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총무원장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오계를 지켜라.”
전국선원수좌대회 묵언정진 15일째, 단식정진 7일째가 되는 9월 12일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전국수좌대회를 열렸다. 제방 선원에서 수행해온 150여 명의 수좌들이 조계사 옛 불교정화회관에 모여들었다. 100여 재가불자들도 수좌 스님들과 함께 했다.
“오늘 이 자리가 자승 총무원장에게 출마 포기를 요구하는 마지막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수좌 스님들은 “오늘 전국수좌대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승 원장이 총무원장에 다시 출마한다면 전국승려대회를 열어서라도 반드시 저지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9월 12일 오후 2시에 조계사 옛 정화회관 자리에서 열린 전국수좌대회 장면.
수좌 스님들은 “오늘날 이런 잘못된 종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중은 수좌밖에 없다”며 “종회의원은 말사주지를 겸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 주지는 월급주지가 되어야한다”고 촉구했다. 수좌 스님들은 또 “총무원장 직선제, 사찰재정투명화, 종회의원 말사주지 겸직 금지가 선원수좌들의 마지막 물러설 수 없는 요구”라고 밝혔다.
수좌들은 이어 “우리 종단은 수행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오늘부터 염원하고 기도해야 한다. 총무원장은 수행이력이 없는 사람은 출마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종회의원 자격도 수행하는 이력이 없다면 출마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말사주지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수행하는 스님이 나중에 수행의 결과를 바탕으로, 포교하고 법을 전하는 자리가 바로 말사인데, 수행하는 스님들이 마지막으로 갈 자리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월암 스님(한산사 선원장)를 전국수좌대회가 열리게 된 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지난 9월 9일 종정 예경실장이 봉암사를 방문 적명 스님에게 종정스님은 중립을 지킨다는 애매모호한 뜻을 전해왔다. 수좌회의 원로들이 뜻을 모아 원로 스님들을 만나서 뜻을 모으고, 그 뜻을 원로회의 의장을 통해 뜻을 전해오면 종정스님이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수좌회는 종정스님의 이 뜻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수좌스님들은 대회를 마친 후 총무원 청사앞으로 자리를 옮겨 자승 원장 연임 포기 등 9개항을 촉구했다.
봉암사에서 올라온 한 수좌스님은 “봉암사에도 현재 100여 명의 수좌 스님들이 이곳 조계사의 수좌 스님들과 뜻을 같이하며 정진하고 있다”며 “적명 수좌스님께서 봉암사의 뜻을 전하라고 해서 대표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자승원장 재임 포기 약속 엄수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석곡 스님(봉암사 주지)은 촉구문을 통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우리 수좌들은 이제 다시 벼랑에서 손을 뿌리치는 심정으로 고한다”며 “자승원장과 기득권층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석곡 스님은 “닭 벼슬보다 못한 중 벼슬을 이제 그만 내려놓고 본분사로 돌아가기를 권고하는 바”라며 “자승원장과 기득권층의 수장들은 이제 만용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음을 알고 용단을 내리어 자신도 살고 종단도 새롭게 거듭나는 길을 택하기를 간절히 권고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전국수좌대회 참석자들은 이어 석곡 스님의 선창으로 9개 항을 촉구했다. 9개항의 촉구문은 ▲자승원장은 약속을 지켜 조건 없이 재임 포기를 선언하라. ▲계파 수장을 중심으로 한 종회 세력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계파정치 혁파를 통해 종단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도박, 폭력에 연루된 스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개선하여 화합승가를 이루어야 한다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운영과 재정투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계율에 의거해 은처승 문제가 척결되어야 한다 ▲부패, 비리, 폭력, 비방, 폭로 등 비승가적 행위를 근절하고 수행과 교육을 통해 청정승가상이 회복되어야 한다 ▲출가 수행자는 돈을 떠나서 수행과 교화의 본분에 충실케 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등이다.
