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곳으로 물러가라
마가복음 1:35~39
요절:“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서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마가복음 1:35)
찬송가 361장(기도하는 이 시간)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말씀은 예수님의 초기 사역인 갈릴리 전도 사역의 하루 일과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침 일찍 홀로 일어나셔서 따로 한적한 곳으로 나아가셔서 거기서 기도하시러 나갑니다. 한참을 조용한 곳에서 기도하시다 보면 아침 햇살이 대지를 밝힙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일찍부터 예수님의 숙소를 찾아와서 병고침을 구하려고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면 그 때서야 제자들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서 보면 예수님께서 안 계신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서 예수님을 찾아나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한둘씩 나눠져서 예수님을 찾다 보면 예수님께서 마을 밖으로 한참 떨어진 곳, 돌과 잡목이 여기 저기 널부러진 광야의 나무 밑이나 큰 바위 밑에서 기도하고 계신 것을 발견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이르기를 많은 사람들이 지금 주님을 찾고 있으니 어서 가시자는 취지로 말씀 드립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기도하시는 중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았기 때문에 그 날 가야 하실 곳, 전도해야 할 곳을 아시기에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그리고 택하신 제자들을 이끌고 다른 마을들로 바로 떠나셔서 그 날 갈릴리의 여러 성읍과 시골 마을들로 가서 전도하며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시는 일을 하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갈릴리 사역 시절에 행하신 매일의 규칙적인 일정이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한 일정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까지 어느 정도 이어지는 하루 일과의 모습이라고 여겨집니다. 아침 일찍 한적한 곳에 가셔서 기도하시는 것이 하루 일정에서 가장 먼저 행하신 일입니다.
그런데 45절에 보면 그렇게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는 생활이 예수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일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내용이 기록이 나옵니다. 45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나가서 이 일을 많이 전파하여 널리 퍼지게 하니 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는 드러나게 동네에 들어가지 못하시고 오직 바깥 한적한 곳에 계셨으나 사방에서 사람들이 그에게로 나아오더라”
예수님께서 한 나병환자를 고친 일로 인하여 더욱 큰 소문이 남으로 이제 사람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몰려오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자유롭게 하루 일정을 조절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예수님께서 갈릴리 지역의 사람들이 사는 여러 성읍 내에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성읍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계속 계시는 것을 택하셨습니다. 그러자 이제 사람들은 그 한적한 곳 곧 광야처럼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돌과 관목만이 흩어져 있는 황량한 곳까지 몰려와서 예수님 가까이 와서 말씀을 듣고 병고침을 받곤 하였습니다. 요약하면 예수님께서 더 바빠지고 더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들었을 때에 예수님께서 시내의 숙소에서 주무시고 가까운 마을들로 가서 전도하는 등 활동은 내려놓았지만 계속하여 붙들고 행한 핵심적인 하루 일과가 있었는데 그것은 곧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다른 것은 좀 내려놓을지라도 한적한 곳에서 하나님과 계속 교제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만큼은 매일 일과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매일 가장 먼저 하나님과 기도하면서 영적인 힘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행할 일을 깨달으셨습니다. 영적으로 악한 영의 궤계와 도전을 물리치시는 영적 싸움을 기도 가운데 싸워 이기셨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찾아오는 병자들을 고치고 귀신들을 내쫓으시며 하나님 말씀을 전할 것들을 미리 준비하셨던 것입니다. 