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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7일
제14회 거제섬꽃축제를 구경하기 위하여 9시 동래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제행 버스를 탔다.
10시 10분 고현터미널에 도착, 현장에서 10시 30분 축제장 가는 버스를 탔다.
축제장에 도착하니 표사려고 엄청 길게 줄을 서고 있었는데 경로는 무료라서 주민증을 보이고 바로 입장했다.
축제기간 동안 임시개방 하는 정글돔(거제식물원)을 구경하려고 했으나 줄서서 한시간 반을 기다야 볼 수 있다고 해서 포기 했다.
이번 축제는 ‘평화의 섬! 꽃의 바다!’ 라는 주제로 개최되고 있는데 조형물의 국화꽃이 거의 피지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허지만 거제를 상징하는 거가대교, 메르디스빅토리호, KTX, 청와대 등 다양한 국화 조형물들이 축제장에 가득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으며 문화예술전시장에는 대형액자형 국화분재작품, 분재, 섬꽃아트쇼, 시화, 수석, 사진 등도 전시돼 있어서 볼만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곤충생태 체험관과 고구마 수확, 거북이와 토끼 체험, 새먹이주기 등 40여 가지 체험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었다.
휴일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좀 불편했는데 다음에는 휴일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10월의 마지막날입니다.
이날이 되면 한번씩은 들었던 노래...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
오늘은 서영은 노래를 넣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가사가 슬프네요...
이제 10월과도 이별을 해야겠지요...
늦가을...고독감보다는 가을걷이의 풍요로움이 마음가득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달 11월은 더 건강하시고, 더 많이 웃으시는 한달 되시기 바랍니다.
방랑 시인 김삿갓
김삿갓이 얼마를 가다 보니, 어느 농가의 마당 한쪽에 있는 외양간에서 중늙은이 하나가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것이 보였다 . 까닭이 의아했던 김삿갓이 가던 발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물었다 .
"소가 새끼를 낳으려는 모양이죠 ? "
"아침부터 산고를 시작했으니까 , 아마 곧 낳게 될 것이오 ."
"그래요 ? 참 잘 된 일이군요 . 그런데 주인 양반은 소가 아들을 낳기를 바라시오 , 딸을 낳기를 바라시오 ? " 하고 우스갯 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
그러자 주인 늙은이도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 넘긴다.
"그야 물론 딸보다는 아들을 낳기 바라지요 . 암송아지 보다는 숫송아지 값이 더 하거든요 ."
"그러면 나도 아들 낳아 주기를 빌어 드려야 하겠군요 . 아무튼 생명 하나가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소이다 ."
이렇게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는데, 마침 새끼가 나오게 되자 , 주인은 부랴부랴 달려가 새끼를 받아내고 있었다 .
"여보시오 ! 아들이오 , 딸이오 ?"
김삿갓은 마치 자기 자신의 일을 만난 듯이 들뜬 소리로 물어보았다. 주인 늙은이는 새끼 소의 몸을 천으로 닦아주며 ,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
"노형 덕택에 딸이 아닌 아들을 낳았소 ."
김삿갓은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너스레를 쳐보았다,
"아들을 낳았으니 노형 댁 금년 운수는 대통이구려 . 옛날부터 딸을 낳으면 <농와지경 (弄瓦之慶 : 실패를 갖고 노는 기쁨 )> 이라 하고 , 아들을 낳으면 <농장지경 (弄璋之慶 : 구슬을 손에 쥐는 기쁨 )> 이라고 일러 온다오 . 올해는 마침 을축년 (乙丑年 ), 소띠의 해에 숫송아지를 낳았으니 , 노형 댁 송아지야말로 <진짜 > 송아지임에 틀림없소이다 ."
주인 늙은이는 해산 뒤치닥꺼리를 해 주면서,
"소에도 진짜 소가 있고 가짜 소가 있나요 ? 그 양반 , 못 하시는 말씀이 없으시네 ."
