회복되어 새로운 삶이 펼쳐졌습니다.’
아침에 가족과 친지들 가운데 몸이 불편하고 정신에 장애가 있어 투병 중인 이들을 위하여 꼭 회복시켜 달라고 간구하였는데 말씀 제목과 내용이 이와 부합하여 더 은혜를 받았습니다. 우리 서로 심신의 치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회복의 은총이 임하도록 힘을 합쳐 기도하기를 제안합니다. 예배를 마치며 부른 찬송은 ‘눈을 들어 산을 보니 도움 어디서 오나 천지 지은 주 여호와 나를 도와주시니 너의 발이 실족잖게 주가 깨어 지키며 택한 백성 항상 지켜 길이 보호 하시네’(433장)입니다.’
아내는 이번 일본여행 때 아픈 이들에게 치료의 손길을 펼쳤다. 아픈 이들은 물론 애통하는 자의 치유가 하나님께로부터 오기를, 등을 두드리며 괜찮다고 위로하는 부드러운 주님의 음성과 함께.’
최인호 작가, 이해인 수녀 등이 투병 중에 낸 책들이 위로를 준다. 최인호 씨가 샘터에 34년여 간 연재한 연작소설 ‘가족’을 애독하며 행복하였는데 이를 중단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이분들의 쾌유를 기원하며 이해인 수녀에 관한 기사(조선일보 2010. 1. 12)를 소개한다.
‘고통의 학교에서 희망을 배웠네.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 '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입니다."
지난 2008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이해인(65) 수녀가 병상에서 틈틈이 쓴 시 100편과 최근 1년 반 동안 쓴 일기를 묶어 시·산문집 '희망은 깨어 있네.'(마음산책)를 냈다. 수록된 시들은 암에 대한 인간적인 두려움을 진솔하게 드러내면서도 의연하게 삶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아플 때 아프다고/ 신음도 하고/ 슬프면 눈물도 많이/ 흘리는 게 좋다고/ 벗들이 나에게 말해주지만/ 진정 소리 내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나는 나의 아픔과 슬픔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지/ 그들은 내게 딱 부러지게/ 대답은 안 했지만/ 침묵을 좋아하는 눈빛이기에/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지/ 끝내 참기로 했지.'('병상일기 2')
지난해 타계한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큰 가르침을 되새기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와 화가 김점선씨에 대한 인간적 그리움도 토로했다.
'그리움으로 길게 이어지는/ 추모의 물결이/ 땅에서 하늘까지 닿는 기적을 보고/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이 물결이/ 서로를 챙겨주는 사랑의 축제로/ 일상의 삶에서/ 더 길게 이어지는 기쁨을 보게 하소서.'('봉헌기도-김수환 추기경님을 보내며')
'장영희 김점선 이해인/ 셋이 다 암에 걸린 건/ 어쩌면 축복이라 말했던 점선// 하늘나라에서도/ 나란히 한 반 하자더니/ 이제는 둘 다 떠나고/ 나만 남았네요.'('김점선에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피겨여왕 김연아를 응원하는 시도 눈길을 끈다. '네가 한번씩/ 얼음 위에서/ 높이 뛰어오를 적마다/ 우리의 꿈도 뛰어올랐지/ 온국민의 희망도 춤을 추었지/(…)/ 때로는 얼음처럼 차갑게/ 불꽃처럼 뜨겁게/ 삶의 지혜를 갈고닦으면서/ 늘 행복하라고/ 우리 모두 기도한다// 우리도 일상의 빙판을/ 가볍게 뛰어오르는/ 희망의 사람이 되자고/ 푸른 하늘을 본다, 연아야.'('김연아에게')
산문에서는 투병 이후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일상에 대한 소회를 기록했다.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이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 반달이 뜬 하늘을 올려다보며 옥상에서 산책을 하는 저녁식사 후의 행복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고통의 학교에서 수련을 받고 부르는 희망'이란 제목의 책 머리말을 통해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나 우선은 최선을 다해 투병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심정으로 작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라고 다짐했다. 이해인 수녀는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머물면서 두 달에 한 번꼴로 상경해 검진을 받고 있다.’
첫댓글 언제나 기다림으로 , 설렘으로 천혜카페의 문을 열고 들릅니다. 천사의 미소와 음성, 사랑과 소망으로 소중한 사연들이새롭게 채워지는 감동이 있어서입니다. 27회에 이어 앞으로 계속될 김교수님의 믿음의 글을 기대하며 주안에서 영육간 강건하시며 댁내 평안과 행복하심을 축원합니다. 천혜카페 여러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