이렇듯 기도 없이 행하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주님이 이렇듯 개인의 경건 생활에서나 사역에서 기도 생활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처럼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기도 생활을 가장 중요한 일과로 삼고 행하는 모습들이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출애굽기 33:7 이하의 말씀에 보면 모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세가 항상 장막을 취하여 진 밖에 쳐서 진과 멀리 떠나게 하고 회막이라 이름하니 여호와를 앙모하는 자는 다 진 바깥 회박으로 나아가며 모세가 회막으로 나아갈 때에는 백성이 다 일어나 자기 장막 문에 서서 모세가 회막에 들어가기까지 바라보며 모세가 회막에 들어갈 때에 구름 기둥이 내려 회막 문에 서며 여호와께서 모세와 말씀하시니 모든 백성이 회막 문에 구름 기둥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다 일어나 각기 장막 문에 서서 예배하며 사람이 자기 친구와 이야기함같이 여호와께서는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시며 모세는 진으로 돌아오나 눈의 아들 젊은 수종자 여호수아는 회막을 떠나지 아니하니라”(출애굽기 33:7~11)
모세는 사람들이 자기 장막을 치고 사는 진영 밖에 멀리 떨어진 곳에 천막을 치고 그 천막을 ‘회막’ 곧 만남의 천막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모세는 그 천막 안에 들어가서 날마다 하나님과 독대를 하면서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그에게 친구에게 말씀하시듯이 친근히 말씀하시는 말씀을 듣고 주고 받는 시간을 늘 힘썼던 것입니다. 모세는 진영 밖에 멀리 떨어진 곳에 친 장막에 모세가 늘 나아가 하나님과 독대하는 기도 시간을 늘 가지는 것을 모세의 40년 동안의 광야 지도자의 생활의 가장 중요한 일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 외에 성경을 보면,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이처럼 은밀하고 조용하게 하나님과의 기도 시간을 늘 힘썼습니다. 사무엘 선지자도 그러하고 다윗도 그ᅟᅥᆯ하며 엘리야, 엘리사 선지자도 그러하며, 예수님 앞에 와서 그 길을 준비하였던 마지막 선지자 세례 요한도 그러하였습니다. 세례 요한은 소년 시절부터 집에서 나와 광야에서 지내면서 가죽 옷을 입고 메뚜기를 잡아 먹고 석청 곧 야생 꿀을 먹으면서 기도 생활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그에게 찾아와주시고 말씀하시어 예언자로서의 귀한 사역을 감당하여 주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완악한 마음들을 녹여서 회개하게 함으로써 예수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습니다.
이처럼 기도 생활에 힘쓰는 것이 하나님의 사람들의 생활의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의 자세에 대하여 중요한 것을 주님께서 이렇게 가르쳐주신 바 있습니다. 마태복음 6:6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이르시기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고 하였습니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기도하라는 주님의 교훈은 기도할 때에 하나님께 집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영적인 일은 깊은 집중이 요구됩니다. 예수님께서 한적한 곳까지 멀리 나아가 기도하신 것도 그러하며, 높은 산에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 세 제자만 데리고 가서 기도하신 일도 그러합니다. 기도는 마음을 집중하여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적인 생각, 흐트러진 생각에 눌리면 하나님께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영적으로 집중하여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바라보시고 우리를 위하여 일하십니다.
엘리사 선지자가 수넴 여인의 어린 아들이 죽었을 때에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자 그 집에 와서 다락방에 들어갔을 때 행한 일도 문을 닫는 일이었습니다. 열왕기하 4:32 이하의 말씀에 기록되기를
“엘리사가 집에 들어가 보니 아이가 죽었는데 자기의 침상에 눕혔는지라 들어가서는 문을 닫으니 두 사람뿐이라 엘리사가 여호와께 기도하고 아이 위에 올라 엎드려 자기 입을 그의 입에, 자기 눈을 그의 눈에, 자기 손을 그 손에 대고 그의 몸에 엎드리니 아이의 살이 차차 따뜻하더라 엘리사가 내려서 집안에서 한번 이리 저리 다니고 다시 아이 위에 올라 엎드리니 아이가 일곱 번 재채기 하고 눈을 뜨는지라”
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일하시는 것은 은밀한 일이기에 이렇게 엘리사 선지자가 문을 닫고 홀로 기도하면서 침대에 누워 있는 그 아이에게 임한 사망의 권세와 싸워 그 아이를 살려낸 것입니다.