"주인 양반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 아무리 소라도 말띠 해에 태어난 소는 절반만이 소일뿐 나머지 절반은 말의 넋일 것이고 , 돼지띠 해에 태어난 소는 마찬가지로 절반은 돼지의 넋이라오 .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 소띠 해에 태어난 노형 댁의 송아지야 말로 진짜 송아지가 아니겠소 ?"
김삿갓은 이와 같은 입심을 한바탕 부리고 나서,
"생명이 새로 태어났으니 이제는 사주 (四柱 )를 알아 두어야 할 게 아니오 ?"
하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씨부려 대었다. 주인 늙은이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너털웃음을 웃는다 .
"에이 . 여보시오 . 사람도 아닌 소에게 무슨 놈의 사주란 말이오 ."
"허어 , 주인 양반은 모르시는 말씀이오 . 옛날부터 <소는 농민의 조상 >이라는 말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 소라는 동물은 사람과 다름없는 영물이라오 . 그래서 명당의 형국도 소가 누워 한가로이 자고 있다는 <우면지 (牛眠地 )>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
주인 늙은이는 또 다시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한다.
"소의 사주라 ? 참 재미있구려 ! 사주를 기어이 잡아 주고 싶거든 어디 한번 , 노형이 잡아 보시구려 ."
"좋소이다 . 그렇다면 송아지의 사주를 내가 잡아 드리지요 ."
김삿갓은 손가락으로 육갑(六甲 )을 짚어 가면서 ,
"을축년에 태어났으니까 태세 (太歲 )는 을축 (乙丑 )이 틀림없고 , 이 달이 칠월이니 월건 (月建 )은 병인 (丙寅 )이고 ..." 하는 식으로 , 송아지의 사주를 풀이했다 .
이렇게 나온 송아지의 사주는 다음과 같았다.
古基不利 移鄕八字 初年多厄 東西奔走 (고기불리 이향팔자 초년다액 동서분주 )
胸中隱憂 晝夜不利 一身苦單 食小事煩 (흉중은우 주야불리 일신고단 식소사번 )
초년기부터 여러모로 곤란과 어려움이 많이 따를 운명으로 여러 모로 노고와 장애가 따르는 수. 출생지와 부모를 일찍 벗어나 고생을 하겠고 , 배우자는 뱀 , 닭 , 쥐를 만나면 대길하겠다 .
김삿갓이 이와 같은 사주를 풀어내자 주인 늙은이는 박장 대소를 한다.
"하하하 , 정말 대단하시오 ! 어쩌면 기가 막히게 맞는 사주를 짚어내셨소이까 ?
동서분주 일신고단이라, 틀림없는 소의 사주올시다 ! 그런데 배우자를 뱀 , 닭 , 쥐를 만나면 대길 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더욱 재미있구려 !"
김삿갓도 주인 늙은이와 함께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을 했다.
"소는 영물일 뿐 만 아니라 , 집안의 큰 일꾼이요 재산이니 , 잘 키우셔서 복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
이렇게 김삿갓은 송아지 사주를 장난삼아, 한바탕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 선천 방향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
다시 길을 떠난 김삿갓이 선천 방향으로 반나절쯤 걸어가다 보니, 제법 큰 장거리가 나왔다 .
<가는 날이 장날 > 이라더니 마침 그날이 장날이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장터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 장터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김삿갓의 눈에 어느 담장 앞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늙수그레한 점쟁이가 눈에 띄었다 .
담장 바람벽에는 <관상 (觀相 ), 수상 (手相 ), 사주 (四柱 ), 택일 (澤日 ), 궁합 (宮合 ), 평생운 (平生運 ), 토정비결 (土亭秘訣 ), 당주역 (唐周易 ) 등 무엇이든 쪽집게처럼 알아 맞추는 백운거사 (白雲居士 ), 어떤 재앙이나 액운에 대해서도 피해 가는 특별 방술 (方術 )을 알려 줄 수 있음 >이라고 쓴 선전문이 걸려 있었다 .
