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울방학 때
부전도서관에서 열렸던
고감도 독서교실의 성과를 정리합니다.
자의적인 분석이지만
학생들과의 대화, 학생들의 글,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1. 낱말은 아주 많다.
써도 써도 끝이 없더라.
2. 사람들은 많은 말을 이용하면서 살아간다.
광고, 호객소리 등
3. 어떤 말들은 묶인다.
예를들면,
귤, 사과, 배, 딸기 -> 과일, 가게, 식료품, 또 다른 묶음 말은 뭘까? ( )
조기, 민어, 아나고, 물매기 -> 물고기, 활어, 해산물, 수산물가게, 횟집, 산소공급기, 또 이들을 묶을 수 있는 묶음말이 있을까?
4. 사전에는 없지만 분명코 쓰이는 말이 있다!
아주 작은 볶음용 멸치 - 지리
지리보다 조금 큰 멸치 - 바리
바리보다 크며 머리떼고 고추장 찍어먹을만치 큰 멸치 - 고바
멸치를 달리 부르는 경상도 말: 며르치
부추, 정구지 - 소풀
파 - 패
5. 말을 '만들어'서 쓰기도 한다.
장돌이 어묵 - 장돌뱅이 어묵인줄 알았으나, 못빼기 붙은 망치 '장도리'에서 따온 말. 어묵을 단단히 넣어 아주 밀도 높고 맛좋은 어묵이라고 '장돌이' 어묵이라 이름 붙였다고 함
6. 질문이 공부다.
질문은 단순한 질문 혹은 핵심적인 질문이랄 수 있는 1차 질문이 있다.
가령 "아줌마, 저건 뭐에요?" 와 같은 질문.
2차 질문을 하면 좀 더 깊은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이거? 아나고."
(2차 질문) "아나고? 일본말이죠? 우리말은 뭐에요?"
"붕장어라고 하지. 회로 많이 먹는 것 있다아니가. 우리 부산에서는 아나고라 해야 잘 알아 든는다. 붕장어보다 아나고라 해야 퍼뜩 알아 듣는다."
여기서 붕장어라는 우리말이 있지만, 아나고라는 일본말이 오래도록 익숙한 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계심. 구어(대화말)는 문어(글쓰는 말)보다 의사소통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 그러므로 서로 익숙한 말을 주고 받는 것이 대화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가 잘 알아듣는 말, 상대가 좋아하는 말을 쓰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붕장어(아나고)는 회로 먹을 때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만 뼈에 충이 있어 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다 충이 흡입되면 디스크 환자처럼 등뼈가 아프다고 한다. 이 충은 척수를 타고 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3차 질문까지 해보라. 1-2차에서 들은 정보를 통해 또다른 질문을 만들어야 된다.
예를 들면, "아나고는 회말고 다른 방법으로는 어떻게 먹어요? 껍질은 다 버리나요? 다른 용도로 쓰임새가 있나요?"
분명히 추가적인 답을 들을 수 있다. 질문하고 듣는 정보는 잘 잊혀지지 않는다!
7. 쓰는 것이 공부다
많이 써라.
쓰는 만큼 는다.
자꾸 써본 사람은 익숙한 글, 익숙한 말이 많이 생긴다.
익숙해진 말이 곧 그대의 어휘력이다!
그리고 익숙해진 말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된다.
이것이 그대의 대화술이다.
여기에 논리적인 사고체계를 익히면 그대는 분명 수사력(말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힘)의 대가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말을 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을 잘하는 것도, 그 기초는 많이 쓰는 데에 있다.
우리 말을 영어단어외우듯 해보는가? 외국어 공부하듯 우리 말을 익히는가?
대부분 안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말도 그렇듯 공부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것이 우리 한국의 문명을 더욱 빛내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8. 수첩을 써야지
어떤 학생은 수첩을 갖고 다니면서 낱말 수집을 계속해 보겠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다!
지속할 수 있는 무엇이 생겼다는 것.
단 1명일지라도 내 마음을 알아준 학생이 생겼다는 것이 기뻤으며,
그리고 이 습관은 그에게 치명적인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메모하는 습관은 추억의 저장, 아이디어의 산출, 세심하게 보고 다르게 보면서 스스로 깊어지는 경험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반환점(turning point)가 될 수 있다.
어떤 학생의 태도 변화에 격려의 박수를 엄청나게 보낸다. (마음으로 받아줄 것!)
가끔 시장에 가서....
어묵 사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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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은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