사도 베드로 역시 욥바의 다비다라고 불리는 도르가를 살려낼 때에도 은밀한 중에 일하였습니다. 사도행전 9:40 이하의 말씀에 기록되기를
“베드로가 사람을 다 내보내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돌이켜 시체를 향하여 이르되 다비다야 일어나라 하니 그가 눈을 떠 베드로를 보고 일어나 앉는지라 베드로가 손을 내밀어 일으키고 성도들과 과부들을 불러 들여 그가 살아난 것을 보이니”
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다락방 문을 닫고 기도한 베드로 역시 하나님께 깊이 집중하여 기도하고자 그렇게 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다른 여러 제자들은 동산 입구에 머물게 하고 세 제자만 데리고 동산 안으로 들어가셨다가 마지막에는 그 세 제자마저 기도하라고 명한 후에 돌 던질 정도의 거리 더 깊이 들어가셔서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집중하여 기도하고자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스라엘의 광야 교회 시대부터 초대 교회와 지금까지 모든 교회가 행하여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기도하는 합심 기도 생활도 힘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 경건을 위한 은밀하고 고요한 기도 시간을 갖는 습관을 계속 실천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매일 하루 일과를 시작하실 때에 그렇게 한적한 곳에 나아가 기도하셨듯이, 우리가 이렇게 아침 일찍이 성전에 나와 드리는 습관 역시 개인 경건의 복된 습관이라 할 것입니다.
본래 구약 시대 예루살렘 성전이 가까운 하나님 백성들은 성전에 나와서 아침 6시와 저녁 6시에 드리는 상번제 시간에 맞춰 제사장이 어린 양을 바깥 뜰에 드리고 성소에 들어가 분향할 때에 그 시간에 맞춰서 바깥 뜰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곤 했습니다. 그 분향의 향은 우리 구주 예수님의 중보 기도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분향 할 때에 성전에 나와 그렇게 기도하는 것은 영적으로 성도가 기도할 때에 구주 예수님의 기도의 향이 주의 백성들의 기도 제목과 내용들을 휘감아서 하나님 보좌 앞으로 올라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가 하나님의 성전에 나와 기도하는 이 새벽 예배는 특별히 한국 교회에서 일반화된 복된 영적 습관인데, 이 기도 시간이 참으로 복이 있다 할 것입니다. 이 새벽 기도 시간에 성전에 나와 기도하는 것은 마치 골방의 문을 닫고 조용한 중에 하나님만 향하여, 보좌 우편에 앉으신 우리 주님만 향하여, 집중하여 바라보며 우리 기도 제목을 올려드리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일 하루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집에서 나와 한적한 곳에 나아가서 하나님 아버지 앞에 엎드려 기도하셨던 예수님을 본받읍시다. 우리도 집에서 나와 거룩한 성전에 나와 엎드려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 구주 예수님께 엎드려 기도하는 이 지극히 복된 습관을 귀하게 여기고 계속 이 습관을 유지하기를 힘쓰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꼭 성전이 아니더라도 가정에서도 조용한 시간과 장소가 주어질 때면 우리 주님과 믿음의 선배들처럼 조용히 하나님 앞에 나아갔던 주님을 생각하면서 비어 있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시간을 가집시다. 조용한 시간에 식탁에 성경을 펴놓고 마음을 정리 정돈하고 하나님 말씀을 차분히 읽는 시간을 가집시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다가 무엇인가 따뜻하게 격려하거나 책망을 하거나 죄를 일깨우거나 새로운 각오를 갖게 하거나 무엇인가 인생의 통찰력을 주거나 마음을 거룩하게 해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차분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가집시다.
하나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 자신과 함께 시간을 드리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하나님을 위하여 큰 물질을 드리거나 무엇인가 대단한 봉사를 하는 것보다 더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하나님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가장 기쁘게 받으시는 예물은 조용히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곧 하나님 말씀을 마음으로 들으면서 하나님과 생각을 나누며 그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조용히 주님의 말씀을 20분, 30분 들으면서 기도하며 은혜를 구하는 기도로 마무리하는 개인 경건의 조용한 시간을 자주 가지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된 우리에게는 반드시 주님께서 찾으셨던 ‘한적한 곳’이 있어야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반드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한적한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찾으면 반드시 발견하게 됩니다. 절실하면 아무리 바빠도 하나님만 바라보는 한적한 시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도 빌립보 성에 도착하였을 때 예배할 자리, 기도할 자리를 먼저 찾았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한적한 곳, 한적한 시간에 하나님 앞에 드릴진대 성령께서 우리의 삶에 매일 더욱 친근히 함께해주실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지혜를 주시고 영적인 싸움에서 승리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삶을 위하여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날마다 한적한 곳에 나아가셔서 아버지 하나님과 시간을 보내셨던 주님을 본받아 살아감으로 날마다 천국의 힘과 위로와 기쁨을 누리며 나누어주는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