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보니 6배 가까이 늘어 파장
당초 500억원대로 알려진 BNK경남은행의 횡령 사고 규모가 실제로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횡령 금액이 거의 6배로 늘어나면서 기존 금융권 사상 최대 횡령액이었던 작년 우리은행의 707억원 기록을 제쳤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에 대해 지난 7월부터 긴급 현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은행 투자금융부 직원 이모(50)씨가 2009년부터 작년까지 13년 동안 77차례에 걸쳐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장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PF사업장에서 허위 대출을 취급 (1023억원)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 (1965억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기존 최대 횡령액 707억 제쳐
2009년부터 작년까지 13년간
77차례에 걸쳐 2988억원 횡령
은행은 15년간 같은 업무 맡기고
사고 예방 위한 내부 통제 안해
금감원 "추가 확인 작업 진행 중"
횡령 정황을 인지한 뒤에도 대응이 부실했다. 은행과 지주사인 BNK금융지주는 이미 지난 4월 횡령 정황을 알아챘지만, 자체 조사 등을 이유로 금융 당국에는 2개월 뒤인 6월쯤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즉시 자체 감사를 지시했고, 이어 직접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 만약 4월 무렵 금감원에 횡령 정황을 선제적으로 알렸다면, 좀 더 빠른 적발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금액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추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씨뿐만 아니라 범행에 관련된 임직원의 위법 ·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3년 9월 21일 목, 권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