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광장 | 독자글 2 평화의 사도 202301+02 p142-147
전국 지구 · 단위 양성담당 연수회를 다녀와서
김진숙 헬레나 서서울지구 야고바형제회
깊어가는 시월에 전국 양성 담당 140명과 국가형제회 평의원 10명이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로 산청성심원에서 모여 연수를 했다. 주제는 “성소의 가치와 기쁨 찾기”였다. 오후 1시에 도착해 방 배정을 받고 성당에 모여 경남지구 김야고보 형제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성가를 불렀다. 성가를 부르면서 그 동안 분주했던 마음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에 초대되어진 은총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오후 2시 10분에 오상선 바오로 신부님의 주례로 시작 미사가 시작되었다. 강론 첫머리에 “Laudato Ci!”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하고 인사하시는 신부님의 온화한 미소에 가을만큼이나 풍성해짐을 느꼈다. 깊어가는 가을이 우리 형제회의 모습과 비슷하다. 성숙한 가을의 아름다움을 살아낼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것이 양성의 역할이다. 우리가 형제회 안에서 있어야 할 자리는 가장 끝자리다. 보잘것없는 우리를 통하여 주님을 알게 하는 초대이다.'라고 하시는 말씀이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잠시 휴식 후 오상선 바오로 신부님의 1강의, 2강의가 있었다. 주제는 재속프란치스칸의 양성, 실천적 제안이다. 회헌에서의 양성(제37조~제45조)을 살펴보면서 실천적 제안을 제시 하셨다. 회헌37조에서 프란치스칸 양성의 독특한 특징은 양성의 주체가 ‘성령’이시라는 것이다. 성령의 도구로써 열성을 가져야 하는데 내가 주체가 될 염려가 많다. 재속프란치스칸 영성에 관심을 가지고 온 자체가 성령의 이끄심임을 잊지 말자.
회헌 38조에서 ‘지원기’는 양성 준비기, 성소 식별기이다. 누구나 다 받아줄 수 있다. 지원서를 입회 원서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라. 연령 제한을 생각해 보자.
회헌 40조에서는 ‘양성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현실은 회칙, 회헌 공부에 초점이 맞춰져 보완이 필요하다. 방법은 잦은 공부와 기도 모임, 구체적인 봉사와 사도적 체험을 통해 성소가 성숙되어가야 한다. 복음적 삶을 체험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내용은 성경 공부, 프란치스코의 글과 영성, 회칙과 회헌 공부, 교회 사료와 교도권 수용 교육, 현세적 임무를 잘 살도록 훈련하자. 회헌41-43조에서 ‘서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후보자 자신이 청원한다. 양성 책임자는 평가 후 평의회에 보고를 한다. 형제회마다 좀 다르다. 면담은 회현상 양성책임자와 영적보조자가 한다. 그런데 대부분 봉사자가 함께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논의가 필요하다. 서약의 조건은 만18세 이상이고, 1년 이상의 양성 기간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단위형제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영속적 양성은 담당이 있는 것이 좋고 은경축 전후로 분반하는 것이 좋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지난 3년 동안 양성담당으로서 나는 어떠한 자세로 양성자들을 대하고 양성에 임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8개 지구(중서울, 동서울, 서서울, 인천, 강원, 대구, 전주, 경남)에서 15분씩 양성주력사업 발표가 있었다. 전국 양성담당들과 형제회 양성을 위해 양성 사업을 공유하며 형제애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양성은 기쁨이다.”를 외치며 치맥으로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잠시 서서울지구 양성담당들과 밤 산책을 했다. 밤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 피정 내내 들었던 강의들과 가슴에 콕 박혀 잊을 수 없는 가을밤이 되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산청성심원의 맑은 공기가 코끝을 상쾌하게 했다. 운무에 쌓인 가을 산이 아름다웠다. 7시에 성당에 모여 아침 기도를 드리고, 마당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8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9시30분부터 11시 45분까지 최문기 마티아 신부님 (국가 영적보조자)의 1강의, 2강의를 나누어 들었다. 주제는 ‘양성 봉사, 성소의 중요성’이었다. 양성의 정의는 “믿음의 대상과 고백하는 내용의 내면화를 통한 신앙 주체의 전인적 변화와 성장”이다. 교육은 education이고 양성은 formation이다. 교육은 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뭔가를 끄집어내고 이루어지도록 만들어내지만, 양성은 이미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 그것이 올바르게 순조롭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교육이 조각에 비유된다면 양성은 꽃에 비유된다. 조각의 모양은 조각가가 결정해 조각가의 생각에 따라 돌이나 나무를 조각해 모양이나 형태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꽃을 피우는 일은 다르다. 그 씨앗이 장미꽃이 될지 국화꽃이 될 지는 꽃을 피우는 사람과 무관하다. 이미 씨앗 안에 무슨 꽃을 피울지 결정되어 있다. 사람은 그 꽃이 잘 피울 수 있도록 좋은 흙, 물, 햇빛을 제공할 뿐이다. 씨앗의 종류마다 잘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꽃을 피우는 사람은 그 씨앗이 무슨 씨앗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 씨앗의 성장에 적절한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조절해 줘야 한다. 씨앗마다 발아 기간, 꽃이 피고 지는 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양성한다는 것은 교육보다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프란치스칸 양성가들이 기억할 것은 양성이란 주님께 나아가는 여정에서 지치거나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돕는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양성자를 이끄는 것은 성령이고, 양성가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는 양성자들을 식별하고 돕는 것이다. 회칙4조에서는 복음을 강조하고 있다. 복음은 신앙의 출발점이다. 복음을 충실히 읽고 삶으로 살아갈 때 회개의 여정을 걸어 나갈 수 있다. 말씀과 함께 할 때 하느님의 영이 불어넣어져 내게 가치 있는 하느님의 표지로 바뀐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예수님 이야기 (루카 24,13-35)에서 두 제자는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지만 예수님을 알아보지를 못한다. 부족한 대로, 자신의 한계 내에서 예수님은 함께 하신다. 예수님은 먼저 제자들에게 질문을 하신다. 그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무딘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줄탁동시(同時)처럼 예수님의 질문은 어미닭의 부리질에 해당한다. 양성자들의 삶 속에서 예수님은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사건으로 질문하신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양성가의 최종 목적은 양성자의 손을 성령과 손을 맞잡게 하는 것이다. 양성가는 성령의 믿음을 가져야 한다. 양성자들의 인격을 신뢰해야 한다. 부정적인 모습을 보더라도 부정적인 것은 일부분일 뿐 전체가 아니다. 양성가의 태도는 성령에 대한 ‘믿음’과 피양성자의 인격에 대한 ‘희망’과 그 모두를 아우르는 ‘사랑’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양성가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양성되는 은총을 갖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양성자뿐만 아니라 양성가도 양성된다. 양성가의 합당한 태도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것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다. 복음이 양성 교과서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어서 최문기 마티아 신부님의 파견 미사 후 상경 길에 올랐다. 잠시 들른 휴게소에는 단풍놀이 갔던 관광버스들이 많았다. 우리 양성담당들은 산청에서 가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면서 영적 양식을 한아름 안고서 풍성한 가을 구경을 하고 돌아왔다.
Laudato Ci!(하느님 찬미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