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서쪽 교룡산 자락에 자리한 대복사는 신라시대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사찰이라 전한다. 도선국사는 남원의 지세가 재물을 가득 실은 배(船)의 형국이고, 교룡산이 배를 덮치는 험한 파도로 보았다. 이에 주산인 백공산의 약한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선원사(禪院寺)를 창건하고, 객산인 교룡산의 강한 기운을 누르기 위해 대복사의 전신인 대곡암(大谷庵)을 창건한 것이다.
따라서 풍수적으로 볼 때 대복사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조선 후기에는 절이 매우 퇴락하였던 것을, 뱀으로 화할 업보를 면하게 된 ‘대복(大福)’이라는 한 중생이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사찰을 중수함으로써 그의 이름을 따서 대복사로 사찰명을 바꾸었다고 한다...한국전통사찰
극락전 중정은 부재로 어지럽다. 석탑과 석등 석불 부재는 옛영화 보다는 오히려 처연한 느낌이다. 텅빈 절집 불러도 불러도 공허하게 흩어지는 애절함이여.
결국. 묵언. 그냥 둘러 보고 와야겠지. 누구라도 만났으면 좋으련만 텅빈 절집이 불안하다. 내마음이 탄로난 듯...
극락전 문을 열려 했지만 또 보인다. 석등부재인가?
극락전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구하나 방해받지 않음이 오히려 불안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동물로 길들어져 있으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작은 절집에서 깨달았다. 우리는 자유로움보다는 절제 아니 구속받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영위해야하는 삶에 젖어 있다. 나로서만 존재할 수 없고 우리로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비우기 위한 여행 그 길에서 나는 깨달았다. 나를 비우는 여행이 아니라 우리라는 울타리로 이입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극락전 철조여래는 고려 시대 조성된 철불로 알려져 있다. "나발의 머리에 낮은 육계가 있으며 사각에 가까운 윤곽의 얼굴에 가느다란 눈을 가졌다. 목의 삼도는 약화되었고 왼쪽 어깨에서 수직으로 흘러내린 법의(法衣)는 왼쪽 옆구리 부분에서 매듭을 지어 팔 위로 늘어뜨렸다.
옷주름은 매듭에서 오른쪽 허리를 향해 비스듬히 흘러내려 왼쪽 무릎에서 오른쪽 무릎 아래로 연결되었으며, 결가부좌한 자세로 가슴을 넓게 풀어헤쳐 오른쪽 유두가 드러나 있다. 오른손은 어깨높이로 들어올려 엄지와 중지로 원을 그리고, 왼손은 무릎 위에 굽혀 손바닥을 위로 한 상태로 역시 엄지와 중지로 원을 그린 모습을 취하고 있다."
대복사를 방문한 두번째 목적인 동종을 보았다. 고려종의 가장 큰 특징인 상대의 입상화문이 보여 당연히 고려 종으로 인지 했다. 하지만 1635년(인조 13)에 조성된 조선시대 종이다. 건방 지게 제멋대로 판단하다니 얶매이지 말고 자유로운 시각에서 관찰해야 하거늘 참으로 건방져진 내모습이 한스럽다. 이또한 마음의 병인가.
"종의 어깨 아래쪽은 네 방향에 돌아가면서 큼직한 사각형의 유곽을 새겼으며, 유곽 테두리에는 당초문양을 두르고 그 안에 꽃무늬를 3열로 배열하였다. 유곽 위 양옆으로는 이중의 원 안에 범(梵)자를 1자씩 새겼고, 유곽과 유곽 사이에는 높이 22.5cm의 보살입상이 새겨져 있다. 하대는 구연대에 접하여 높이 6cm의 보상연화 당초문을 새겼다. 유곽 바로 아래에는 높이 17.5cm의 판비(板碑)가 한 개씩 양각되었는데, 비면(碑面)에는 ‘종도반암 천도미륭 혜일장명 법주사계(宗圖盤岩 天道彌隆 慧日長明 法周沙界)’라는 16자가 2행으로 새겨져 있다.
텅빈 절집이 아니었다. 극락전 철불이 개금된 철불인지 확인하고 싶어 요사에서 반복하여 불렀더니 비구니 스님이 나오신다. 방문 목적을 말씀드렸더니 극락전 계단도 통돌로 신라 하대 까지 거슬러 올라갈 문화재라고 말씀하셨다. 부끄러웠다. 아직 계단에 대해서는 공부한 적이 없기에...
다른 부처님을 뵙게 해주겠다고 신발을 벗고 요사로 들어오라고 하신다. 오~~ 요사 한켠에 소박하게 불전을 마련하고 모신 석조여래다. 나도 모르게 진심에서 우러난 삼배를 올리고 상호를 바라보니 심하게 상처입은 얼굴에 미소가 보인다.
극락전 중정 석조부재위에 중정에 모셨으나 풍화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어 방으로 모셨다고 한다. 약사 여래불로 보이지만 그게 뭐 중요한 일인가? 인연에 의해 만났으면 그만이지. 스님과 짧은 시간에 무척 많은 화제로 이야기 나누었다. 가끔 일정을 팽개치고 싶은 마음이 바로 이런 순간이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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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