석곡 스님의 촉구문 낭독에 이어 전국교직자연찬회와 교단자정센터 대표가 지지연설에 나섰다.
반산스님은 전국교직자연찬회를 대표해 행한 연대사에서 “오늘 수좌스님들의 푸른 눈을 보니 종단의 앞날이 밝다”며 “죽어가는 조계종을 살리려면 자승 원장은 아름다운 회향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며 수좌회에 대한 적극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잇단 범계 파문 속에 있는 조계종의 종도로서 깊은 수치심을 가져야 하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전제한 반산 스님은 “그러나 이런 참담함은 우리가 올바른 수행의 인을 심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으므로 참회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반산 스님은 “자승 집행부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어찌 백주 대낮에 납치와 폭력을 가하는 행위가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종단 고위급 승려들의 도박, 도박장 설치 등 온갖 파렴치한 행동에 우리 국민들은 불교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았다”고 역설했다.
반산 스님은 “더 이상 야합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종단의 미래를 맡길 수 없어 분연히 궐기한 수좌 스님들께 경의를 표하며 힘을 보태고자 한다”며 “수행이 없고 덕망이 없는 사람을 더 이상 종단의 대표로 모실 수 없다”고 선언했다.
반산 스님은 이어 “종단의 최고 수장을 선거에 의해 뽑는다고 하지만 본말사를 점령한 일부 스님들이 하는 것이며, 수행승들이 바보처럼 바라만 보고 사니까 총무원장을 비롯한 자리에 입후보조차 하지 못하게 막아놓는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 종단이 사판승들의 전횡판이 되어 있다”며 “원로회의도 기능을 상실했고 중앙종회도 견제기능이 실종돼 무용지물로 전락했으므로 제2, 제3의 정화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 정화불사의 큰 역할을 했던 ‘여석회(축성여석회)’를 소개한 반산 스님은 자승 원장을 향해 “조계종을 파괴하려는 마왕 파순의 마음이 아니라면 불교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가장 옳은 길일 것이다. 작년에 한 약속을 부처님 마음으로 지키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반산 스님은 “자승 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불교는 희망을 잃고 사회에 실망을 줄 것”이라며 “자승스님께 돈수백배하고 말한다.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교단자정센터 원장 김종규 변호사가 지지연대사에 나섰다. “수좌회의 결단에 지지를 선언하고 함께 나서 용맹정진하는 의미로 매일 저녁 정진하고 있다”고 밝힌 김종규 원장은 총무원에서 묵언 단식하는 수좌 스님들을 정치수좌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석곡 스님께서 낭독한 촉구문의 어디에 정치수좌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가. 총무원은 수좌스님들에게 정치수좌라고 매도하면서 산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재가자들도 5계를 받는다. 그중에 불망어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5계를 지키지 못하는 분이 어떻게 조계종이 수장이 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인 김종규 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좌스님들이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좌스님들의 행보는 절대 불법이 아니다. 조계종을 살리기 위한 행동이다. 수좌회 주장은 특정인의 후보자 자격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이행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종규 원장은 이어 “사전선거운동이란 각 후보자 측에서 하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총무원에 있는 사람들과 자승 원장이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자승 원장은 출마도 하지 않았는데 전국 사찰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또 자승 원장이 후보추대와 관련해서 특정후보가 나서지 않으면 나도 나가지 않겠다는 발언이 바로 선거법 위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승원장의 불법선거행위를 단호히 처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 박수를 받았다.
이날 수좌대회 참석 스님들은 자승 원장이 오는 9월 18~20일 후보로 등록할 경우 전국승려대회를 열기로 결의하고 총무원 청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촉구사항을 외친 후 조계사 법당으로 이동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의 영전에 분향참배하는 것으로 대회를 마쳤다.
