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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신권 극장판 1,2,3,4,5편까지 봤다. 1990년대 말이다. 일본문화 개방과 함께 일본애니메이션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각종 일본애니메이션 불법복제물을 판매하는 캐릭터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나도 고객으로 학교 옆에 있던 곳에 들러 이것저것 사기도 했다. 당시 남고 아이들이 인상적으로 봤던, 어두운 컬트 만화로 기억한다. SFX무협만화영화다. 검고 굵은 먹선으로 음영이 강조된 하드보일풍의 무협만화영화이면서도 핵전쟁의 암울한 폐허의 시대를 설정해 야만의 전쟁을 치르며 패권을 다투는 인간과 인간의 슬픔을 짊어지고 혈혈단신의 구세주로 등장한 영웅의 이야기다. 동양무술이 불교와 만나면서 획득한 선적 경지를 무예관에 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것은 불교의 무와 자비인데, 만화영화를 보다보면 마치 신들의 전쟁터에서 고뇌하는 아르주나와 신 크리슈나의 대화를 담고 있는 <바가바드 기타>의 하이라이트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즉 적(폭력)을 퇴치하는 폭력이라는 미묘하기 이를 데 없는 부분에 대한 묘사다. 폭력의 용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참으로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기타>에서는 <금강경>의 핵심어구인 ‘應無所住而生其心’ 즉 집착하는 마음 없이 그 마음을 내는 것으로, 폭력을 퇴치하는 폭력을 쓰는 것이다. 북두신권의 전수자에게는 그런 점에서 남의 아픔에 연민하는 마음 곧 사랑(자비)과 애증을 초월한 평정심을 요구된다. 슬픔을 짊어진 힘이라는 비극적 설정이 미 만화의 매력이다. 피의 폭발로 불릴 만큼 몸을 부풀게 하고 풍선처럼 사람이 터져죽고 피가 흩어지는 등 잔인하고 충격적인 묘사를 서슴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만화의 주인공들의 몸은 순정만화같은 과도한 비율로 가득차 있다. 주먹보다 작은 머리와 엄청난 근육질의 몸매, 힘과 폭력에 대한 묘사가 육체를 통해 과잉되게 분출하고 있다. 뭘까? 일본만화의 잔인성 묘사장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물이었던 <나루토> 시리즈는 그에 비해 퍽이나 어린이들을 신경쓴 것이다. <에반게리온>의 폭주장면 등을 보면 뭘까? 예의와 자기검열에 의한 억압문화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왕제와 통합된 국가주의에 순종하며 살아온 일본인의 정서가 잠재되어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도는 달라도 그점은 남한 사회도 비슷한 점이 있다. 극단적 묘사와 과도한 분출, 그리고 폭력성은 일종의 사이코드라마처럼 투사와 대리만족을 달성한다. 그것을 불행한 국가주의근대화를 겪은 극동문화의 한 단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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