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소년한국일보 시낭송 캠페인
버드나무 우듬지
박해경
오래된 버드나무 한 그루 쓰러져 우듬지가 물속으로 들어가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 자르지 왜 저렇게 두는지
- 보기 싫다 베어 버리지
한 마디씩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버드나무
-제 우듬지에는 물새가 알을 품는 둥지가 있고요. 다슬기가 알을 낳아 놓기도 하지요. 가물치에게 쫓기던 송사리가 숨기도 하고요. 선바위에서 힘차게 내려오던 큰 물줄기도 제 품 안에서 잠깐 숨 고르기를 해요. 왜가리는 잡아 온 물고기가 어떠냐며 보여 주기도 하고 청둥오리 가족이 쉬어 가기도 해요. 연어 떼 까마귀 떼 언제 찾아오는지, 백로는 언제 알을 낳는지 다 알고 있어요. 헤엄치며 노는 수달에게는 제가 아주 좋은 놀이터이지요.
이래도
저를 자를 수 있겠어요?
ㅡ물에 잠긴 우듬지에 이처럼 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고 있을 줄이야! 보통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찾아낸 시인의 눈이 참 놀라워요.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숨어있는 것,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 지친 몸을 잠시 쉬고 있는 것 등 참 많은 생명들이 쓰러진 버드나무 우듬지를 보금자리 삼아 살고 있었어요. 아마 시인이 평소에도 작고 힘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찾아낸 것이 아닌가 해요.
지나간 장마와 태풍은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많은 상처를 입혔어요. 아마 버드나무도 이때 쓰러져 우듬지가 물에 잠겼는지 모르겠는데요. 자신도 쓰러져 있으면서 다른 많은 작은 생명들을 보듬어 안고 지켜주고 있는 나무가 마치 성자처럼 생각되기도 해요. 여러분, 어떻게 해야할까요? 쓰러진 나무를 베어버려야 할까요?(전병호/ 시인ㆍ아동문학가)
<박해경 시인은 2014년 ‘아동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동시집 ‘우끼가 배꼽 빠질라’등을 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