불교정화회관이 있었던 자리, 6비구에게 할복을 명하면서 청담 스님께서 칼을 내려주신 자리에 천막을 치고 벌이고 있는 전국 수좌스님들의 '소리 없는' 함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큰 울림을 낳고 있는 가운데, 수좌스님들의 자승 연임저지 정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 불자는 물론 국민의 관심이 점증되고 있다.
다음은 선원수좌회가 전국수좌대회에서 공표한 촉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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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어이 하오리까-
불법승 삼보에 귀명정례 하옵고
‘자승원장의 재임 포기 약속 엄수와 청정승가 구현’을 위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우리 수좌들은 이제 다시 현애살수((懸崖撒手: 벼랑에서 손을 뿌리침)의 심정으로 고한다.
우리 수좌들의 용맹정진이 철옹성 같은 기득권에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치부하겠지만, 어찌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없으며, 신심과 원력에 따라 실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법회상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조계종 종치(宗恥)에 대항하여 우리 수좌들은 일기당천(一騎當千)의 용맹으로 항거하고 있다. 이에 오늘 전국의 뜻있는 수좌들과 올곧은 사부대중이 다시 모여 초지일관으로 자승원장과 기득권층을 향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청정승가를 이룰 단초를 마련하기를 촉구하는 법회를 열고 있다.
불법이 살아있고 승가가 엄존한다면 어찌 작금에 이와 같은 조계종의 비승가적 행태가 지속될 수 있겠는가. 도박, 폭력, 부패, 작당, 은처, 술집출입 등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혐의의 한 가운데 서있는 자승원장을 향해 재임포기 약속을 엄수하라고 외치며 15일 째 묵언ㆍ단식 정진으로 항변하였건만 정작 당사자는 여전히 정치적 수사로 변명하며 요지부동하고 있다.
그리고 청정승가 구현의 당사자이자 척결의 대상이기도 한 일부 기득권 세력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계파정치를 형성하여 끼리끼리 나눠먹기식으로 종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종단을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시켰다. 동시에 지금까지도 자파의 이권을 창출하고자 계파수장을 중심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종단을 난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기득권 전체가 조계종의 백년대계를 위해 한 번 죽어 크게 사는 길이 있음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우리 수좌들은 정치에 개입할 마음이 추호도 없다. 아울러 누구를 반대하고 누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운동하고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로지 자승원장이 재임포기 약속을 지키고, 기득권 세력이 사욕과 계파의 이익을 내려놓고 종단이 청정승풍을 회복하는 길을 위해 항변하고 있을 뿐이다. 최소한 조계의 종도로서 누란에 처한 종단을 바로 세우고자 세상에 허물을 드러낸 자승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어찌 정치적 행위이며, 정치수좌라고 지탄을 받아야 하겠는가. 우리는 자승원장이 약속을 지키고 청정승가 구현의 바탕이 마련되는 즉시 산문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조법연선사는 지도자가 되려는 제자에게 “세력을 다 쓰지 말라(勢不可使盡)”고 경책하고 있다. 닭벼슬보다 못한 중 벼슬을 이제 그만 내려놓고 본부사로 돌아가시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자승원장과 기득권층의 수장들은 이제 만용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용단을 내리어 자신도 살고 종단도 새롭게 거듭나는 길을 택하길 간절히 권청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참회하며 아래와 같이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 자승원장은 약속을 지켜 조건 없이 재임 포기를 선언하라.
-. 계파 수장을 중심으로 한 종회 세력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계파정치 혁파를 통해 종단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 도박, 폭력에 연루된 스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 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개선하여 화합승가를 이루어야 한다.
-.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운영과 재정투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 게율에 의거해 은처승 문제가 척결되어야 한다.
-. 부패, 비리, 폭력, 비방, 폭로 등 비승가적 행위를 근절하고 수행과 교육을 통해 청정승가상이 회복되어야 한다.
-. 출가 수행자는 돈을 떠나서 수행과 교화의 본분에 충실케 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불기2557년 9월 12일
자승원장 재임포기 약속 엄수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수좌회 및 사부대중 촉구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