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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콤비가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1980년대 권력과 폭력이 유착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이후 2년 만이다.
이 둘의 조합이 선보인 ‘군도: 민란의 시대’는 1862년(철종13년), 탐관오리의 폭정과 폭압으로 민란이 끊이지 않았던 혼돈의 시대를 그렸다.
영화적 시계를 ‘범죄와의 전쟁’으로부터 100여 년 전으로 돌렸지만, 백성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만연한 부정과 부패 속에서 애먼 백성만 고통을 겪는다는 점이다. 탐관오리들의 가혹한 수탈과 조정(朝廷)의 무능 속에서 선량한 백성이 도적떼가 됐던 철종 시대.
의적단 ‘추설’이 이끄는 대호(이성민 分)는 부패한 관리 나주 목사를 잡아 그의 수급을 베고 창고에 쌓인 식량을 백성에게 나눠준다. 그러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새로 부임한 나주 목사도 부패하긴 마찬가지.
지역의 만석꾼이자 ‘당대제일도’(刀) 조윤(강동원 分)과 손을 잡고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데 온 힘을 기울인한편, 조 대감(송영창 分)의 서자 조윤적단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은 배다른 동생 대신 가업을 이어가고자 동생의 임신한 부인을 제거하기 위해 백정 도치(하정우 分)를 암살자로 고용한다.
윤 감독은 “탐관오리들의 학정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심장 뛰는 액션 활극의 쾌감과 재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감독의 의도는 영화에 너무나도 정직하고 친절하게 반영돼 있다. 광활한 벌판과 대나무 숲에서 의적단이 말을 타고 내달리는 장면은 통쾌하고 호쾌하다.
기울어 가는 조선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스타일은 ‘마카로니 웨스턴’ 스타일을 따른다. 권선징악의 구도를 지니면서도 절대 선하지만은 않은 캐릭터들이 절대적인 악을 응징하기 위해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1960∼1970년대 할리우드 서부극이다. 쌍권총 대신 도치가 휘두르는 두 자루의 커다란 식칼이 들렸고, 장총 대신 조윤의 장검이 들려있을 뿐이다.
이 같은 분위기의 군도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영욱 음악감독이 작업을 맡은 OST에는 사극 특유의 통상적인 국악에서 벗어나 전자기타와 묵직한 사운드의 드럼이 등장한다.
탐관오리를 제압하는 첫 시퀀스에서는 타악기로 액션에 리듬감을 불어넣었고, 조윤의 악행이 그려지는 부분에는 경쾌한 락 음악이 쓰였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2003)과 시대극 ‘장고: 분노의 추격자’의 영상과 편집,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한 느낌이다. 마카로니 웨스턴 스타일의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 하다.
군도의 볼거리는 액션과 스타일 뿐은 아니다. 유머도 있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의 성우 내레이션처럼 극중에 성우가 영화에 개입해 태연하게 설명하는 설정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초능력자’(2010)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강동원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남다를 것 같다. 초능력자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인 ‘초인’ 역할을 맡았던 강동원이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한 배경과 아픔을 지닌 악인 조윤을 맡아 열연한다.
사극을 새롭게 대해서는 높게 평가되지만 내적인 완성도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속도감 있는 스크린의 시간에 비해 러닝타임이 137분으로 다소 길고, 끝에 가서는 늘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또 이미 헐리웃 웨스턴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입맛을 자극할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도 군도의 약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세련된 영상미와 충무로 블루칩으로 통하는 하정우의 조합은 여전히 관객의 흥미와 기대를 돋게 한다. 개봉 7월 23일, 15세 이상 관람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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