김삿갓이 생각하건데, 이렇게 많은 상품을 두루 섭렵하려면 책은 물론 많이 읽었어야 할 것이고 , <주역 >이나 <상서 > 같은 책은 통달하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
그런데 점쟁이의 행색을 살펴보니, 늙은이는 땟국이 꾀죄죄 흐르는 옷을 입은 데다가 , 쓰고 있는 갓조차 낡고 허름한 것이 아무리 보아도 곰팡내가 푹푹 풍기는 꼴이 , 눈을 씻고 보아도 지식이 풍부해 보이지는 않았다 .
그러나 호기심이 발동한 김삿갓은 늙은 점쟁이가 앉아 있는 돗자리 앞으로 다가가 늙은이와 눈높이를 맞춰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광고문에 쓰인 대로 여러 가지를 모두 다 알아보려면 어지간한 전문성이 없어서야 되겠소이까 ? 그러려니 광고문을 뒤집어 본다면 특별한 전문성도 없다는 말이 되지 않겠소 ?"
김삿갓은 이른바, <당신은 엉터리 점쟁이가 아니냐 !>하는 소리를 애둘러 물어본 것이었다 . 그러자 점쟁이 늙은이는 ,
"무엇이든지 물어 보시오 . 점괘고 , 사주고 , 맞지 않으면 복채를 받지 않겠소 "
하고 자신 만만하게 나온다.
"좋소 ! 그렇다면 사주를 보는데 복채는 얼마죠 ?"
"댁은 인상이 좋아 , 복채는 주는 대로 받겠소 ."
세상에 큰소리치는 놈 치고 실속 있는 사람이 없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김삿갓은 점쟁이 늙은이의 큰소리치는 말에 일종의 혐오감이 느껴져서 한 번쯤 골려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아까 보아 두었던 송아지의 사주를 알려 주면서,
"이 아이의 팔자가 어찌 될 지 한번 보아 주시오 ." 하고 말을 했다 .
송아지의 사주로 늙은 점쟁이를 놀려먹을 생각이었다. 점쟁이는 김삿갓이 알려 주는 사주를 종이에 써 놓고 , 한동안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나더니 대뜸 ,
"이 사주는 최근에 태어난 갓난 애기의 사주인가 보구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점쟁이는 전문가인지라, 태세 (太歲 )와 월건 (月建 )만 보고도 갓난아기의 사주임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 김삿갓은 웃음을 참아가며 거짓말을 적당히 꾸며대었다 .
"내 친구의 마누라가 며칠 전에 애기를 낳았는데 , 이 사주는 그 애기의 사주라오 ."
점쟁이는 아무 말 없이 사주를 열심히 풀어 나가다가, 별안간 붓을 내던지며 화를 내고 말았다 .
"세상에 원 ! 이렇게도 흉악한 사주가 있단 말인가 !"
"사주가 흉악하다뇨 ? 그게 무슨 말씀이오 ?"
"초년 신수도 불길하거니와 , 마지막 괘는 말도 못하게 흉악하단 말이오 !"
"마지막 괘는 어떻길래 흉악하다는 말씀이오 ?"
"세상에 ! 오세봉액 타두종명 (五歲逢厄 打頭終命 ), 즉 , 다섯 살 때에 액운을 맞아 머리를 두두려 맞고 죽게 되었다고 하니 , 세상에 이런 흉악한 사주가 어디 있느냐 말이오 ?"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 >라는 동물은 살아 평생 , 농사를 짓느라고 고생을 하다가 다섯 살쯤 되면 도살장으로 끌려가 쇠망치로 이마빼기를 얻어맞고 죽는 운명이 아니었던가 .
점쟁이는 자신이 푼 사주가 송아지의 사주라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사주 풀이만큼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셈이다 .
(이 늙은이가 겉보기와는 달리 , 보통 명술가가 아닌가 보구나 !)
김삿갓은 그런 생각이 들자 미안한 느낌이 없지 않아, 얼른 화제를 딴 곳으로 돌렸다 .
"실상인즉 , 그 사주는 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주였소 . 남의 사주 애기는 그만하고 , 노인의 실력을 알았으니 , 이제는 나의 신수나 좀 보아주시구려 ."
