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에게도 기쁜 소식을 하나 들었습니다. 아이가 안 생겨 온 집안이 걱정하며 그토록 오래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입니다. 안 생기다 생기니까 쌍둥이라고 더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기도해주어 아이가 생겼다고 저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합니다. 저도 기도를 하였지만 제 기도로 그 아이가 생겼겠습니까? 모든 사람, 그 중에서도 아마, 그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 될 분들의 기도가 가장 간절했겠지요.
그런데 한 번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이 아이의 탄생이 우리 기도의 결과일까요? 이 아이의 탄생 계획이 없었는데 우리의 기도 때문에 하느님께서 주신 것일까요? 계획은 있었지만 더 있다가 주실 계획이었는데 우리의 기도 때문에 앞당겨 주신 것일까요? 하나만 주실 계획이었는데 우리의 기도 때문에 쌍둥이를 주신 것일까요? 신비이기에 우리가 알 수 없지만 만일 그런 것이라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순종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주님의 탄생이 우리 기도의 결과인가? 아아, 그것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그런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런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생각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탄생은 어느 인간의 그 무엇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소망에 의해 시작되지도 않았고 인간의 기도에 의해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받드는 마리아조차도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 그러니 기도를 드리지 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탄생은 우리 인간으로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리고 인간의 그 무엇이 먼저 있을 수 없는 100% 하느님의 Initiative(主導하심)입니다. 마리아가 기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님은 물론 마이아가 예뻐서 마리아에게 태어난 것도 아닙니다. 철저히 하느님의 계획이고 완전히 하느님의 Initiative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보내시기로 작정하신 것이고 하느님께서 아들의 어머니 마리아를 창조하신 것입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그 계획과 주도하심에 순응하신 것뿐입니다.
그러니 성모 마리아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느닷없는 것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라고 얘기하는데 바로 그 꼴입니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움에도 마리아는 ‘Fiat' 하셨습니다. 받아들이기엔 너무 벅찬 것임에도 마리아는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하셨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아 보였어도 마리아는 ‘Fiat' 하셨습니다. 어쩌자고 이러시는지 그 뜻을 몰라도 마리아는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 성모 마리아의 이 “Fiat"은 창조입니다. 이 “Fiat"이 하느님의 뜻의 성취임은 물론 태초에 “생겨라!”는 말씀 한 마디에 만물이 생겨났듯이 “Fiat"이라는 말씀 한 마디에 주님이 생겨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뜻대로, 그대로 저에게서 이루어지소서. 그대로 이 땅위에서 이루어지소서.”하고 우리가 순응하여 말할 때 우리도 순종하는 것이요 창조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