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 (徹夜)소설이란 것이 있다.말 그대로 재미가 있어서 밤새는 것 모르고 읽는 소설책이란 것이다.시즈쿠이 슈스케란 일본 작가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추리소설과 경찰 소설 등을 한권에 보통 6백여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글을 수록하는데 이 책을 읽을 엄두가 처음에는 나지 않지만 한번 눈에 익으면 밤새워 읽는다.그래서 그를 철야작가라고 한다.중국의 전등 신화(剪燈新話)가 그런 소설이라고 하는데 전등(剪燈)이란 바로 심지가 다 타면 칼로 그 심지를 끊고 읽었다는데 유래가 되었다.그가 쓴 모든 소설은 철야소설이다.그는 많은 독서력과 자료 경험등을 통해서 철야소설을 만들었다. 검찰측 죄인도 이 가운데의 하나이다.
김광한
《범인에게 고한다》로 ‘문예춘추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8위를 차지했으며,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동시에 제7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한 작가 시즈쿠이 슈스케의 사회파 미스터리 『검찰 측 죄인』. ‘공소시효를 빌미로 달아난 범죄자를 심판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진지한 의문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저자가 전·현직 검사들을 여럿 취재함으로써 작품의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려냈다.
검찰 교관으로 참여한 베테랑 검사 모가미는 연수생 오키노를 보며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린다. 그로부터 5년 뒤, 오키노는 자신이 그렇게도 존경하던 모가미와 함께 70대 노부부 살해 사건에 배속되는 영광을 안지만, 스승과 제자의 이 애틋한 운명은 곧 거센 풍랑에 휩쓸리고 만다.
모가미는 노부부 사건의 용의자 목록에서 대학 시절 자신이 무척이나 귀여워하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 유키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마쓰쿠라의 이름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공소시효마저 끝나버린 23년 전 사건의 죄를 묻기 위해 마쓰쿠라를 노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던 모가미는 급기야 법이 정한 경계를 넘어선다. 그러나 정의감 넘치는 검사 모가미를 존경해 검사를 지망한 새내기 검사 오키노가 모가미의 무리한 취조에 반기를 드는데…….
모가미는 쓴웃음이 섞인 목소리를 흘려 낸 후 턱을 쓰다듬었다. “법률은 분명 인간 지혜의 결정체지만 세상만사를 두루 보듬고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어쨌거나 이 세상은 복잡한 데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거든. 독설가들이 입에 담듯이 결함법이라는 말도 있어. 아니, 그렇다고 특별히 난해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예를 들자면, 그렇지…… 공소시효의 문제.” 작년에 개정법이 시행되어 살인 등 흉악 범죄의 공소시효 기간이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 “난 적어도 흉악 범죄에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 10~11쪽 중에서
“좋은 검사란 사디스트야.” 구리모토는 단언했다.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정의 따위를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법을 위반한 사람의 약점을 파고들어 못살게 구는 거지. 범죄자가 이제 좀 용서해달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뉘우칠 정도로 말이야. 그걸 기꺼이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검사야.” “말이 안 통하는군.” 오키노는 고개를 저었다. “일은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를 잣대로 이러쿵저러쿵 떠들 수 있는 게 아니야.” “정의도 개인적인 주의나 사상…… 비슷한 거잖아.” “정의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야. 사회에 널리 공유되어야 할 가치지.” “개인적인 이상을 사회에까지 강요하다니 건방지기는. 정의란 현실에서는 성립하지 않아. 오키노 네가 범죄자 하나에게 콩밥을 먹이는 순간 정의는 오히려 무너져. 왜냐하면 같은 짓을 하고도 우연히 들통 나지 않아서 콩밥을 먹지 않는 녀석이 있거든. 그리하여 불평등이 발생하고 세상에 불만이 팽배하지. 경찰관과 검사의 수를 두 배로 늘려도 해결이 안 돼. 그게 법 아래의 현실이라고. 검사 짓을 4년이나 했으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 28~29쪽 중에서
아오토의 설명을 흘려들으며 모가미는 단 한 가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마쓰쿠라가 진범이기를 바란다는 생각. 어떤 사건이든 범인이 특정 인물이기를 바라며 수사에 임한 적은 없었다. 이 녀석은 결백할지도 모른다, 이 녀석은 범인이 틀림없다……. 뭔가에 근거한 판단 말고, 이를테면 희망이 포함된 사심을 검찰 수사에 개입시킨 적은 없었다. 하지만 현재 모가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 속에 있었다. 이 흉악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아직 부각되지 않았다. 마쓰쿠라가 범인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한 점에 기대를 걸었다. 겉으로는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모가미의 가슴속에는 감출 수 없는 심화(心火)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랫동안 끓는점 아래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 116~117쪽 중에서