김삿갓의 할아버지가 봉직(奉職 )했던 선천으로 가는 것이 어쩐지 찜찜한 생각이 계속되기에 , 그 점을 한번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
점쟁이도 마찬가지로 일단, 김삿갓 같은 봉이 걸려들었으니 그냥 놓아 보낼 턱이 없었다 .
"댁은 어떤 신수를 보아 달라는 말이오 ? 평생 운수를 보아 달라면 평생 운수를 보아줄 것이고 , 당년 운수를 보아 달라면 당년 운수를 보아 주겠소 . 평생 운수를 보자면 복채를 많이 내야 하니까 , 그런 줄 아시오 ."
점쟁이가 복채를 흥정하자는 데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나는 워낙 돈이 없어 , 복채를 많이 드릴 형편은 못 되오 . 닷 냥 밖에 못 드리겠으니 , 금년 신수나 한번 보아 주시오 ."
그러자 점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소 . 그런데 복채는 돈을 먼저 내놓아야 점괘가 잘 들어맞는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 선금을 요구하는 것을 보니 , 점을 쳐 주고도 복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은 모양이구려 ?"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얼마 안 되는 노자 중에서 엽전 닷 냥을 돗자리 위에 내놓았다.
점쟁이는 먼저 돈부터 챙겨 넣고 나서 김삿갓의 생년월일을 물어 보며 말한다.
"춘하추동 사계절 중에 봄은 이미 지나 갔으니 , 여름부터 겨울까지 운수를 보아 드리겠소 ."
그리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짚어 가며 입 속으로 무엇인가 한동안 중얼거리더니 여름 괘를 다음과 같이 적어 놓는다.
莫向西方 (막향서방 ) 서쪽 방향으로 가지마라
必逢害人 (필봉해인 ) 반드시 해칠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
事事多魔 (사사다마 ) 사사건건 마가 끼어들어
必煩意亂 (필번의난 ) 마음이 번거롭고 뜻이 어지러우리로다 .
점쟁이는 점괘를 적은 종이를 들여다보며,
"댁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
하고 새삼스럽게 가는 곳을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정주를 거쳐 선천으로 가는 길이라오 ."
점쟁이는 그 소리를 듣더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니오 ! 선천은 이곳에서 서쪽에 해당하니 멋모르고 그쪽으로 갔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오 . 그러니 선천에는 가지 마시오 ."
김삿갓은 점 같은 것은 별로 믿지 않아 왔다. 그러나 할아버지 관계도 있고 해서 선천에 가기가 어쩐지 찜찜하던 판이었는데 , 그런 점쾌가 나왔으니 자신도 모르게 기가 위축되었다 .
"선천에 가서는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
"암 ! 만약에 점괘를 믿지 않고 선천에 갔다가는 <지중지어 (池中之魚 )가 종무활계 (終舞活計 : 연못에서 나온 물고기가 펄떡펄떡 뛰다가 죽을 수 )>라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르오 !"
김삿갓은 장난삼아 쳐본 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선천으로 가면 그렇게나 나쁘다는 점괘가 나왔으니 , 선천으로 가기가 몹시 꺼림칙하였다 . 모르고 살아가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도 , 점을 쳐서 이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누구나 기분이 꺼림칙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선천이라는 고을은 할아버지 때부터 우리 가문하고는 무슨 상극지지 (相剋之地 )였더란 말인가 ?)
김삿갓은 그러한 생각이 들어,
"서쪽으로 가는 것이 나쁘다고 하면 , 어디로 가는 것이 좋겠소이까 ?"
하고 물어보았다.
점쟁이는 육갑을 짚어 보며 말했다.
"사방지중 (四方之中 )에 북방최길 (北方崔吉 )이라 , 북쪽으로 가면 좋은 일이 많을 것이니 , 북쪽으로 가시오 ."
"묘향산은 무슨 방향이오 ?"
"묘향산은 영변 (寧邊 ), 희천 (熙川 ), 강계 (江界 )와 함께 북쪽에 해당하니 그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소 ."
