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첨단공법을 통해 새로운 시장으로 거듭 날 것 처럼 보이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주인격인 개발사들은 생존권을 모색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대형 포털과 온라인 개발사, 휴대폰 제조사까지 뛰어들어 밖으로 치이고, 안으로는 매출 부진에 허덕인다.
대표적으로 업계 맏형격인 이오리스가 견디다 견디다 못해 결국 지쳐 쓰러졌다. 경쟁력이 약한 중소 개발사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활로를 모색 중이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처한 위기 상황, 그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가.
이오리스가 모바일 게임 개발에서 손을 뗀다. 업계의 맏형인 이오리스의 개발 철수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처한 작금의 어려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로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개발사의 연쇄적인 사업철수설도 불거져나오고 있다.
일찌기 일본 아케이드 게임의 국내 판매 및 자체 개발 게임기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코스닥 상장까지 이룬 이오리스는 2000년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불황과 함께 쇠락의 길로 들어선 후 지난 2003년 말 모바일 게임 개발사 엠드림에 합병됐다. 이후 이오리스는 기존 일본내 게임 인맥과 엠드림의 모바일 게임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해까지 서비스 게임 종류 및 개발, 그리고 매출 등에서 다섯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 모바일 게임 원조 역사 속으로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일기 시작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침체와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중국 모바일 시장 진출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급기야 올 3월 넷브레인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오리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사장 지시에 의해 개발부서 축소 및 폐쇄를 결정했고, 모바일 게임과 관련해서는 일부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을 남겨 퍼블리싱에만 주력할 방침으로 확인됐다. 기획 중이던 자체 게임 개발의 모든 진행은 중단했고 일부 가능성 있는 외주 제작만 남겨놓은 상태다. 이에따라 올해초 나온 ‘히어로즈’를 마지막으로 이오리스라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는 사라지게 됐다.
이오리스의 개발 철수는 갑작스런 일이 아니다. 올들어 대다수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으며 탈출 방법을 찾지 못해 혼란을 격고 있다. 이오리스 역시 올초 넷브레인으로 넘어갈 때 이미 모바일 게임 사업의 축소 내지 철수가 어느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외로 정리절차가 빠르게 다가왔다는 점, 그리고 축소가 아닌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및 개발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업계의 맏형 격인 이오리스가 더이상 모바일 게임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향후 모바일 게임 개발에서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칫 투자 부진과 개발 의지 상실로 이어져 시장 자체를 와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다.
# 빛 좋은 개살구 모바일 시장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빛좋은 개살구’로 비유된다. 모바일 시장의 대세라 여겨지는 화려한 3D게임의 등장과 통합 플랫폼 위피 상용화와 위피폰 보급 확대, 그리고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의 확산 등 모바일 게임업계의 굵직굵직한 이슈들로 인해 마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온라인이나 PC·콘솔 못지않은 고사양 플랫폼과 콘텐츠로 금새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실제로 대형 포털과 온라인 게임 개발사,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까지 모바일 게임 개발 및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고 모바일 게임은 동네 구멍가게에서 전체 게임업계가 주목하는 이슈가 됐다. 몇천만원이면 나오던 모바일 게임에서 이제는 수억, 수십억을 쏟아부은 대작 게임이 휩쓸고, 모바일 게임도 이제는 PC·콘솔은 물론 온라인 게임과 경쟁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빛좋은 개살구에서 ‘빛좋은’ 부분은 여기까지다.
다음은 개살구다. 올 1분기 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떨어졌다. 몇몇 개발사의 경우 매출이 늘어난 사례도 발견되지만 대부분이 유지 내지 하락했다. 단적으로 모바일 게임의 소매장이라 할 수 있는 이동통신 3사의 게임서비스 매출이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들어 시장 침체 조짐이 보일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거나 전체 시장만큼은 확대될 것이라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올들어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기존 유저의 재구매율이 줄었고 이를 대신해 줄 신규 유저는 늘지 않았다. 엠조이넷 강신혁 사장은 “전반적으로 매출이 하향 평준화된 느낌이다. 특히 마케팅 활동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고 말했다.
# 벼랑끝 모바일 CP들
이에따라 개발사, 특히 중소개발사의 생존에 대한 걱정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어보인다.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 신강자(?)들에 비해 기존 개발사는 자금과 개발력 등 모든 면에서 딸린다. 조금 무리해서 좇아가려 하면 가랑이가 찢어질지 모를 일이다.
기존 유저들은 품질을 좇아 3D게임으로 가지만 CP에게 3D게임 개발은 그림의 떡이다. 한 쪽에서는 게임폰이 등장해 새로운 유저를 흡수해가고 있다. 위피게임 개발도 개발사 입장에서는 위피폰 보급이 크게 확대되기 전까지는 손해다.
MP3와 워크맨 같은 기능은 그렇다치고 DMB폰이 나오면 영상 콘텐츠가 모바일 게임 유저를 뺏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모바일 콘텐츠와 요금에 대한 부정적 보도, 그리고 이로 인한 휴대폰 이용자의 부정적 인식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CP들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설상가상으로 모바일 CP들의 매출 창구인 이동통신사의 급격한 정책 변화는 CP들을 살얼음판으로 내몰고 있다. 3D와 네트워크 등 고퀄리티 게임 개발을 부추기면서 개발사의 자체 게임 가격 결정에는 부정적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첨단 공법을 통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시장의 원래 주인인 개발사들은 어디로 나가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곳이 바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벼랑끝 CP 해법은 없나? 단골 고객을 확보.. 대중 오락으로 정착 시급
현재 모바일 게임의 주 이용층은 학생이다. 모바일 게임의 평균 다운로드 가격은 2000원, 통신료까지 합해 2500원 가량이다. CP 난립은 모바일 게임의 양산으로 이어져 선택의 폭을 넓혔고 모바일 게임의 대작화는 게임 이용시간을 늘려 신규 구매 간격을 넓혔다. 결국 CP간 과열 경쟁이 기존 유저의 재구매율을 떨어뜨리고 시장을 축소시킨 꼴이 된 셈이다.
학생층 신규 유저는 매년 유입된다.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모바일 게임을 계속 해서 즐기는 확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바빠서 그렇기도 하고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며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 신규 유저가 늘지 않았다는 점은 기존 모바일 게임 유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해결점은 기존 모바일 게임 유저의 지속적인 붙들기에 있다. 단골고객 확보다.
실제로 G사의 경우 자사 모바일 게임 고객을 조직화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고등 학생 때부터 관리된 유저들은 대학, 성인이 돼도 데이타가 남는다. 이들에게 신규 게임을 우선적으로 알리고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이른바 고객 CRM이다.
모바일 게임업계는 기존 온라인 게임이나 PC·콘솔 게임 유저를 모바일 시장으로 끌어들여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역시 신규 유저 창출을 위한 노력이기는 하지만 녹록치 않다. 아직까지 모바일 게임의 가진 매력이 온라인게임이나 PC·콘솔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다.
PC·콘솔 게임에 버금가는 모바일 3D게임이 등장하고 온라인 게임 같은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과 모바일 RPG가 쏟아지고 있는데 왜 재구매율은 떨어지고 신규 유저는 늘지 않는지 벼랑끝에 몰린 개발사들이 곱씹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