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가도를 걸어 오미하치만에 이르다(쿠사츠–오미하치만 24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34 5월 3일(수), 전날에 이어 화창한 날씨다. 오전 6시 반에 숙소의 식당에서 아침을 들고 7시 20분에 숙소를 출발하여 쿠사츠역으로 향하였다. 역 앞의 작은 광장이 출발장소, 당일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하여 등록을 하는 사이에 역 구내를 살피는 등 주변을 돌아보았다. 8시의 출발에 앞서 선상규 회장이 쿠사츠역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10년 전 출발 때 낯선 젊은이가 나타나 2년 후에 여러분과 함께 걷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2년 후 약속대로 그가 등장하였고 4년 후에는 시가현 지사로 재임하며 오츠(代盡)시를 지날 때 현청 광장에서 환영식을 베풀었다. 어제 민단 단장이 지사의 메시지를 대독하였는데 지사는 바로 10년 전의 그분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쿠사츠역 출발에 앞서 8시 10분에 엔도 회장의 선창으로 ‘세계에 평화를, 한일에 우정을’ 크게 외치고 쿠사츠역을 출발하여 오미하치만(近江八幡)으로 향하였다. 곧바로 나카센도(中山道, 도카이도와는 다른 이 지역의 옛 간선도로)를 따라 20분쯤 걸으니 리또(栗東)시계에 접어든다. 한 시간여 걸으니 나카센도의 1리총(4km마다 설치된 옛길의 이정표지)이 나타난다. 잠시 후 모리야마(守山) 시계에 들어선다. 길거리엔 나카센도 모리야마숙(中山道 守山宿)이라는 표지가 시가지 양편으로 길게 매달려 있다. 10시쯤 모리야마시를 벗어나 야슈(野洲)시계에 접어드니 조선인가도가 시작된다. 야슈에서 다음날 걷는 히코네(彦根)까지 42km 거리다. 조선인가도를 한참 걸어 주택가를 지나니 넓은 들판이 나온다. 지금은 마을이 들어섰지만 17세기에는 광활한 평원, 조선인가도를 만들라고 명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에 직선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들라 명하여 곧게 뻗은 가도가 길게 이어진다. 조선인가도를 걷는 일행 호남평야처럼 넓어 보이는 들판에는 잘 자란 보리가 곧 수확할 때를 기다리고 갓 심은 벼들이 기지개를 켠다. 한 시간여 들판을 가로질러 조선통신사 행렬도가 게시된 다리를 건너니 12시 지나 미리 예약한 점심장소에 이른다. 초밥과 소바 또는 마른 우동을 한 세트 메뉴로 한 점심이 깔끔하다.
13시 10분에 오후 걷기, 남은 거리가 8km로 느긋한 행보다. 한 시간여 걸어 산세가 예사롭지 않은 농촌마을을 지난다. 이 마을 한 쪽에 있는 혼칸지(本願寺) 별원 정문에서 잠시 휴식, 이어서 오미하치만 시가지의 초입에 있는 오미하치만 물의 고장(水鄕)에 이른다. 개성상인 뺨치는 오미상인들의 본고장, 시가지의 외곽을 가로지르는 좁은 수로에 유람선이 분주히 오가는 등 작은 고을에 활기가 넘친다. 조선인가도의 팻말이 적혀 있는 오미하치만 시립자료관 근처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 후 오미하치만 시청에 이르니 오후 3시 반, 더운 날씨에 24km를 꾸준히 걸었다. 연휴기간이어서인지 시청 문이 굳게 잠겨 있네. 당일 참가자에게 완보증을 수여하고 몸 풀기 후 33일차 걷기를 종료, 10여분 거리의 숙소에 여장을 푸니 오후 4시가 가깝다. 참가인원은 당일참가자 포함 45명. 일본 걷기 중 낮 기온이 가장 높은 날, 저녁 식탁의 시원한 맥주가 걸으며 흘린 땀을 식혀준다. 저녁식사 후 함께 노래부르며 여흥을 즐기는 표정이 밝다. 잘 놀았으니 푹 쉬며 내일을 대비하자.
쿠사츠 - 오미하치만 행정도
* 오미하치만 시립자료관 앞에 조선인 가도에 대한 설명 판이 붙어 있다. 일본에서 바라보는 조선통신사의 역할과 기능을 가늠할 수 있기에 그 내용을 소개한다. ‘에도시대에 막부의 장군이 새로 즉위할 때마다 조선에서 국왕의 친서를 가지고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는 관리뿐만 아니라 문인, 학자 등 많은 때에는 총 500 여명 규모로 구성된 사절단입니다. 이 사절단은 서울에서 에도(현재의 도쿄)까지 약 1년에 거쳐 왕복했다고 합니다. 그 거리는 약 2,000km에 이르며, 近江八幡(오미하치만)을 포함한 彦根(히코네)에서 野洲(야슈)까지의 일부지역에서는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길을 지금도 조선인가도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近江八幡 시내에 위치한 本願寺別院(北元町)에서는 조선통신사 정사를 접대했으며 京街道의 일대에서는 수행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당시의 주민들은 마을 전체가 대대적으로 일행을 환영하였고, 문화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나카센도와 조선인가도 분기점 표지판 |
첫댓글 감사합니다
후기 글 잘보고 있습니다
#쿠사츠역 20여년전 NEC 연수 갈때 그곳에서 열차를 갈아탔던 기억이 납니다