"그래요 ? 그러면 묘향산을 거쳐 강계까지 가보도록 하겠소 . 그런데 여름 운수는 그렇다치고 , 가을과 겨울의 운수는 어떻겠소이까 ?"
이왕 복채를 주었으니, 가을 운수와 겨울 운수도 모두 받아 보고 싶었던 것이다 . 점쟁이는 가을 운수를 이렇게 적어 보였다 .
萬里長江 (만리장강 ) 머나먼 만리장강을
一帆順路 (일범순로 ) 배 한 척이 순조롭게 떠간다 .
諸事有吉 (제사유길 ) 모든 일이 좋고 좋아서
世事太平 (세사태평 ) 세상만사가 천하태평하도다 !
"북쪽으로 가면 모든 일이 좋겠으니 , 꼭 그 쪽으로 가시오 ."
김삿갓은 "만리장강에 일범순로 "라는 구절이 마치 자신의 모습을 읽어 놓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가을 괘는 그렇다 치고 겨울 괘는 어떻소 ?"
점쟁이는 잠시 꿈질거리더니
"겨울 괘도 기가 막히게 좋소 ."
遠行不利 (원행불리 ) 멀리 가면 불리하나
在家大吉 (재가대길 ) 집에 있으면 크게 좋다
必有貴人 (필유귀인 ) 반드시 귀인을 만날 것이니
樂在其中 (낙재기중 ) 즐거움이 그 속에 있으리로다 .
겨울에는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한 곳에만 머물러 계시오. 그러면 귀인을 만나 즐거움을 크게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오 ."
김삿갓은 점이란 것을 별로 믿지 않지만, 좋은 점괘가 나와 기분이 매우 좋았다 .
"그러면 영감님 말씀을 믿고 선천에 가기를 단념하고 , 묘향산을 거쳐 강계로 가기로 하겠소이다 ."
그렇게 말을 하고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마침 장에 나온 시골 아낙네 하나가 김삿갓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점쟁이에게 ,
"나 점 좀 쳐주시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일어서려다 말고 도로 주저앉았다 . 그 여인의 점치는 광경까지 구경하고 일어날 생각이었다 .
점쟁이가 여인에게 묻는다.
"무슨 일로 어떤 점을 치려고 오셨소 ?"
"바깥양반이 얼마 전에 장사차 집을 나갔는데 , 석 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아요 . 어떻게 된 일인지 , 궁금해 견딜 수가 없네요 ."
"음 ... 그러면 사주를 보아야 하겠구먼 . 바깥양반의 사주는 가지고 오셨는가 ?"
"사주가 무슨 사주예요 . 나 같은 시골뜨기가 주인 양반의 사주를 알기나 하나요 ."
"사주를 모른다면 , 간단한 방법으로 파자점 (破字占 )을 쳐드릴까 ?"
"좋을 대로 해 주세요 ."
점쟁이는 돗자리 위에 놓여 있는 한문책 한 권을 집어 들더니, 여인에게 내어 주며 말했다 .
"보시다 시피 이 책에는 글자가 많이 쓰여 있소 . 이 책 어디에서나 마음 내키는 대로 글자 한 자를 골라 보시오 . 그러면 당신 남편의 운수를 그 글자로 풀어 드리리다 ."
김삿갓은 그 여인이 어떤 글자를 골라잡을지 흥미가 진진하였다.
여인은 책을 받아 들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더니 <약 약 (藥 )> 자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이며 , "이 글자로 점을 쳐 주세요 ." 하고 말했다 .
글자의 뜻을 알고 골라잡은 것이 아니라, 글을 모르니 되는 대로 짚어 보인 글자임은 말할 것도 없다 . 김삿갓은 점쟁이는 아니지만 , 파자점에 대해 약간의 상식을 가지고 있다 .
