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는 비가 내리고 하늘이 깜깜했다. 이른 출근할 시간에 등산 버스를 탔다. 눈에 익어 익숙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버스 안은 정겹고 아늑하다. 야쿠르트 하나와 커피 한 잔, 자두 한 알, 떡 봉지 하나가 배급품으로 주어진다. 눈을 떴다 감았다, 듣다 말다, 바깥을 보다 말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한다.
무궁화꽃이 활짝 피어 반겨 주었다. 논밭 들판은 풍성하다. 선유동천 나들이길이다. 백두대간의 대야산(931미터)을 가운데 두고 문경과 괴산 선유동 계곡으로 나뉜다. 선유仙遊란 글자 그대로 신선이 노닐 정도로 아름다운 곳洞天이란 뜻이다. 이강년기념관에서 월영대까지 계곡을 따라 가면서 경치를 즐겼다. 문경 선유동계곡을 왼쪽으로 오르고 오른쪽으로 내려 왔다. 울창한 숲그늘을 걸어도 땀 범벅은 피할 수 없다. 선유동에서 몸을 담그고 불영대에서도 몸을 담긋다. 온 몸이 더웠다가 춥도록 시원했다. 휴가온 젊은 사람들과 한 물에 담궜으니 우리도 휴가다. 경상도 문경에서 산행을 하고 닭백숙은 충청도 괴산에서 먹었다. 산길 이만 보 가까이를 걸었으니 적당하다. 몇 년 전, 초등학교 동기생들과 대야산 정상을 오르고 일박을 하고 지냈던 곳이 주차장에 내려 와 생각이 났다. 좋은 추억이었다.
매달 정기적으로 한 번씩 지방으로 산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 내가 젊은 축에 속하니 저렇게 건강하게 늙어 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려면...또 간혹 잘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그런 사람들과 섞여 있어 편하다. 여기선 잘 걷는 게 잘난 것이다.
둘째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어디가나 그 지방의 특색이나 유명 인물들의 기념관이 있다. 이번엔 일본 침략에 대항한 이강년 의병장 기념관에 들렀다. 51세의 순국, 젊을 때는 쉬워 보였고 지금은 감히 엄두도 못낸다. 나보다 20년은 덜 살았다. 오늘이 있기까지 순국한 선열들의 힘들게 사는 후손들에 대한 배려는 우리 책무다.
셋째 우리나라 폭포가 있는 곳엔 곳곳에 용추龍湫계곡이란 이름이 있다. 용추란 지질학적으로 절리를 따라 물길이 나면서 침식된 소沼, Pothole을 말하는데 용이 승천한 곳이란 전설이 많다. 새삼 머리에 새겼다.
서쪽으로 해는 지려한다 해도 묻지마 관광도 아닌데, 버스 안에서 와인 파티가 벌어졌다. 딱 한 잔씩이다. 늙어가는 사람들의 젊음을 아쉬워하는 장난끼 어린 말투가 흥겹다. ^우리 만남이 우연이 아니란다.^ 늙은 처녀의 말이다.
첫댓글 기행문을 읽어보니
어제의 산행은 추억 속으로
내가 늙어진다고 슬픈일은 아니고
발전을위한 몸부림
어쩌다가 산행길에서 만난 산친구님들
건강지켜 이생명 다하도록
열심히 산에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