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바로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말이다. 그럼 대학농구가 삼천포로 빠진 이유는 뭘까.
23일 막을 내린 사천시장배 제40회 전국대학농구연맹전의 타이틀 스폰서는 '사천시장'이 아니다. 사천의 한 초등학교 동창들이 고향에 대회를 유치했고, 대회명도 엄밀히 따진다면 '대성초등학교배 대회'로 불러야 맞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내세우기가 어색해 사천시장을 끌어들인 것 뿐이다.
40여년의 길지 않은 역사의 대성초등학교는 성균관대 박성근 감독의 모교. 대학농구연맹이 어려운 재정 형편으로 연맹전 개최가 어렵다는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이 학교 동창들은 십시일반으로 5000만원을 모아 이번 대회를 유치했다.
매년 봄 가을로 연맹전을 치렀던 대학농구연맹은 지난해 한차례 대회를 걸렀다. 물론 돈 때문이다. 그동안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대회를 열었지만 체육관 사용료만 1000여만원이 넘는 탓에 고육지책으로 대회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1차 연맹전인 이번 대회는 대성초등학교 동창들의 도움으로 그럴 듯하게 치렀지만 가을에 열릴 2차 연맹전은 아직 대책이 없다.
대학농구 대회가 축소된다면 그 여파는 프로농구로 이어질 게 뻔하다. 프로농구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대학농구가 이처럼 피폐하건만 KBL(한국농구연맹)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뒤 대학에 돈 몇푼 던져주는 게 고작. 아마농구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벤트는 길거리 농구대회를 여는 게 전부다. 10여년전 농구 열풍을 일으켰던 대학 선수들이 없었다면 KBL이 자랑하는 270억원짜리 사옥이 지금쯤 그 자리에 설 수 있었을까. < 사천=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