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비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
단 두 줄로 비 올 무렵의 안팎의 정황을
아주 적확하게 그려낸 시. <비>.
백석의 <비>에는 이처럼,
비 오는 날 '개비린내'처럼 역하면서도
돌아보게 되는 꽃비린내가 섞여 있다.
보이는 것, 냄새 맡는 것, 들리는 것,
만져본 것, 먹어본 것을
그처럼 정교하면서도 구수하게
시로 엮을 수 있는 시인이 얼마나 되는가.
백석은 이처럼 자신 안의 관능조차
자연 속 사물의 향기에 숨겨서
드러낼 줄 아는 탁월한 시인이었다.
그러므로, <비>의 개비린내는
비 오는 날의 개 비린내와
비가 오려고 할 때의 아카시아꽃 비린내가
복합적으로 풍기는 비린내.
백석은 이 냄새를
'개비린내'로 함축해서 그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백석 <비>와 '개비린내'에 대하여"
이 글은 2000년 7월 28일
<현대시 다락방>
'다락방에서 시 읽기' 게시판에
첫댓글 비 오는 날의 개 비린내와
비가 오려고 할 때의 아카시아꽃 비린내가
복합적으로 풍기는 비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