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에 새바람을 일으킨 김칠용 테니스 협회장
신림역에서 가까운 관악산 생태공원(선우공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다. 우거진 숲 사이로 둘레길이 병풍처럼 쳐 있고 관악구민방위교육장방향으로 올라가면 그 안에 선우 테니스장이 있다.
숲 속에 있는 선우 테니스장 세 면은 그림 같다. 미리 지도를 확인하지 않고 가면 찾을 수 없을 만큼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그곳에서 김칠용(64) 관악구테니스 협회 회장을 만났다.
“관악구 테니스 인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협회 코트를 이제야 갖게 되었다. 그동안 개인이 낙찰 받아 사설로 이용되던 이 선우코트를 10월부터 관악구테니스 협회에서 운영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코트를 재정비 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도록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2019년부터 관악구 협회 회장을 맡은 김 회장은 10년 넘게 협회 임원을 맡아 봉사했다. 그래서 관악구 동호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관악구 협회가 생긴지 34년이 흐르는 동안 번듯한 협회 사무실이 없었다. 그동안 사설 남강테니스장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었는데 이제 사무실도 만들고 코트도 인조잔디로 재정비 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김 회장은 계약 만기가 다 된 선우코트를 협회 코트로 운영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관내에서 운동하는 동호인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았다.
“숲 속 공기 좋은 선우코트를 협회 코트로 쓸 수 있게 된 것은 관악구청 관계자와 체육회 그리고 관악구테니스 협회 임원들의 적극적인 도움 아니면 이룰 수 없었다. 그동안 마음 모아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관악구는 26개의 동호인 클럽 600여명이 운동하고 있다. 그동안 봄가을에 열리는 협회장배나 구청장배때에는 아파트 코트나 서울대코트를 빌려 사용해 왔으나 그마져도 요즘은 쉽지 않다. 대학생들의 행사와 겹치지 않기 위해서는 매 년 날짜를 조정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고 점점 아파트 코트도 사라지고 있어 절대적으로 코트가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관악구청에서 개인에게 임대하거나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코트는 난우코트 두 면과 낙성대 코트 4면이 더 있다. 이 코트 6면을모두 협회에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 회장의 테니스 구력은 30년. 군에 있을 때 골프에 심취했으나 충분히 땀을 낼 수 있는 테니스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테니스 홀릭으로 살고 있다. 직장일로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하고 주말에는 종일 코트에서 산다. 김 회장은 협회 코트를 운영하면서 하고 싶은 계획도 많다.
첫째, 65세 시니어클럽을 창단해서 주 1~2회 정도 코트를 무료 개방할 생각이다. 물론 협회 임원들과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관내 25개 클럽에서 1~2명 정도 골고루 참여시켜 어르신들이 비슷한 실력을 가진 동호인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조성이 필요해 올해 안으로 현실화 시킬 계획이다.
둘째, 구청과 협의하여 협회 코트 운영하며 작으나마 수익금이 발생할 때에는 장학금을 조성하여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 줄 수 있도록 하겠다. 물론 테니스 꿈나무를 대상으로 하겠지만 그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 더 많은 수혜자를 선정해 지역사회 발전과 구민이 화합단결 하는데 일조하도록 하겠다.
10월1일부터 관악구테니스 협회에서 관리하게 되는 선우코트는 과연 어떻게 운영이 되는 것일까? 현재 사설코트에서는 한 면을 한 시간 사용하는데 1만원에서 2만원.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설코트 사용료는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상황이다. 관악구 협회에서는 선우코트 사용료를 서울시 조례에 따라 한 면당 두 시간 단위로 8천원. 라이트 사용에는 10,400원을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인터넷 예약의 부작용을 보완해 주로 클럽에 임대하고 관악구민 누구라도 가뿐하게 운동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란다. 훌륭한 리더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김 회장의 추진력 있는 리더십으로 관악구 테니스 동호인들은 부담 없이 테니스를 즐길 수 있어 칭송할 만하다.
협회 임원
회장 김칠용
사무국장 강해원
총무 윤선흠
부회장 채기수
감사 조용섭
88클럽
88클럽은 1988년에 만들어진 클럽이라 붙인 이름이지만 이 생명 다 할 때까지 팔팔하게 운동하자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관악산 생태공원 안에 있는 선우테니스장에서 터줏대감처럼 운동하고 있는 88클럽. 32년 역사를 가진 이 클럽의 회원 수는 20명에 51세부터 78세까지 일 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하는 중장년 클럽이다.
운동하러 오는 회원들 가방에는 특별한 것이 들어 있다. 막걸리와 안주 몇 몇 가지. 누구라 고 할 것 없이 대부분의 회원들은 서로를 위해 먹을거리를 준비해 온다. 그래서 매일 소풍나온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운동하고 잠시 쉬는 사이 갈증을 풀어주는 막걸리가 정이다. 정을 주고받으며 가족처럼 정을 쌓아가고 있는 클럽. 언제라도 장안의 화제를 몰고 온 영탁의 '막걸리 한잔'노래가 절로 나온다. "고사리 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잔. 아버지 생각나네.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
88클럽 회원 중에는 군인 출신들이 많다. 육군 해군 공군 등에서 맹활약하다 예편한 씩씩한 분들이 많은 만큼 분위기가 유연하면서도 조직적이다.
이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추천을 받아 3개월 동안 함께 운동한다. 그리고 실력이나 인성 등을 보며 평생 함께 운동할 수 있을지를 점검한 다음 최종 입회한다. 회비는 일 년 36만원.
김칠용 회장은 "88클럽의 가장 큰 자랑은 회원 모두 형제 같고 또 선후배 간 예의가 각별하다"며 "10여 년 전에는 관악구 단체전에 나가 3년 연속 우승해 우승기를 가져 올 만큼 실력 대단한 클럽이었다"고 전했다.
관악구 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88클럽 회장을 6년간 맡았던 김방식(71) 고문을 만나 이 클럽의 역사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 고문은 1971년 군에 있을 때 처음으로 라켓을 잡았다. 테니스가 멋진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열악한 상황에서 거의 독학으로 터득해 수년 동안 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분이다.
김고문은 "원래 88클럽 회원들이 현재 공원으로 조성된 지역에 있는 어느 문중 땅을 임대해 산을 깎아 코트 두 면을 직접 만들어 전용 코트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이후 공원화 되면서 배수지 위에 조성된 선우코트로 옮기게 되었다"며 "직접 코트를 만들어서 운동할 만큼 88회원들의 테니스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고 했다.
또 " 초창기에 전용코트를 쓰다가 7년 전에 선우코트로 내려와 여러 클럽이 함께 운동해야 하니 시간제약도 있고 자유스럽지 못한 상태지만 회원들의 단합심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30~40대의 푸른 시절부터 함께 했던 회원들이 지금은 대부분 60~70대가 되어 모두 한 솥밥을 먹는 식구 같다"고 전했다.
88클럽은 매일 오후 두 시부터 다섯 시까지 운동하고 주말에는 오후 1시 부터 6시 반까지 운동하고 있다. 분기별 대회를 간략하게 하면서 춘, 추계 대회는 규모 있게 치른다. 함께 테니스하며 정겹게 나이 들어가는 이 클럽. 초대 손님으로 누구라도 환영한다.
임원
회장 김칠용
감사 김방식
부회장 노병관
경기아사 김중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