예전에 관북천리(關北千里 )를 다니던 중에 , 안변 석왕사 (釋王寺 )에서 만난 반월 행자로부터 들은 , 이태조 (李太祖 ) 건국신화에서 알게 된 무학 (無學 ) 도사의 파자점 풀이를 비롯하여 , 뜻글자인 한자를 두루 섭렵하는 처지이기에 글자만 놓고 보아도 그 뜻을 어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가령, 누가 땅 위에 한 일자를 (一 )자를 써 놓고 점을 쳐 달라고 한 경우 , 점쟁이는 그 사람의 차림새와 풍채 등을 보아 가면서 어떤 사람에게는 ,
"토상가일 (土上加一 ) 하니 " -> 흙 토 자위에 한 획을 더 그었으니 "왕위지격 (王位之格 ) 이라 " -> 임금의 품격을 지녔구려 . 하기도 할 것이고 ,
같은 글자를 써 놓더라도, 차림새와 풍채에 따라서는 아래와 같은 다른 해석을 내 놓게 된다 .
"노상예장 (路上曳杖 )하니 " -> 길 위에서 지팡이를 끌고 가니 "걸인지상 (乞人之相 )이라 " -> 거지 신세가 분명하다 .
이렇게 글자를 선택한 사람의 면모와 짚어 놓은 글자 사이의 상관 관계를 당시의 상황과 적절히 조합하여 글자를 선택한 사람의 기분을 감안하여 듣기 좋은 말로 해석하는 것이 파자점인 것이다.
그러나 김삿갓은 점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따라서 <약 >자와 같이 복잡한 글자를 점쟁이는 과연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매우 궁금하였다 .
여인이 글자를 짚어 보이고 나자, 점쟁이는 조금 전에 김삿갓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수법으로 ,
"점이라는 것은 복채를 먼저 내놓아야 점괘가 잘 들어맞는 법이오 ."
하고 복채부터 내놓으라고 한다.
점쟁이의 복서력(卜筮力 )이 어떤지는 알 길이 없지만 , 복채를 받아내는 수법만은 귀신 같았다 . 점쟁이는 복채를 받아 주머니에 챙겨 넣고 나서 한동안 끙끙거리더니 , <약 >자의 점괘를 다음과 같은 네 구절로 적어 놓았다 .
頭上草冠 (두상초관 ) 머리에는 풀 감투를 쓰고
下撑以木 (하탱이목 ) 아랫도리는 나무로 버티고
左右絲搏 (좌우사박 ) 좌우를 실로 묶어 놓았는데
白骨在中 (백골재중 ) 백골이 그 중에 있구나
김삿갓은 점괘를 적은 글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약 "이라는 글자 하나를 두고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 가며 , 네 구절의 점괘를 그럴 듯하게 만드는 수법도 귀신 같았지만 , 그 점괘는 여인의 남편이 이미 죽은 사람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
머리에는 풀 감투를 쓰고, 아랫도리는 나무로 버티고 , 좌우를 실로 묶어 놓은 데다가 백골이 그 속에 들어 있다면 , 그것은 이미 관 속에 들어 있는 시체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
점쟁이도 점을 쳐 놓고 나서도 기가 막히는지,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
그러나 글을 알아보지 못하는 여인은 점쾌의 내용이 여간 궁금했던지,
"점괘가 어떻게 나왔어요 ? 설명을 자세히 해 주세요 ."
하고 졸라 대는 것이다. 점쟁이는 점괘를 사실대로 말해 주기가 거북한지 , 입을 연실 쩝쩝 다셔 가면서 , "바깥양반은 당분간 집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오 ." 하고 점괘와는 거리가 먼 거짓말을 적당히 꾸며 대고 있었다 . 아무리 점쟁이라도 당신 남편은 이미 <죽은 사람 >이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기가 거북했던 모양이었다 .
여인은 점쟁이의 말을 듣고 적잖이 실망하는 얼굴을 하면서,
"당분간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 몇 달 후에나 돌아올 것 같아요 ?"
"글쎄 .......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겠는 걸 ."
"어째서 돌아오지 않을까요 ? 혹시 다른 여자가 생겨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
여인은 궁금한 것은 그 문제뿐인 모양이었다.
