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그 때 아난은 가사를 입고 바리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장님 부모를 모신 어린애가 걸식하면서
좋은 음식은 부모에게 공양하고 자기는 나쁜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어린애는 참으로 드물게 보는 아이입니다.
음식을 빌되 좋은 것을 얻으면 부모께 공양하고, 나쁜 것은 가려서 제가 먹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만 자비와 효도를 찬탄할 뿐 아니라,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에도 항상 찬탄하였느니라.”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부모를 공양하신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왕(迦尸國王)의 나라에 큰 산이 있었고, 그 산에는 담마가(睒摩迦)라는 선인(仙人)이 있었다.
그 부모는 늙었을 뿐 아니라 또 장님이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맛있는 과실과 아름다운 꽃과 시원한 물을 가져다 부모께 공양하고
또 고요하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부모를 모셔 두고, 무슨 일이 있어서 출입할 때에는 먼저 부모에게 아뢰고, 물을 길러 갔다.
그 때 범마달왕(梵摩達王)은 사냥 하러 나갔다가 물을 먹고 있는 사슴을 보고 활을 당겨 쏘았다.
그러나 독약이 묻은 화살은 잘못하여 담마가를 맞추었다.
화살에 맞은 그는 큰소리로 외쳤다.
'한 개 화살이 세 사람을 죽이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왕은 그 소리를 듣자 활을 땅에 던지고 그에게 달려갔다.
'이제 누가 그런 말을 하였는가? 내가 들으니 이 산중에는 담마가라는 선인이 있는데,
그는 자비와 효도로 장님 부모를 모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칭찬한다고 한다. 그대가 그 담마가가 아닌가?'
그는 '바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이어 아뢰었다.
'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늙고 앞 못 보는 부모님이
지금부터 굶주리더라도 아무도 공양할 이가 없을 것이 걱정입니다.'
왕이 물었다. '네 장님 부모는 지금 어디 있는가?'
담마가는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초막 속에 계십니다.'
왕은 곧 장님 부모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 때 담마가 아버지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내 눈이 이상하게 떨리오. 장차 우리 효자 담마가에게 어떤 불행이 있을 징조가 아닌지 모르겠소.'
그 부인도 남편에게 말하였다.
'내 가슴도 이상하게 떨리는데, 우리 아들에게 어떤 불상사라도 없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장님 부부는 바삭바삭하는 왕의 걸음 소리를 듣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우리 아들 걸음이 아닌데, 그 누구인가?' 하였다.
왕이 그들 앞에 이르러 큰 소리로 인사하자 장님 부부가 말하였다.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인사하는 이는 누구십니까?' '나는 가시국의 왕이오.'
그 때 장님 부부는 왕을 향해 말하였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우리 아들이 있었더라면 대왕께 좋은 꽃과 과실을 올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아침에 물 길러 나가서는 날이 저물도록 오래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왕은 이내 슬피 울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 나라의 왕으로서
이 산에 나와 사냥할 때에
다만 짐승을 쏘려 하였더니
사람을 맞춰 해칠 줄은 몰랐네.
나는 이제 왕의 자리 버리고
여기에 와서 장님 부모 섬기되
당신 아들과 다름 없이 하리니
부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시오.
장님 부모도 게송으로 왕에게 대답하였다.
우리 아들은 인자하고 효순하여
천상이나 인간에 그런 애 없네.
왕이 비록 우리를 가엾이 여기지만
어떻게 우리 아들 효도만 하리.
원컨대 우리들을 가엾이 여겨
우리 아들 있는 곳 가르쳐 주오.
아들이 우리 곁에 있기만 하면
목숨과 우리 마음 만족하리다.
이에 왕은 장님 부모를 데리고 담마가 곁으로 갔다.
그들은 아들 곁에 이르자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며 울부짖으면서
'우리 아들은 인자하고 효순하기 비할 데 없었는데' 하고,
이내 천신·지신·산신·목신·수신 등 여러 신들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제석천과 범천과 세상 왕들은
어찌하여 인자하고 효성이 있는
우리 아들을 돕지 않고서
이러한 고통을 받게 하는가?
우리 아들의 효성에 감동하여
빨리 구제하여 그 목숨을 살려라.
그 때 석제환인의 궁전이 진동하였다. 그는 하늘귀(天耳)로 이 장님 부모의 슬퍼하는 소리를 듣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담마가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가?' '조금도 미워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너에게 미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담마가는 대답하였다.
'만일 내게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화살의 독기가 온몸에 퍼져 곧 목숨을 마칠 것이오,
내게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 독 묻은 화살이 빠지고 상처가 곧 나을 것입니다.'
그러자 그 말과 같이 독 묻은 화살이 저절로 빠지고 상처는 회복되었다.
왕은 한량없이 기뻐하여 온 나라에 '항상 자비를 닦고 부모를 효도로 섬기라'고 영을 내렸다.
비구들이여, 담마가는 옛날부터 인자함과 효순으로 부모를 공양하였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장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정반왕이요,
그 때의 장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마야 부인이며, 담마가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가시국의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이며, 석제환인은 바로 지금의 저 마하가섭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