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 '왕의 남자'와 '라디오 스타'를 보고
저는 그의 매니아가 되었지요.
영화 만드는데 돈을 쳐들이지 않고서도 뻔한 얘기를 가슴 찡하게 요리하는 그 솜씨에 홀딱 빠져버렸어요.
"앞으로 감독 이름 보고 영화를 골라야지"
그 후, 요란하게 나타난 몇몇 영화를 보고 어찌나 실망했는지...
엄청난 돈을 들였다는데 '괴물'은 영상미는 좋았지만 스토리 약간 엉성하고
칸느영화제 때문에 붕 뜬 '밀양'은 보고나서 찝찝한 게 기분 나쁘고, 더우기 감동도 없고....
그러다, 오늘 '즐거운 인생'을 보았어요.
역시 이준익 감독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네요.
영화관에서 나오는데 감동과 재미로, 가슴이 뻑적지근했어요.
영화 보면서 흘렸던 눈물도 아직 마르지 않았고요.
사실 '즐거운 인생'의 이야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기영(정진영)은 출근하는 아내가 놓고 간 만원으로 하루를 버티지요. 주식 투자해서 퇴직금도 말아 먹었고요.
성욱(김윤석)은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뛰는 가장 바쁜 가장이지요.
중고차를 파는 혁수(김상호)는 부인과 아이들을 캐나다로 보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입니다.
40대인 이들의 현재는 궁상이지만 그들의 20대는 나름대로 열정적었고 화끈했어요. 대학가요제 출전 목표로 결성했으나 세 번 잇따라 예선에서 낙방해 해체된 불운의 밴드 ‘활화산’ 멤버로 대학시절을 보냈던 이들...
보컬 상우의 장례식날에 모인 이들은 밴드를 재결성하자고 합니다. 물론 처음엔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마음 속 열정이 시키는대로 일을 저지릅니다.
보컬이 없어 고심하던 참에 얼굴 잘생겨, 노래 잘해, 무뚝뚝한 카리스마까지 갖춘, 상우의 아들 현준이 합류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전형적이고 부인들은 무척 현실적입니다. 애들 학원 보내려고 악다구니를 쓰는 성욱의 부인 영애는 남편이 밴드 한다는 말에 “그걸 왜 해”라고 도끼눈을 뜨며 묻지요. 성욱은 “하고 싶으니까”라고 대답합니다.
혁수의 부인은 캐나다에서 돌아오길 거부하고 갑작스레 이혼을 요구하고...
그나마 선생 아내 둔 기영만 좀 낫더군요(이혼 하자는 소리는 안 하니까)
'즐거운 인생'의 재미는 그렇게 현실과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40대 힘없는 가장들이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얘기입니다.
'많은 가장들이 이 영화를 보며 공감하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죽기살기로 일했지만 결국 직장에서 쫓겨난 40대 가장들.
자식들 교육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까지 다 짜내야 하는 우리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지요.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무엇을 하며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야 할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20대에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지?
떠올려보았습니다.
1. 스튜어디스(키 160 이라는 제약에 걸려 스스로 포기했던)-> 그러나 안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기에서 음식 나누어주고, 시키는 일 하는 그녀들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으니까요.
2. 신문기자(교대에 가서 선생이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압 때문에 포기했던)-> 이것도 안 하길 잘 했단 생각이 드네요. 취재하느라 이리저리 현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으니까요.
3. 서점 주인(돈이 많이 들어서 포기했던)-> 그냥 책을 사보는 것이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며, 글을 쓰며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 만족하렵니다!
첫댓글 정진영의 연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리얼...넉살연기 단연 1위...장근석의 매력은 소름 끼칠 정도의 카리스마.. 고 녀석 참!
실제로 배우들은 악기연습을 하루 8시간 이상씩 했다는군요. 그래서 그런지, 음악 참 좋았어요.(역시 가짜가 아니니까)
저도 라이도스타를 티비로 보고나서 얼마나 좋았던지 그 배경음악을 열심히 찾아서 들었답니다. 이번엔 꼭 극장가서 봐야겠어요.
저도 봐야겠어요~~혼자 가서 감상하며,,,혼자 즐거워 하고,,,호호
실제 연습을 했단 소릴 듣고, 감동했습니다. 조기퇴직과 아줌마시대의 사회상과 남성심리를 '락'으로 역전시킨 멋진 작품입니다.
야,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샘이 이케 소개해주시니 꼭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