"아니오 . 새로운 여자가 생긴 것은 아니오 . 그것만은 안심하시오 . 다만 , 당분간은 집에 돌아오지 못할 것만은 분명하오 ."
점쟁이는 구렁이 같아서 여인의 남편이 죽었다는 말은 끝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점괘가 그렇게 나왔다면 몇 달 더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 신수나 좀 보아주세요 ."
<모르면 약 > 이라고 했던가 , 그 여인은 자기 남편이 <죽었다는 점괘 >가 나왔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 살아 있는 본인을 위해서는 그 편이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 김삿갓은 그 비극적인 광경을 계속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 부랴부랴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
70. 영변 약산 (榮邊 藥山 )으로 가는 길 불당골에서
안주에서 묘향산에 가려면 영변(榮邊 ) 땅을 거쳐야 한다 . 또 영변의 약산동대 (藥山東臺 )는 이름난 절경으로 , 김삿갓은 이번 기회에 약산동대를 구경하고 묘향산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
옛날부터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태산불양토양 : 太山不讓土壤 ), 바다는 조그만 샘물도 가리지 않는다 (하해불택세류 : 河海不澤細流 )고 하였다 . 또 , 산고고불귀 (山高故不貴 : 산이 높다고 귀한 것은 아니고 ), 이유수위귀 (以有樹爲貴 : 나무가 있어야 귀한 법이다 )라고 하였다 .
영변 일대는 태백의 줄기여서 산은 갈수록 험했고 물은 깊고 풍부했다. 김삿갓이 구름을 바라보며 한없이 산비탈을 걸어 오르고 있노라니 , 문득 어디선가 두견새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삿갓은 숲속에서는 두견새 소리가 들려오고, 목동의 피리소리조차 들려오므로 여기가 도원경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밀려왔다 .
사람이 아프면 약국(藥局 )을 가게 된다 . 혹자는 모든 중생의 질병을 고쳐 주는 약사여래 (藥師如來 ) 부처님에게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간절한 구원 (求願 )을 청하게 된다 .
김삿갓은 영변의 약산을 향하는 길에, 산수 (山水 )가 황홀한 곳에서는 모든 병 (病 )이 자연치유가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오죽하면 사람들이 약산 (藥山 )이라 하겠나 .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약산 동대를 향해 진종일 걷던 김삿갓은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에 불당골 (佛堂谷 ) 이라는 마을로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
그리하여 어느 사랑방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초저녁부터 잠을 자고 있는데, 난데없이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으로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 김삿갓은 한참을 자다 말고 , 놀라 일어나 앉았다 .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 밤도 매우 늦은 것 같은데 , 왜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요 ?"
마을 사람 하나가 대답했다.
"마을에 그동안 보도 듣도 못 한 , 큰 일이 생겼다오 ."
어느덧 마을 사람들은 이십여 명이나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은 사랑방 가운데 등잔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더니 , 긴급회의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 육십을 넘어 보이는 향장 (鄕長 )인 듯한 노인이 일동을 둘러보며 ,
"그놈들이 순천댁을 꼭 죽일 것만 같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
하고 서두를 꺼내 놓았으나, 모든 사람들은 한숨만 쉴 뿐 말이 없었다 . 그러자 한 노인이 말했다 .
"돈 천 냥이 있어야만 순천댁을 구해 낼 수가 있겠는데 , 우리한테 그만한 돈이 있어야 말이지 ."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노인이 말했다.
"이 사람아 ! 그렇다고 순천댁을 그놈들의 손에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누가 아니래 ! 그러나 돈이 없이는 그놈들의 행패를 무슨 수로 막아낼 수 있겠냐는 말일쎄 ."
김삿갓은 마을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걱정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건이 중요해 보이기에 등 뒤에서 넌지시 물어보았다 .
"동네에 어떤 중대한 사건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 제가 알아서는 안 될 일입니까 ?"
그러자 향장 노인이 대답한다.
"지금 우리 마을에는 굉장한 사건이 하나 생겼다오 ."
그러면서 사건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말해 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