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백령도에 점박이물범이 찾아온다. 여름철이면 충청도 가로림만으로 이동해 머물다 바다가 차가워지면 발해만으로 이동해 겨울철 유빙에 새끼를 낳는다는데, 이듬해 유빙이 녹아 사라지면 백령도 인근에 모인다고 한다. 오랜 세월 우리 서해를 회유하는 점박이물범은 요즘 살아가기 무척 어려워졌다.
심청이 빠졌다는 인당수는 예로부터 물고기가 많고 물살이 거셌다. 요즘도 그렇다는데, 선은 없다. 남북이 경계하는 해역에 어떤 배가 접근할 수 있으랴. 하지만 점박이물범은 관계없다. 여름 전까지 신나게 사냥에 나설 텐데, 쉴 자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백령도 해안에 ‘물개바위’가 있지만 만조에 물속으로 잠긴다. 인천시는 새로운 바위를 더 넓게 만들었는데, 시멘트 냄새가 싫었을까? 한동안 외면했다고 한다.
황하강은 주변 공장에 바다 같던 강물을 용수를 내주면서 요즘 건천일 때가 많고, 공장 인근 배수구에서 정화 처리 부족한 오염수가 발해만에 마구 쏟아지면서 흔전만전하던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남획도 한몫했을 텐데, 문제는 겨울에 유빙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염과 온난화 탓이리라. 유빙에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된 점박이물범은 발해만 인근을 헤맸을 텐데, 요즘은 백령도 인근에서 새끼를 낳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솜털이 뽀송뽀송한 새끼가 해안에 죽은 채 밀려오는 모양이다.
백령도 인근에서 까나리를 즐겨 먹던 점박이물범은 가로림만을 찾는데,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가로림만은 조력발전소 예정지였다. 발전소로 터전을 잃을 뻔했는데, 어민과 환경단체 덕분에 막았으니 다행이다. 한데 까나리를 양식하는 어민은 점박이물범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양식장 그물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라는데, 점박이물범을 앞세우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인천시에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문화재청과 논의해 어민에게 적절하게 보상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