“모리사키 주임, 저는 흉기가 나왔다곤 해도 역시 마쓰쿠라가 범인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오키노는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 사건의 수사는 이상합니다. 처음부터 마쓰쿠라가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움직이고 있어요. 누군가의 의사가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요. 나중에 수사 내용의 타당성이 문제로 제기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 367쪽 중에서
전철이 사라진 선로 건너편에 도쿄 구치소의 커다란 수용동이 보였다. 오키노는 플랫폼에 우두커니 서서 그 색다른 모습의 건물을 애끓는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남북으로 날개를 펼치고 선 것처럼 보이는 저 건물 속의 인간에게는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저기서 밖으로 나와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는 사람도 있거니와, 그런 날이 온다는 기약도 없이 갇혀 지내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오키노는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은 뭘 틀린 걸까.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오키노는 이제 아무 답도 내어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뭘 하고 싶었던 걸까. 무엇을 믿고 무엇의 편을 들었을까. 정의란 이렇게나 삐뚤삐뚤하고, 이렇게나 애매모호한 것인가. ― 574쪽 중에서
『영광일로(榮光一途)』로 제4회 신초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시즈쿠이 슈스케는 『범인에게 고한다(犯人に告ぐ)』로 ‘문예춘추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8위를 차지했으며,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동시에 제7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사이트에 연재되어 100만 명 이상의 접속을 기록한 연애소설 『클로즈드 노트(クロ-ズド-ノ-ト)』로 달콤한 외도를 마친 그가 이번에는 “법률 서스펜스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찬사를 받은 사회파 미스터리 『검찰 측 죄인』으로 한국 독자들을 새롭게 찾아왔다.
시즈쿠이 슈스케의 최고작이란 평가를 받으며 ‘문예춘추 미스터리 베스트 10’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동시 선정된 『검찰 측 죄인』은 언뜻 듣기에도 매우 기묘한 제목을 지니고 있다. 정의의 파수꾼으로서 죄인을 잡아들여야 할 검찰 쪽에 도리어 죄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 측 죄인』은 그 제목에서부터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걸작 미스터리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준다.
법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베테랑 검사 vs 법의 테두리를 지키려는 새내기 검사, 정의의 검을 든 두 남자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다…… 지극히 평온한 사법연수원의 모습을 비추며 소설의 막이 오른다. 검찰 교관으로 참여한 베테랑 검사 모가미는 “법률이라는 검을 잘 다루어 세상의 악을 일도양단한다……. 모가미 선생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런 검사가 되어보고 싶습니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는 연수생 오키노를 보며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린다. 그로부터 5년 뒤, 오키노는 자신이 그렇게도 존경하던 모가미와 함께 70대 노부부 살해 사건에 배속되는 영광을 안지만, 스승과 제자의 이 애틋한 운명은 곧 거센 풍랑에 휩쓸리고 만다. 모가미는 노부부 사건의 용의자 목록에서 대학 시절 자신이 무척이나 귀여워하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 유키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마쓰쿠라의 이름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공소시효마저 끝나버린 23년 전 사건의 죄를 묻기 위해 마쓰쿠라를 노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던 모가미는 급기야 법이 정한 경계를 넘어선다. 여기에 의외의 걸림돌로 등장한 것이 바로 모가미를 존경해 검사가 된 오키노였다. 억울한 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의에 어긋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오키노는 이제 존경하던 스승과의 정면 승부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